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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는 자기 그림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유령. 그렇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유령, 어느 날 자기 손에 의해 하늘에서 내려온 순수한 유령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천사가 존재한다면 지금 이런 모습이리라. 천사에게도 성의 구분이 있는가에 대해선 추호도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에게 포즈를 취해준 수많은 여인들 중에서 이런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저런 얼굴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에게 무슨 말을 하러 온 것일까?
마흔 다섯 살 먹은 고야의 눈은 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것, 혹은 그 이상의 것도 볼 수 있었다. 마드리드나 다른 지방에서 팔리는 그의 판화작품에서는 신부나 수도승을 종종 해골 마녀나 어둠의 피조물, 심지어 지옥에서 온 피조물을 혼합한 그로테스크한 인간, 심지어 괴물로 표현했었다. 이런 희화적이며 풍자적 측면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는 별로 충격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고 구입하는 개명한 사람들조차도 벽에는 걸지 않았다. 그의 작품은 그들 눈에 충돌하여 놀라게 했고 보는 이의 눈을 뜨겁게 태워버렸다. …… 신앙심이 돈독한 적대적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페인 왕궁의 공식화가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은 사탄의 후계자라서 밤마다 악마의 잔치에 놀러갔다가 그 더러운 풍경을 그림에 옮긴다는 말도 떠돌았다. “신의 자식들에게는 친절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특히 당신 판화를 보면 그렇다고. 저기 마르기를 기다리는 작품 몇 점을 언뜻 보았죠. 가까이 가서 확인하면 선량한 기독교인을 전율하게 만들 게 틀림없을 작품을 볼 것 같더군요.” “그 유령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르겠네.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내 손은 그들을 본다네. 문득 그 유령들이 내 손가락 사이에 있단 말이지. 쫓아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는 거야. 마치 내 손안에 저 악마의 입과 천사의 얼굴이 숨어 있다가 이따금 불쑥 튀어나오는 것 같아. …… 그 얼굴, 그들의 얼굴이 내 삶의 도처에 따라다닌다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 얼굴이 끊임없이 되살아난단 말이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치 침대 머리맡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눈앞에 나타난다네. 밤에는 꿈속에 나타나지. 낮에도 거리에서 내 집에서 어디에서고 문득 문득 내 눈에 보인다네. 언제인가 사냥할 때는 숲 속에서도 나타나더군. 전혀 기대하지 않던 순간에 나타난단 말일세. 저기 얼굴이 나타나서 나를 보고 웃는다네.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네. 나로선 속수무책이지. 그 얼굴을 천사나 여신의 몸, 혹은 다른 인물 얼굴에 그려 넣었네. 그래서 무엇을 그리거나 얼굴이 달라지지 않았다네. 이해하겠나?”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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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이 인접 국가들을 혼돈 속에 몰아넣은 가운데, 스페인은 종교재판소의 권위를 부활해 질서를 회복하고자 한다.
로렌조 신부는 스페인 종교재판소의 정점에 있으며 명석한 두뇌와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며 능력을 인정받는 인물. 로렌조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야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이며, 왕과 왕비의 초상화를 그리는 궁정화가다. 어느날 고야의 아름다운 모델이자, 친구의 딸인 이네스가 부당한 누명을 쓰고 종교재판소 감옥에 갇히는 일이 발생한다. 부유한 상인인 이네스의 아버지 토마는 딸을 구하기 위해 성당 재건 비용 기부를 구실로 고야와 로렌조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자신의 딸이 부당한 심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토마는 어이없는 강변을 늘어놓는 로렌조를 심문하여, 자신의 딸이 심문의 고통에 못 이겨 허위 고백을 했던 것처럼 로렌조에게서도 종교재판소를 모독하는 강제 고백의 고해문서를 받아낸다. 하지만 로렌조는 이네스를 찾아가 연민을 구실로 그녀와 사랑을 나눈 뒤, 지하감옥에 그녀를 버린다. 토마는 로렌조의 고해문서를 왕에게 보고하고, 종교재판소는 로렌조의 지위를 박탈하고 가톨릭교회에서 추방하기에 이른다. 그 후로 20여 년의 세월이 지나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점령하기 직전, 고야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정신적으로도 황폐화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는 전성기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동안 로렌조는 프랑스로 가서 나폴레옹 정권의 핵심 간부가 되어 스페인에 돌아온다. 그는 이제 종교가 아닌 이성과 혁명의 중심에 서서 스페인의 종교재판을 기소할 기회를 즐긴다. 그 와중에 그간 종교재판에 의해 갇힌 자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된다. 또한 고야의 아름다운 모델이자 꿈이었던 이네스 역시 감옥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젊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까지 모두 살육되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그녀 곁에 남은 사람은 늙고 힘없는 고야뿐이다. 이네스는 감옥에 있는 동안 딸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린다. 고야는 이네스의 딸 알리시아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고, 드디어 로렌조가 아이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딸인 알리시아가 창녀가 된 것을 안 로렌조는 그 사실이 자신의 출세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마드리드의 창녀를 모두 다른 나라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고, 고야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네스와 그녀의 딸은 끝내 상봉하지 못하게 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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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잠들면 악마가 태어난다!”
폭력과 광기로 얼룩진 대혼란 시대의 스페인, 궁정화가 고야의 붓끝에서 충격적으로 되살아나는 긴장과 전율이 한 폭의 회화처럼 다가온다! 2007년 개봉 예정인 최고의 화제작! <아마데우스> 밀로스 포만 감독, <프라하의 봄> 장 클로드 카리에르 <레옹>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고야의 유령> 원작 소설 소설 『고야의 유령』은 <아마데우스><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영화계의 명장 밀로스 포만과 <프라하의 봄><양철북> 등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손꼽히는 장 클로드 카리에르가 작품의 영화화를 위해 직접 집필한 원작 소설이다. 2007년 스페인 개봉을 필두로 전 세계에 개봉될 예정인 이 작품은 <레옹>의 마틸다 역을 맡았던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이미 세간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어둡고 혼란했던 스페인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그 속에서 펼쳐지는 비극적 운명의 남녀와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 텍스트가 암시하는 영상의 이미지를 한껏 자극시키며, 불후의 명작 <아마데우스>에 이은 또 하나의 걸작을 예감케 한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암흑의 스페인 역사 속에서 야심찬 한 남자와 그를 사랑했던 비운의 여인,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궁정화가 고야의 시선이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눈앞에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