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대밭
2. 종이꽃 3. 보충수업 10년 4. 발문 - 눈이 맑은 시인 / 전정구 |
이광웅의 다른 상품
|
교사의 길이란
구절양장보다 어려운 밤길 여우한테 홀려 가는 보충수업의 길이다. 보충수업의 길 가기 싫다. 목이 쉬어 가는 밤길 발목 아프다. 하루에도 열 번이나 작파하고 싶은 마음 - 난작 인간 식자인의 길이 아닌 노력에 따른 성과 없이 입시제도의 개혁 없이 여우한테 홀려서 평생이 걸려 있는 이 길, 10년 동안 형광등 불빛 받아 눈비 같이 자욱한 백묵가루 날린다. 강의 한 시간에 담배 두 값 줍기 위해 구절양장보다 어려운 밤길 걷고 걷는다. 제자리걸음이다. 보충수업비는 불지 않고 머리 위에 수부룩히 백묵가루 쌓인다. 소년들의 성장을 위해 가르친다는 기쁨 교직자의 사명감 다 잃어버렸다. 애초부터 부여받지 않았다. 백묵가루 날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 꽃 한 송이 피어날 마음 한 조각 없다. 새 한 마리 지저귈 마음 한 조각 없다. 모두 다 태엽을 감아놓은 기계와 같고 심중에 남겨놓은 말 한 마디 없다. 태엽이 닳아지면 될 것이 무엇일까? 소년들의 성장을 위해 물려줄 수 없는 이 길, 생명한테 죄지으며 여우한테 홀려서 목이 쉬어 가는 밤길 가슴 얼어붙는다. --- p.94~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