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성적지배의 일반적 구조
2. 가부장제의 발생 3. 사랑에 맞서는 남성공동체 4. 여성의 주체성을 거부하는 남성공동체 5. 이행의 문제 |
이종영의 다른 상품
|
예컨대 이집트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4000년 동안 바로 그러한 구조의 역사를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역사적 시대 속에서 국가는 가족구성원에 대한 가장의 절대적 권력을 법적으로 보장하면서 가족을 가부장제적으로 조직한다.
물론 국가의 계획은 친족공동체와의 갈등관계 속에서 서서히 실현될 수도 있고, 또 봉건적 세력들의 저항에 의해 쇠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러한 역사적 시대 속에서 단 하나의 성적 지배양식만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역사적 시대의 성적 지배양식들 중 지배적이었던 것은 역시 국가가 가장을 매개로 가족에 부과하고 또 사회로까지 확장시켰던 새로운 가부장제에 입각한 성적 지배양식이었다. 우리는 그러한 역사적 시대를 특징짓는, 즉 그러한 역사적 시대에 지배적이었던 성적 지배양식을 '가족유폐적 성적 지배양식'이라 부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성적 지배양식하에서 매우 고유한 현상은 여자들이 가족 속에 고립 또는 유폐되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 115 |
|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 정체성에서 감수성으로』는 이종영 박사가 의욕적으로 기획하여 새물결 출판사에서 간행하고 있는 이행총서의 두번째 책이다. 이행총서는 “쓰여지지 않기를 계속해온 것들에 대해 새롭게 쓰기”를 목표로, ‘지배와 해방’이란 중요한 그러나 한동안 잊혀진,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자 한다.
이는 실재에 대하여, 진리에 대하여 결단코 눈감으려 하는 ‘무지에의 열정’과의 이론적인 투쟁으로, 인식대상의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면모를 포착하고자 하는 일련의 ‘과학적인’ 작업들이다. 이 연구들은 베버류의, 현상에 대한 유형론적 접근을 거부하며, 스피노자 헤겔 맑스의 인식전통을 따라 실재의 자연법칙적 필연성을 탐구한다. 이행총서는 또한 이제까지 지배와 해방에 대한 지배적 담론이었던 맑스의 이론이 충분히 과학적이지도 혁명적이지도 않다는 문제의식 아래, 그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이론을 산출하고자 한다. 이 총서를 기획하는 이종영 박사는 파리 8대학에서 『맑스와 알튀세르의 유기적 전체의 개념에 대한 비판과 재구성』이란 논문으로 정치사회학?정치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4년 이래 『지배양식과 주체형식』, 『생산양식과 존재양식』, 『주체성의 이행』, 『지배와 그 양식들』 등 일련의 이론적 작업들을 매년 출간하여 스피노자?맑스 인식전통의 명증한 사유를 선보임으로써, 요컨대 알튀세르를 통해 친숙해진 프랑스식 과학적 사유를 온전한 형태로 전개함으로써 주목을 받아왔다. 또한 알튀세르의 『맑스를 위하여』를 번역했고, 새물결에서 출간예정인 라캉의 『에크리』를 번역하고 있을 만큼 라캉의 정신분석학에도 정통하다. 그가 쓴 이행총서 첫째권 『지배와 그 양식들』과 둘째권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에서 다루고 있는 ‘지배’ 현상의 내적 구조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경유함으로써 더욱 정교하게 드러났음은 물론이다. 이종영 박사가 원용하고 있는 라캉은, 그의 말마따나 헤겔과 사르트르를 경유한 라캉이다(예컨대 욕망은 자기의식으로 설명되며 그 의식은 지향성을 갖는다). 그의 ‘지배’ 연구는 이러한 라캉을 따라 지배의 심리적 기초(지배자는 왜 결단코 지배를 하고자 하는가? 피지배자는 왜 그렇게 지배를 피하고자 하는가? 등)를 밝힌 다음, 그것의 일반적 구조를 규명하고 그것의 역사성을 확인하는 얼개로 되어 있다. 지난번에 나온 『지배와 그 양식들』이 ‘일반적인’ 지배 현상과 그 역사성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 정체성에서 감수성으로』는 그 지배의 다소 특화된 영역인 ‘성적 지배’와 그 역사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두 저작은 연결성을 갖고 있고 단순히 ‘일반에서 특수로’의 인식의 심화인 듯 보이지만, 저자 자신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단절적 경험’이 존재한다. 요컨대 전작인 『지배와 그 양식들』과는 달리 이번에 나온 『성적 지배와 그 양식들』에서는 그 자신이 남성인―성적 지배자인―까닭에 “줄곧 무의식의 완강한 저항에 맞서 투쟁해야 했다”고 한다(저자는 이러한 자기투쟁을 많은 남성들과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결국, 여성에 관한 책이 아니라 (성적 지배자로서의) 남성에 관한 책이며, 다시 말해 남성에 의해 행해지는 성적 지배의 동기와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이다. ‘남성은 왜 여성을 지배하는가?’가 이 책의 출발점을 이루는 질문이다. 성적 지배는 남녀간의 물리적 힘의 차이에 따른 자연스런 질서가 아니라, 역사적 사회조직에 따라 결정되어왔으며, 따라서 성적 지배의 양식은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는 것이 지은이의 일관된 생각이다. 지은이는 인간과 인척관계에 있는 ‘보노보’란 영장류의 조직을 통해(여기서는 암컷간의 연대를 통해 남성에 대한 여성의 지배가 이루어진다. 암컷의 물리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른 비서구 부족사회의 예를 통해 이 주장을 설득력있게 논증한다. 따라서 사회조직의 수준에서, 전적으로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행’의 문제를 사고해보겠다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 지배의 구조를 명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성적 지배의 역사적 양식들과 궁극적으로는 그 ‘철폐’까지도 사고해볼 수 있다. 성적 지배의 구조에 있어, 지배의 욕망은 일반적이라 해도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는 ‘사랑’이란 동물적 힘, 가족과 같은 친밀성의 공간의 문제가 개입한다. 따라서 성적 지배의 일반적 구조는 지배의 욕망, 사랑의 역사적 형식, 친밀성의 공간의 존재형태라는 세 가지 항(項)들의 접합으로 이루어진다. 성적 지배라는 문제를 전향적인 남성의 입장에서 그리고 튼실한 이론적 토대를 가진 이행이란 문제의식 아래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크나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더욱이 정합적인 개념들과 이론적 문장들로 표현되어 있지만 그 논리는 간명하여 따라잡기 좋으며, 무엇보다 풍부한 예증과 만개한 사유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보기 드문 미덕을 갖춘 책이라 하겠다. 헤겔에 대한 데리다의 오독을 지적한 부록의 글도 읽을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