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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에 지는 사람
2. 도를 훔치다 3. 박수 두무지 4. 지함이 사라지다 5. 허생전 6. 토정의 난 7. 삼개나루 8. 명종의 시험 9. 용호비결 10. 참성단 11. 토정비결 12. 마지막 1년 13. 다시 찾아온 두무지 14. 토정, 그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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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이 다시 돌아온 것은, 사자진 지 세 해 만인 을해년(乙亥年, 1575)이었다. 화담 산방으로 돌아온 토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태연했다.
토정은 남루한 옷을 걸치고 몹시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휴는 토정의 마음고생이 컸음을 단밥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동안 노심초사한 박지화가 겨우 한숨을 돌리긴 했으나 여간 노여움이 큰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토정은 껄껄 웃으면서 박지화를 위로할 뿐 달리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다만 산방 학인들 앞에 비결서 한 권을 내놓고는 그 동안 이 책을 지었노라고만 말햇다. 겉장에는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고 씌어 있었다. "형님, 이 책을 쓰시려고 갑자기 은둔하셨습니까?" "언젠가는 자네가 알게 될 것일세. 우선 책을 살펴보게." 정휴는 토정이 건네주는 비결서를 받아 찬찬히 읽어보았다. 글이 역시 토정다운 명문이었다. 111 동풍에 얼음이 녹으니 마른나무에도 봄이 오른다. (東風解凍 枯木逢春) 112 두둥실 보름달이 보기 좋은나, 세월이 닳고 나면 손톱처럼 작아지네. (望月圓滿 更有虧時) 113 버들가지에 앉아 우는 저 꾀꼬리, 털깃마다 황금빛이로세. (鶯上柳枝 片片黃金) 정휴는 토정의 비결서를 읽으면서 그가 백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슴 뭉클하게 느낄 수 있엇다. 특히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즉 언제 돈을 벌 수 있는가, 언제 관직에 오를까 같은 의문을 시적으로 부드럽게 풀이하면서 잘 다독거려 주고 있었다. ---pp.258~2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