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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태초의, 당신에게
1장. 나는 코다입니다 스물두 살, 코다임을 알게 되다/ 코다를 만나다-당신과 나의 기억의 조각 2장.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 아빠와 함께한 미국 여행/ 농인의 천국 갤로뎃 대학교에 가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돌입하다 3장. 손으로 사랑을 속삭이다 입술 대신 손으로 사랑을 속삭이다/ 들리지 않는 세상 속에서 태어나다/ 손으로 말하는 호떡 장수/ 보라와 광희가 자라다 4장. 나는 어린 통역사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명절 풍경/ 농인의 통신 변천사/ 나는 그냥 ‘보라’이고 싶어/ 내가 딛은 세상과 나의 결혼 5장. 코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입으로 말하는 농인을 만나다/ 데프 필름,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제작하며/ ‘CODA in Korea’가 시작되다 에필로그: 엄마의 엄마, 당신에게 알아두면 유용한 수어 관련 사이트 알아두면 유용한 수어 인사 |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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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라는 정체성을 갖고 무대에 선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그들의 입과 그들의 손에서 나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언니들이 겪었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였고, 나의 이야기는 곧 그들의 이야기가 되었다. 어떻게 나의 삶이 이다지도 당신의 것과 닮았을까. 나는 웃다가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러 개의 조각이 되었고 나는 천천히 당신과 나의 조각을 맞추었다. --- p.21
청인은 누군가를 환영하고 축하할 때 박수를 쳐 소리를 내지만 농인은 다른 방식으로 박수를 친다. 양 팔을 들고 손바닥을 반짝반짝 좌우로 돌리며 시각적인 박수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몇몇 농인이 손을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만들자, 뒤에 있는 이들도 대화를 하다 말고 앞을 쳐다봤다. 자신의 시야에서 다른 움직임을 감지한 것이다. 그들은 양 팔을 올려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는 이들도 두 팔을 번쩍 들고 반짝이는 박수를 만들었다. 하나의 반짝이는 박수가 또 다른 반짝이는 박수를 불렀고, 그것이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되고 ‘갈채’를 이룬 것이었다.--- p.59 미국에 와서 제일 신기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 한국에서는 길을 걸으며 손을 움직이면 오가는 사람들이 대놓고 쳐다보거나 쳐다보지 않는 척하며 우리를 쳐다보곤 했다. 사춘기 시절, 그게 제일 싫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와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었다. 엄마가 내 어깨를 치며 말을 걸어도 고개만 살짝 좌우로 흔들고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이곳이 갤로뎃 대학교 주변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처음 발을 내딛었던 라스베이거스에서 필라델피아, 볼티모어와 워싱턴 D.C.에 도착할 때까지, 아빠와 나는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 이 상황에 감탄했다. --- p.89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전화 통역이었다. 어려운 것은 이사할 집을 알아보거나 은행에 전화해 우리 집의 빚이 얼마나 있는지를 묻고 통역하는 일이었다. [벼룩시장]이라고 크게 써진 신문에 아빠가 검정색 모나미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것을 읽는 일, 보증금 1천, 월 20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일, 그리고 아빠의 현재 재정 상황과 신용을 묻고 은행 대출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묻는 것은 아홉 살의 내게는 너무 난해했다. --- p.135 성인이 되었으니 더 이상 부모의 장애와, 세상의 편견과는 부딪힐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청소년기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달았다. 누구보다 세상을 잘 알고 있는 두 할머니는 언젠가 암초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게 누누이 경고했지만 나는 절대로 그것을 믿지 않았다 --- p.204 나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고, 나의 이야기이자 코다의 이야기를 했다. 영화 상영 후에도 연이어 그 이야기를 해야 했다. 내 몸 안에 켜켜이 쌓인 생채기를 하나 둘 꺼내어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씩씩해야 했다. 그래야 슬퍼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생채기가 내 몸 안에 또 다른 상처를 만들기 전에, 좀 더 씩씩한 화자가 되어야 했다. 대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종 울었다. 그래야만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있었다. --- p.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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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언어로 이야기하나요?”
또 다른 언어, 수어로 말하는 사람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롭게 바라본 세상, 청각장애 부모의 삶과 그 속에서 느낀 혼란들. 나를 이야기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작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장, ‘나는 코다입니다’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이 코다라는 것을 알게 된 저자가 같은 코다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새롭게 바라본 세상을 들려준다. 코다라는 말의 의미와 그것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2장,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농문화의 천국인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을 이야기한다. 아빠와 함께한 ‘데프 월드 엑스포’와 청각장애인이 열린 교육을 할 수 있는 ‘갤로뎃 대학교’까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한국과는 다른 또 다른 농문화에 대해 따뜻한 온기를 담았다. 3장 ‘손으로 사랑을 속삭이다’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청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성장 과정과 삶,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자라면서 겪은 들리는 세상과 들리지 않는 세상 속의 고민들을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의 인터뷰를 넣어 생생함을 더했다. 3장에서 부모님의 삶을 중점적으로 그렸다면 4장, ‘나는 어린 통역사’는 코다인 저자가 자라온 성장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남들과 다른 부모가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해야 할 일의 일부분을 대신해야 했던 과정들을 이야기한다. 5장, ‘코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은 구화를 쓰는 친구 예린을 만나게 되면서 알게 된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또한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들게 된 이유와 작업 과정에서 생긴 부모와의 갈등, ‘코다 인 코리아’의 모임을 위한 앞으로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책으로 만나다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특별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2014)는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딸(코다)이 부모의 삶과 자신의 삶,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고스란히 전한다. 들리는 않는 세상과 들리는 세상, 이 두 개의 세상을 같이 바라보는 딸이자 감독인 코다의 시선은 코다라는 정체성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평범한 개인의 시선이기도 하다. 우리가 ‘코다’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다름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습만 다를 뿐 나도 누군가에게는, 어떤 부류에게는 ‘다른’ 존재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홍글씨’를 지워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그들이 나이고, 내가 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상의 편견과 아무 상관없이 그저 ‘나’이길 바라는 코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상처와 고민 속에서 우리는 형태를 달리한 우리의 상처와 고민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모습 속에서 순수한 반짝거림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의 특별한 이야기, 손으로 전하기에 더욱 반짝거리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