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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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郭在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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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향, 맛, 이름이 달라도 세상의 모든 차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불과 물과 어떤 재료가 합쳐서 만들어내는 어떤 신비로운 것이 있었습니다. 그걸 차의 연금술이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불과 물과 차 재료에 마음이 더해집니다. 마음은 정말 얼마나 놀라운,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요! 그러면 세상의 그 어떤 황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살 수 없는 귀하고 귀한 차가 만들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색깔과 모든 향기와 모든 맛을 다 담은 것, 차의 다른 이름은 어쩌면 우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본문 조병준 글 중에서 차를 마시는 것의 요체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저렇게 우리 삶은 흘러간다. 대개는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그렇게 흘러간다. 습관에 따라, 의무감에 따라, 어제와 내일과 같은 오늘이 흘러간다. 그 와중에 문득 잠시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보는 것, 또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느껴지는 것, 슬로모션으로 내 자신과 주위 사물이 지각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어떤 비밀의 입구가 아닐까. - 본문 김영진 글 중에서 차와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무엇인가. 땅속에 깊이 뻗은 차나무의 뿌리와 하늘로 향한 사람의 머리털이다. 차의 신명은 땅 속(우주의 시원)에서 왔고 사람의 정신은 하늘, 그 그윽한 신화의 시공에서 내려왔다. 사람이 차를 마신다는 것은, 땅의 신과 하늘의 신의 깊은 만남을 뜻한다. - 본문 한승원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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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에 담긴 11인의 색과 향과 맛을 만난다
한잔의 커피는 뇌를 각성시켜 몸을 긴장케 하고, 한잔의 술은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그렇다면 한잔의 차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 책에서 차는 11가지 다양한 색과 향과 맛을 발산한다. 여행지에서 마신 한잔의 차는 ‘나눔의 연금술사’ 였다가(조병준, 〈짜이 한잔 할까요〉), 순천 해룡면 와온 바다에서 마시는 차는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준다(곽재구,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또한 바쁜 시간 짬을 내 연구실에서 마시는 차는 잠시나마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휴식’이기도 하다(강우방, 〈한가로운 가운데 모든 것을 잊는다〉). 소설 《초의》로 우리 차를 증흥시킨 초의 스님의 삶을 복원시킨 한승원에게는 차는 말 그대로 삶의 철학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우주 시원의 힘을 회복하기이며, 닳아진 우리 생체시계의 건전지에 재충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다신을 찾아서〉). 전통 문화와 다도 연구가인 이연자의 삶에선 차와 인생이 전도되었다는 인상까지 받는다. “천상병 씨의 시처럼 저승사자가 물으면 초록차밭으로 소풍을 다녀왔노라고 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꽃차, 찻잔에 자연을 품은〉). 그 외에도 육십 평생 차와 함께해온 순천 금둔사 지허 스님에게는 사람들과 연결시켜주는 다리였다가(〈하늘이 낸 사람, 땅이 낸 나무〉), 도회지의 문화적 기득권을 팽개치고 화계 문덕산에 초당을 짓고 사는 시인 김필곤에게는 풍류세계로 진입케 하는 방편이다(〈한나절은 차 끓이고 한나절은 시 쓰는 삶〉). 차 한잔이 권하는 삶 차 한잔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빛깔을 띤, 다양한 삶의 변주곡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지금 나의 생을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저자들이 인생에서 처음 차를 만난 강렬한 순간처럼 나를 매혹시킨 것은 무엇인지,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볼 여유가 있는지, 내 삶은 지금 어떤 빛깔을 띠고 있는지 말이다. 그리하여 차를 우리는 고요한 시간처럼, 은은히 퍼지는 차향기처럼, 찻잔에 오롯이 배어나오는 초록빛 차처럼,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한잔의 차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삶’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