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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s Du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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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와 푸코의 『말과 사물』이 철학책인데도 마치 빵처럼 팔려나간 이후 이 방대한 시리즈만큼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출간되자마자 ‘상업적 베스트셀러만큼이나 많이 팔려나간’(프랑스에서만 20만 질이 팔렸다고 함) 책은 이후에도 이전에도 드물었다. 전 5권 합해 거의 5,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일반 독자를 겨냥해 지난 2,000여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은 이제까지의 모든 인문?사회과학적 흐름들이 이 시리즈 속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이후의 모든 인간 탐구는 바로 이 시리즈에서 연원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역사 연구의 신기원을 이룬 기념비적인 명저’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이 시리즈는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학계와 출판계에서 인간 탐구의 다양한 조류들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제5권은 이혼, 신체, 다이어트, 성, 가족, 리틀 맘, 황혼 이혼 등의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마치 우리의 현실을 거의 있는 그대로 투시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이다.
이처럼 이 시리즈의 다채로운 연구 주제와 다양한 연구 방법론들은 ‘새로운 역사’를 주창하고 있는 서구 역사학계의 ‘드림팀’이 역사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혁신적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아마 전공 영역과 국적을 허물고 국제적인 대가들로 팀을 이루어 작업함으로써 지식의 교류와 소통의 새로운 장을 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 ‘눈(眼)을 위한 축제’라는 평이 따랐을 정도로 텍스트와 도판이 정교한 하모니를 이루도록 한 것은 이 시리즈를 단순히 하나의 책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처럼 역사와 인간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과 시각이 책을 구성하는 다양한 편집술 및 배치술과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종의 오케스트라화를 통해 인간과 역사의 본질 그리고 우리의 현재의 삶을 새롭고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화려한 글읽기의 축제가 시작되고 있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도 다르면서 같은지! ― ‘이즘’과 ‘담론’에서 인간의 삶 그 자체로 “역사는 타인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자 미래의 삶을 여는 열쇠이다.” 원래 이 책은 프랑스의 명문 출판사인 쇠이유 출판사의 역사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미셸 비녹의 제안으로 1976년부터 10여 년간의 작업을 거쳐 1985년에 출판되었다. 국내에서도 꼼꼼한 번역과 원서에는 없는 치밀한 주 작업, ‘역사책’을 이야기책처럼 읽히도록 하기 위한 섬세한 번역 보완 작업, 그리고 정교한 도판 배치 등을 위해 10여 년의 열정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이 방대한 시리즈는 인문학의 위기 운운하는 세간의 분위기와는 달리 지난 5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새로운 삶의 방향과 학문의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독자들의 애장서로 자리잡아왔다. 그것은 무엇보다 지난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온갖 ‘이즘’과 ‘담론’이 유행한 것과 반대로 이 책이 철저하게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그것도 철저하게 새로운 눈과 프리즘으로 우리네 삶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필립 아리에스와 조르주 뒤비라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대가들의 안내로 이제까지 인간의 삶을,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우선 ‘사생활의 역사’라는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이 책은 결코 내밀한 부분 또는 어떤 비밀스러운 영역을 새로 ‘들추거나’ 드러내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켜 인간 이해의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 인간과 역사를 전혀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다. 집을 들어 비유하건대 이전까지의 역사가 인간의 삶을 오직 거실이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면 이 시리즈는 이러한 공간에 다락방과 침실, 그리고 지하실을 모두 합해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려고 한다. 즉 이제까지의 역사학이 인간을 궁정과 정치, 왕조를 중심으로 보았다면 이제 이를 인간과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다시 펼쳐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간에서 아날학파 하면 얼핏 떠올리는 ‘미시사’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풍속사와 예술사, 정치사, 표상들의 체계의 역사, 일상사 등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종합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엄청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역사학의 혁명을 연 아날의 노장 세대와 소장 세대, 그리고 각 국의 대가들이 다 함께 참여해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에스와 뒤비와 함께 40여 명에 달하는 국제적 대가들이 다 함께 참여하고 있는 이 시리즈는 자칫 지엽말단으로 흐르기 쉬운 이 주제가 장강처럼 유유히 흘러가면서 역사의 미지의 영역들을 촉촉이 적시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듯 이 5권의 책은 우리 눈앞에 다채로운 ‘인간의 삶’을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다채로운 인간 삶의 모습은 ‘지금, 여기’, 그리고 ‘개인적?집단적인 나’에 고착되어 있는 우리의 시선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고 열어준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학, 역사 인식은 (민족) 정체성 확인이나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한 수단의 차원에 그치고 만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조르주 뒤비의 말처럼 역사가 ‘타인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면 우리는 역사를 통해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게 되고, 그 모든 ‘다름’과 ‘차이’를 포괄한 것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삶, 인간 자체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시간적?공간적 거리를 관통하여 역사라는 거울에 되비쳐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생활의 역사』는 대립과 분열의 세기를 지나 공존과 타협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 인식의 장을 마련해준다 할 수 있다. 눈(眼)을 위한 화려한 축제 학문적으로나 생활면에서 국가와 정치로부터 개인과 인간으로 주된 관심사가 이동한 것이 지난 1980~1990년대의 유럽의 기본적인 양상이고 지금의 우리의 삶의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여기에 이미지의 시대의 도래를 또 다른 주요한 역사적 변화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펙터클의 시대니 이미지 시대니 하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들려오고 ‘문자 문화의 종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미 1980년대에 선구적으로 이미지와 문자가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것, 아니 절대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눈을 위한 화려한 축제”라는 명성이 따라다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각종 도판과 이미지들이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한 무슨 부속물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사생활을 무의식적으로 가장 은밀하고 정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낙서와 일기, 그림 등이었다는 정황을 고려해볼 때 역사학을 비롯한 인간과학에서 종종 사료로서의 가치를 망각해온 인간의 삶의 이면의 자료들은 충분히 역사적 조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눈을 위한 화려한 축제”라는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이러한 새로운 역사학적 방법론의 요청이 이 시리즈에서 성공적으로 달성되었다는 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놀라운 분야를 빼어나게 조명해 들어가는 텍스트 외에도 역사의 이면과 진실을 동시에, 그리고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각 장의 도판들을 통해 역사와 인간의 진실을 통찰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학문이 다채롭게 퓨전된 풍성한 이야깃상 이 시리즈는 역사책이지만 동시에 통상적인 역사책의 범주를 넘어선다. 오히려 시대에 관한 거대한 박물지(博物誌)에 가깝다. 즉 이 책은 각 시대의 남과 여, 그들의 사고와 감정, 몸, 삶의 태도와 관습, 코드 체계, 흔적, 기호들을 관찰하고 양피지 문헌들, 비단옷과 승려복, 그리고 문학 작품을 비롯한 각종 예술 작품과 저택의 돌에 새겨져 있는 사적인 것의 이미지들을 추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어떤 하나의 단일 주제와 방법론에 의한 하나의 체계적인 종합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 다양한 주제, 다양한 접근 방법과 다양한 방법론이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세에서 르네상스까지의 시대를 다루고 있는 제2권에서는 ‘사적’ ‘공적’이라는 언어의 용례부터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해 건축 구조와 집안의 장식물 등에서 보이는 사적인 것/공적인 것의 이미지, 문학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개인’, 정형화된 이미지보다 개인의 특징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조각 작품들 등을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의 우리 시대를 다루고 있는 제5권에서는 ‘노동’, ‘피임’, ‘낙태’, ‘전쟁과 정체성의 혼란’, ‘몸 그리고 섹스의 수수께끼’ ‘공산주의자 되기’, ‘이민자’ 등 목차만 대략 살펴보아도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얼마나 방대하고 적실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어떤 면에서 보면 ‘풍속의 역사’가 되기도 하고, 다른 면에서 보면 ‘예술의 역사’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심성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또 이념의 역사가 될 수도 있고 심층에 있는 대중들의 심성의 변화를 통해 ‘혁명’의 동력과 함께 혁명이 실제로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도 역추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요리에서도 ‘퓨전’ 요리가 새로 주목받듯이 다양한 주제와 방법론을 종합해놓은 이 책은 삶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입장을 고수하는데, 이것은 이제까지 획일적인 삶과 일치된 시선을 강요받아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또한 한 평자의 말대로 이 시리즈는 역사가와 인류학자는 물론, 온갖 종류의 분석가들과 소설가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