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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EK SEOK,白石,白奭,백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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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개구리 한 마리가 길을 갑니다. 형네 집에 쌀 한 말을 얻으러 바삐 갑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개구리는 발을 다친 소시랑게, 길을 잃은 방아깨비,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풀대에 걸린 하늘소, 물에 빠진 개똥벌레를 차례로 만납니다. 마음 착한 개구리는 매번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모두를 도와주지요. 덕분에 시간은 늦어지고, 개구리는 날이 저물어서야 형네 집에 도착합니다. 쌀 대신 벼 한 말을 얻어 지고 걸어가는 개구리. 어두운 밤길을 어덯게 갈지 걱정입니다. 이때 어디선가 날아온 개똥벌레, 등불을 받쳐 들고 앞장서니 어둡던 길이 밝아집니다. 그래도 개구리 앞엔 자꾸 걱정거리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 멋지게 도와줍니다. 등에 진 무거운 짐 하늘소가 들어 주고, 길을 막고 있는 소똥 더미 쇠똥구리가 치워주고, 방아깨비는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어 줍니다. 이제 찧은 쌀로 밥을 지어야 할텐데, 장작이 없군요. 하지만 이번에도 걱정 없습니다. 소시랑게가 풀룩풀룩 거품 지어 맛난 흰 밥을 한솥 지어 주었으니까요. 이리하여 개구리는 도움을 주고 받은 친구들과 둘러 앉아 정답게 한솥밥을 나누어 먹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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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을 읽는 재미
<개구리네 한솥밥>은 '동화시'입니다. 동화이면서 동시이지요. 1957년 북한에서 출간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실린 몇 편의 동화시 가운데 한 작품으로, 시라는 형식이 지닌 리듬감과 시어의 반복이 독자의 흥을 돋우어 주고, 이야기에 빠져 들게 합니다. 백석 시인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글은 북한에서 발표된 동시 세 편과 이 동화시집뿐이지만, 아동문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몇 편의 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가 시인으로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남긴 가장 좋은 선물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덥적덥적, 뿌구국, 디퍽디퍽, 허덕허덕, 비르륵, 풀룩풀룩 등 의성어와 의태어, 그리고 생소하지만 정겨운 단어와 말투도 재미를 더해 줍니다. 실제로 백석은 시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당시 자신의 고향인 평안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 쓰기를 고집했고, 그것은 그의 시의 주요한 특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에서 활동한 문인으로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작품들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시어와 고유한 감성으로 그 가치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목판화로 만나는 정다운 이웃들 무엇보다도 개구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우정과 순박함이 이 이야기의 백미입니다.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일일이 도움을 주다가 그만 자기 가던 길이 한참 늦어 버리는 착하디 착한 개구리와, 이런 개구리가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마다 마침맞게 나타나 각자의 재주를 발휘해 도와주는 친구들. 특히 방아깨비가 진짜로 방아를 찧어 벼를 쓿어 주고, 게가 거품을 지어 밥을 한다는 발상이 재미있고도 정답습니다. 자기가 가진 재주로 작은 도움을 서로 주고 받는 소박하고 정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목판에 새겨 찍어냈습니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느낌의 목판화가 꾸밈없고 착하기만 한 등장인물들을 잘 표현하면서, 익살스러운 표정과 움직임도 놓치지 않습니다. 여기에 곱게 색을 입혀 눈을 더욱 즐겁게 해줍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멋스러운 담채가 경쾌하게 어우러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