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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러쉬 리이스)
청색책 갈색책 1 2 옮긴이 해제 :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진중권) 찾아보기 |
Wittgenstein, Ludwig Josef Joh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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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플라톤 이래의 모든 철학적 문제는 문법의 혼동에서 비롯된 가짜 문제라고 주장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1921)는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비트겐슈타인은 살아 생전에 출간한 이 유일한 저서 단 한 권으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들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 사후인 1953년 『철학적 탐구』가 출판되자, 사람들은 이 책이 과연 자신들이 알고 있던 비트겐슈타인의 작품인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논리-철학논고』와 『철학적 탐구』는 서로 완전히 다른 별개의 독창적인 저작이었기 때문이다.
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철학자들 중 그 누구도 비트겐슈타인처럼 그 사유의 뿌리가 완전히 달라 보이는 두 개의 사유를 발전시킨 예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두 명의 비트겐슈타인이 존재한 것이 아닐까 한동안 의아해했다. 그리고 숱한 갑론을박을 통해 이 두 저작 사이에 가로놓인 30여 년이라는 ‘잃어버린 세월’동안 비트겐슈타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완역된 비트겐슈타인의 미완성 유고 『청갈색책』은 이와 같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 작품이다. 1958년 초판이 출판된 『청갈색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논리-철학논고』의 비트겐슈타인이 아니라 『철학적 탐구』의 비트겐슈타인을 특징짓는 여러 사유의 단초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철학적 탐구』를 위한 예비적 연구”라고 불리게 됐다. 그러나 『청갈색책』은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세월’로만 보였던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사유를 끊임없이 발전시켜나갔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책으로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갈색책』은 근대철학의 토대를 이루는 모든 언어학적 전제들을 철저하고도 집요하게 해체함으로써 탈근대적 사유를 선취한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다. 즉, 이 책은 20세기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속에 가려져 왔던 탈근대적 비트겐슈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청갈색책』의 국내 최초 완역이 우리 시대의 ‘유쾌한 미학자’이자 ‘탁월한 논객’으로 알려져 있는 진중권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도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진중권은 자신의 인문적·미학적 사유에 영감을 준 사상가로 발터 벤야민과 더불어 비트겐슈타인을 꼽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번 『청갈색책』의 번역은 진중권에게 자신의 사유가 발 딛고 있는 기원을 되짚어보는 작업이었다. 이런 점에서 비트겐슈타인의 탈근대적 사유가 집약된 『청갈색책』의 번역자로서 진중권만한 적임자도 드물 것이다(전기와 후기의 비트겐슈타인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사유 전반을 명쾌히 해설해주고 있는 진중권의 옮긴이 해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읽어보면 다들 동의할 것이다). 특히 이번 국역본의 대본으로는 비트겐슈타인이 자신의 친구인 이탈리아 경제학자 피에트로 스라파에게 선물한 『청갈색책』의 영어 원본 텍스트에 입각해 영어본 초판(1958)을 수정한 영어본 제2판(1960)을 사용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청갈색책』의 1, 2부를 이루고 있는 「청색책」과 「갈색책」은 각각 1933~34년과 1934~35년 비트겐슈타인이 수업시간에 구술한 내용을 학생들이 받아쓴 책이다. 「갈색책」의 경우는 비트겐슈타인이 독일어로 개정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지만, 「청색책」의 경우는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즉, 『청갈색책』에 관한 한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로 씌어진 텍스트가 정본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비트겐슈타인의 제자이자 유산집행자인 러쉬 리이스의 「서문」 참조). 물론 번역에 만전을 가하기 위해 옮긴이 진중권은 독일어본(Werkausgabe, Bd.5)과 일본어본(全集 6)까지 참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