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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칼을 쓸어주는 마디 굵은 손, 무릎에서 느껴지는 온기,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나지막하고 조용한 목소리.
“옛날 옛적 어느 고을에…”로 시작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옛이야기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연상되는 것은 아마도 열 번쯤 들었던 얘기를 다시 들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늘 흥미진진했던, 떡장수 앞에 호랑이가 나타나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가난한 나무꾼이 공주를 만나 행복하게 살면 함께 기뻐했던 어린 날의 추억 때문은 아닐까? 최하림 시인이 들려주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시리즈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자’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어쩌면 온갖 게임과 현란하고 다채로운 놀이감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전래동화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재미있는 장난감도 엄마가 혹은 아빠가 직접 읽어주는 동화책 한 권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우리가 다 커버린 지금도 전래동화를 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당시 이야기만을 들을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서로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전래동화 한 편을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 수록 작품 _ 꾀보 토끼와 얼룩덜룩 호랑이 “나는 저쪽으로 가서 참새들을 몰고 올 테니 아저씨는 여기 앉아서 입을 크게 벌리세요.” “이번에도 속이면 가만 두지 않을 테다!” “걱정 마시래도요.” 호랑이 하면 떠오르는 멋진 얼룩덜룩 줄무늬. 하지만 만약 호랑이의 무늬가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런 무늬가 생긴 걸까? 우리 옛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무섭고 사나운 맹수가 아닌 조금은 어리석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이 이야기는 토끼에게 속아 털이 그슬린 어리석은 호랑이를 등장시켜 호랑이 줄무늬의 유래에 대해 재미있고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_ 호랑이와 곶감과 소도둑 “아가, 아가, 여기 곶감 있다! 곶감! 울음 뚝! 울음 뚝!.” 아기의 울음이 금방 뚝 그쳤습니다. 방문 앞을 떠나려던 호랑이는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가 왔다고 해도 앙앙앙앙 울어대던 아기가 곶감이 왔다는 한마디에 울음을 그치다니!” 배를 채우려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 호랑이가 왔다는 말에도 꿈쩍 않고 울던 아기가 곶감이라는 소리에 울음을 그치는 걸 보고는 곶감이 자기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라 오해하고 만다. 때마침 그 집에 소를 훔치러 온 소도둑은 외양간에 숨어 있던 호랑이를 송아지라 착각하고 등에 올라타고, 호랑이는 곶감이라는 놈이 자기를 잡은 줄 알고 진땀을 빼는데……. 서로에게서 달아나기 위한 호랑이와 소도둑의 심야의 탈출극, 오해와 착각이 빚어낸 기막힌 하룻밤이 펼쳐진다. _ 손문답으로 사위를 고른 배 영감 배 영감은 딸을 데려갈 사윗감으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첫째, 자기와 장기를 두어 이겨야 하며 둘째, 손짓으로 질문하는 것에 손짓으로 대답하여 이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벙어리 손문답이지요. 마을에서 가장 예쁜 배 영감의 딸과 결혼하려면 통과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기와 손문답. 장기야 그렇다 치고 해석하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손문답이라는 게 결코 쉽지 않은 법. 인근 총각들이 모두 도전해 보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어느 배짱 좋은 청년이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다. 과연 그는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배 영감의 손문답과 장기를 통과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