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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오그랑죽/ 내일은 마트에 간다/ 예쁜 누나 선생님이 나타났다/ 까막눈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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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야말로 우리 집에 통일 밥상이 차려진 날이네요.”
엄마가 밝게 웃으며 말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본 엄마의 모습 중 가장 환해요. 아저씨는 한술 뜨지 않고도 벌써 배부르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네요. 무산이도 여느 날과는 달리 식탁 아래에서 냐오옹, 냐오옹 응석을 부려요. 통일 밥상에 앉은 우리가 행복해 보였나 봐요. 나는 오그랑죽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어요. 오호!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감자 오그랑죽! 바로 이 맛이었어요. 꿈에도 잊지 못하는 내 고향의 맛. 엄마의 ‘통일 밥상’이 크게 ‘히트’할 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들어요. 생각만 해도 신 나는 일이에요. --- p.34 급기야 할머니가 빗자루를 들더니 동생의 등짝을 냅다 후려쳤어요. 그러자 동생이 몸을 홱 돌리더니 눈을 홉뜨며 할머니에게 대들지 뭐예요. “왜 날 여기에 데려왔어요? 이렇게 거지새끼처럼 살 거면 고향에 버리고 오든지, 국경선에 풀어놓고 올 것이지, 왜 데려왔냐구? 맨날 헌옷에 싸구려 운동화에……. 여기 애들이 꽃제비 새끼라고 놀릴 때마다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나도 나이키 운동화 한번 신어보고 싶다구!” 동생이 엉엉 서럽게 울었어요. --- p.47 “혁아, 선생님은 무엇보다 네 친구가 되고 싶어.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내가 여기에 온 건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의 도우미가 되는 것이거든. 네가 남한살이에 뿌리를 잘 내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은 거야.” 선생님이 내 손을 잡으며 상냥하게 말했어요.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손길이에요. 나는 하마터면 학교에서 영민이 패거리에게 당한 이야기를 쏟아놓을 뻔했어요.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꾹 참았지요. --- p.73 서울 풍경은 정말 대단해요. 자동차는 왜 이리도 많은지요. 쳐다보기도 어지러울 정도로 높은 빌딩은 또 어떻고요. 거리를 오가는 여자들은 모두 화려해 보였어요. 나는 엄마의 얼굴을 돌아봤어요. 입가에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른 채 졸고 있는 걸 보니 몹시 피곤했던가 봐요. 휘황찬란한 서울과 꾸벅꾸벅 조는 엄마는 너무나 대조적이에요. 아마 엄마의 서울살이는 퍽 고단한 모양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매일 엄마와 눈 마주치며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 p.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