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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의 쿠바기행
유재현
200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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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ㅣ 희망의 또 다른 이름으로
프롤로그
쌀쌀한 관문
사라진 달러
1페소짜리 공짜 지도
히치하이커들의 숲
위기가 생태에게 선물한 축복
트랙터를 쫓는 새와 황소를 쫓는 닭들
비냘레스의 벽화
물을 믿는 사람들
신발과 바지 그리고 평등
쿠바 인민의 시가
담배와 설탕
구리 거인 안토니오 마세오
꽃을 파는 오가노포니코
구호를 유심히
생태를 지키는 법
인간과 사회주의
스카페이스
떠날 자는 모두 떠나라
승리를 이야기한다는 것
적자일까, 흑자일까
나비넥타이의 호텔리어
부자가 된다는 것
당신들은 안녕한가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살사의 신
황홀한 커피의 맛
상점
투어리즘 퍼스트
쉘 위 댄스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중에서
코만단시아 데 라 플라타
산티아고의 M26-7
쿠바의 어머니, 마리아나 그라할레스
기적의 수술 : 라틴아메리카의 심봉사들에게
관타나모의 혁명 가족
빗속의 관타나모
블랙마켓과 인간
그들의 신과 하투에이
체 게바라와 초콜릿 공장
지옥
여기, 이 사내 체 게바라
오늘 이 시대의 체 게바라
바라데로의 그늘
쿠바, 베네수엘라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아바나, 그 빛과 어둠
팔라다레의 몰락
차이나타운과 피자
캐피톨과 카피톨리오
박물관의 혁명
말레콘을 걸러볼까요
승리할 때까지
아바나의 몽상가
사과 한 알의 즙
산테리아와 시가
농민시장
헤수스의 꿈
레닌을 넘어
에필로그 : 영감으로서의 쿠바

저자 소개 1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으며,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아 훈센 개발독재에서 박정희의 부활을 목격한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현장을 기록한 『샬롬과 쌀람,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아시아의 뒤집힌 민주주의의 현실을 살펴본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몰락하는 미국 사회의 현장을 여행한 『거꾸로 달리는 미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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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64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2180927

출판사 리뷰

지구 반대편의 ‘이상한’ 나라 쿠바에 관한 독특한 기행서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지도부 중 어느 누구도 공공연하게 사회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다. 완고하고 이상주의적인 사회주의자이던 체 게바라조차 동료들에게 ‘사회주의’란 단어를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속삭여야 했다. 그러나 불과 2년 뒤, 쿠바혁명은 불현듯 선명한 사회주의혁명이 되었고, ‘등 떠밀리듯’ 사회주의자가 되어버렸던 피델 카스트로는 아제 팔십 노구를 군복에 담고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의 유일한 소련 위성국이었으면서 소련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 존재하고 있는 나라, 하루하루 식량을 배급 받으며 경제난을 호소하면서도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체제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과 가장 긴 평균수명을 자랑하는 나라, 목숨을 건 미국으로의 보트 탈출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동시에 사회주의 체제의 유지를 묻는 선거에 유권자의 98.7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지는 ‘이상한’ 나라 쿠바. 이 책은 소설가 유재현이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창작프로그램에서 ‘보너스’로 주어진 미국 여행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플로리다 해협 건너편 ‘금단의 섬’으로 날아가 만난 쿠바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독특한 기행서다. 일반적인 여행서가 갖기 쉬운 감상적인 혹은 가벼운 이방인의 시선이 아닌 쿠바의 시선으로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되짚으며 그들의 과거를 토대로 현재의 모습을 바라볼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까지를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몰락을 면하고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현실사회주의국가일 뿐인 쿠바.” 저자는 이 이상한 나라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낭만화된 모습 이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위기를 기회로, 유기농업과 도시농업이 가져온 생태혁명

“흰 새들이 트랙터를 피하느라 날개를 퍼덕이면서도 날아가지는 않고 트랙터 주변을 서성거렸다. 트랙터와 새들이라…… 어울리지 않는 쌍이었다. 트랙터가 밭을 갈면서 뒤집은 흙에 연신 부리를 쪼고 있는 꼴이 먹이를 찾아온 게 분명했다. 흙이 살아 있구나. 나는 불현듯 고개를 끄덕였다. 흙 속에 살고 있던 생명이 밖으로 튀어나와 숲의 새들을 부른 것이다. 밭을 갈면 새가 모인다. 죽은 땅을 화학비료로 덮어 간신히 작물을 키우는 농사에 익숙해진 시선으로는 생경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다. (……) 유기농이란 이처럼 간단했다. 밭을 갈 때 새나 닭이 모이면 그것이 유기농이었다. 땅이 살아 있으면 그것이 유기농이었다. 고작 15년 만의 변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감탄할 만했다.”(본문 47~48쪽)

오늘날 생태와 도시농업, 유기농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쿠바의 농촌은 1990년대 이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쿠바 농업은 카리브해 인근 국가에 비해 세 배의 화학비료를 소모했으며, 소비에트식 대규모 기계농업을 모델로 사탕수수 위주의 단일경작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1989년 소련의 몰락과 코메콘(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 공산권의 경제협력기구. 쿠바의 설탕을 비싼 값으로 사들이고 원유와 식량, 공산품 등을 싼값에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의 경제봉쇄정책으로 고립된 쿠바를 지원했다)의 붕괴로 수출입선이 모두 끊기자 쿠바의 식량자급률은 순식간에 40퍼센트대로 곤두박질쳤고, 굶주림은 일상이 되었다. 기름도 비료도 농약도 없는 상황에서 ‘굶어 죽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였다. 기름도 비료도 농약도 없는 농업, 즉 유기농업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들에게 생태와 유기농은 사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파괴된 생태를 회복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한 에너지 부족으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농산물 운송이 여의치 않았으므로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직접 밭을 갈아야 했다. 그 결과 오가노포니코, 즉 도시의 빈터를 활용해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이 등장했고, 아바나는 전세계 환경운동가와 생태학자들 사이에서 미래 생태도시의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도시농업은 인구가 집중된 도시의 식량난을 더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부분적으로 실업률의 완화를 가져왔다. 쿠바의 오가노포니코는 산업사회에서 대척점에 놓인 ‘도시’와 ‘농업’이 결합했다는 점에서 도시농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일컬어지며, “도시가 식량을 자급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꿈의 가능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증명해” 보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등과 생존, 그 경계를 넘어

“누구나 할 것 없이 해진 옷과 신발을 걸치고 다니면서도 나는 특별히 그늘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고 어른들은 무심했다. 물자 부족을 칭송하거나 행복이 마음에 있다는 따위의 거짓을 늘어놓으려 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단 한 가지는 사람들이 저마다 모두 평등하다고 믿고 또 현실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불만에 가득 차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본문 62쪽)

학교마다 장애인 특수 프로그램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학생 수에 상관없이 학교가 세워지는 나라. 쿠바 거리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풍경은 그들처럼 사회주의적인 생활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전날 만난 한 소녀에게 선물한 한 봉지의 사탕을 다음날 거리를 뛰어노는 여러 아이들의 입 속에서 발견했을 때 저자는 자신도 모르게 ‘두고두고 혼자 먹지’라고 생각하다 이내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하면, 또 자전거에 빵을 싣고 가던 소년을 만나 돈을 주며 빵을 달라고 했을 때 실은 배급 받아 오던 빵을 “배고픈 여행객”에게 건네주고(배급품이므로 돈도 받지 않은 채)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던 소년의 모습을 오래 담아둔다. 심각한 교통난으로 도로에서 차만 보이면 카풀과 히치하이킹을 거리낌 없이 요구하는 쿠바 사람들의 모습에 재미있어하다가도, 혁명 후 제도적으로 인종 간의 차별을 엄격히 금지한 덕에 교육과 취업 등의 모든 분야에서 평등해진 흑인과 백인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고백하기도 한다. “쿠바의 농촌 지역에서 뮬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와 흑인과 백인이 서로 어울려 함께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작 본인들은 별다른 느낌이 없을 텐데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낯선 풍경일 수가 없다. 무의식 깊은 곳에 틀어박혀 있는 백인우월주의가 손톱을 세우고 각막에 상처를 내는 느낌이다.”
물론 1990년대 이후 쿠바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흘러들어온 달러를 흡수하는 일에서 시작한 이중경제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나누고 그 박탈감이 국가를 상대로 한 절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배급품을 빼돌려 암거래를 하는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는 것보다 수월할” 뿐 아니라 그러면서도 아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여전히 제도적으로 현실적으로 인종 간의 평등이 보장되어 있긴 하지만 이중경제로 왜곡된 경제적 평등은 인종적 평등에까지 손상을 주고 있다. 산디노에서 만난 쿠바의 젊은 교사 라몬에게 쿠바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저자에게 젊은이는 이렇게 답한다. “인간적인 체제죠.”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그도 새 냉장고를 사기 위해 주말이면 어김없이 불법 낚시를 나간다.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평등하게 충족시켜주는 체제…… 그러나 그런 체제가 지구의 대부분에서 하루아침에 붕괴해버리거나 투항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미국의 봉쇄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쿠바 사회주의의 역설 또한 보장할 수 없기란 매일반이다.”


박물관 바깥의 혁명을 위하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보이듯이 말레콘 해변의 방조제를 넘은 파도가 도로를 달리는 차를 덮치는 환상과 낭만의 나라, 살사의 열정과 트로바의 선율이 흐르는 도시,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와 실패한 사회주의 나라 등이 지금까지 쿠바를 향한 우리의 일반적인 시선이 아닐까. 이 책은 이런 낭만적이고 피상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쿠바에 관한 ‘본격적인 이해’에 나선 독특한 역사문화기행서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쿠바는 생태와 농업, 국제주의, 생산관계 등에서 의미심장한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의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맞선, 쿠바와 베네수엘라 주축의 알바(ALBA,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로도 짐작할 수 있듯 라틴아메리카의 신자유주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입지가 약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혁명이 모욕당한 시대에 라틴아메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혁명적인 대륙이 되어가고” 있으며, 쿠바는 그런 라틴아메리카에서 지도적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쿠바의 대지와 바람, 춤과 노래,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 속에서 그들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일말의 가능성을 얻고 싶었다고 말한다. “혁명은 박물관에 머물지 않고 거리와 집들, 사람들의 가슴속에 존재한다. 아이들이 믿지 않으면 생명의 빛을 잃어버리는 요정처럼 거리와 사람들 속에서 혁명이 사라지면 혁명은 조용히 빛을 잃고 박물이 되어 박물관에 갇혀버린다.” “서부의 끝에서 동부의 끝까지, 멕시코만에서 대서양, 카리브해에서 플로리다해협까지의 두 번에 걸친 여정을 끝냈을 때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적 영감이 사라진 자본주의만큼 참혹한 체제는 없다”는 그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동조한다면 쿠바는 낭만적인 이미지를 넘어선, 우리 미래를 향한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을 무너뜨리고 건설하는 혁명가가 아니더라도 우린 저마다 혁명할 거리를 갖고 있다. 책상 앞에서, 거리에서, 일터에서, 어디에서라도. 혁명의 원칙은 다르지 않다. 신념과 도덕, 원칙. 그것만으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혁명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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