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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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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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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마르크스(전조) (013)
1. 욕망의 씨앗을 뿌리는 자 (015)
2. 예술의 기적 (018)
심오한 사고 N° 1 (023)


동백꽃 (033)
1. 귀부인 (035)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1 (045)
2. 전쟁과 식민지 (054)
3. 토템으로서의 푸들 (060)
심오한 사고 N° 2 (066)
4. 싸움을 거부하며 (069)
심오한 사고 N° 3 (073)
5. 서글픈 조건 (076)
6. 수도복 (079)
7. 바다의 조각배 넵튄 (084)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2 (088)
8. 현대 엘리트들의 선지자 (094)
9. 붉은 시월 (098)
심오한 사고 N° 4 (105)
10. 그레비스라는 이름의 고양이 (108)
심오한 사고 N° 5 (113)
11. 차의 맛 (119)
심오한 사고 N° 6 (125)
12. 허한 코미디 (131)
13. 영원 (135)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3 (138)
14. 그렇다면, 옛 일본은? (142)
15. 부자들의 의무 (146)
심오한 사고 N° 7 (152)
16. 헌법이의 우울 (158)
17. 자고새의 엉덩이 (165)
18. 랴비닌 (169)
심오한 사고 N° 8 (173)


문법에 대하여 (181)
1. 찰나 (183)
2. 은혜의 순간 (188)
심오한 사고 N° 9 (192)
3. 껍질 밑에서 (203)
4. 균열과 연속 (211)
심오한 사고 N° 10 (214)
5. 괜찮은 느낌 (223)
6. 와비 (227)
심오한 사고 N° 11 (229)


여름비 (237)
1. 숨어사는 자 (239)
2. 의미라는 위대한 작업 (243)
3. 시간의 초월 (246)
4. 거미줄 같은 (248)
5. 레이스와 싸구려 장식 (250)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4 (255)
6. “변화를 좀 주려고요.” (258)
7. 장미 화관 (262)
심오한 사고 N° 12 (266)
8. 지옥으로 (274)
9. 아뿔사 (276)
10. 어떤 합일? (280)
11. 지속이 아니라 현존 (283)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5 (286)
12. 희망의 파도 (295)
13. 작은 방광 (298)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6 (301)
14. 화장실의 레퀴엠 (306)
15. 신비한 연합 (313)
16. 그때 (323)
17. 새로운 심장 (324)
18. 달콤한 불면 (327)
심오한 사고 N° 13 (328)


팔로마 (335)
1. 예리한 아이 (337)
2. 이 보이지 않는 (345)
3. 정의의 십자군 (352)
심오한 사고 N° 14 (355)
4. 원리원칙 (363)
5. 대척점 (367)
6. 바스 포르투스 (372)
7. 푸른 밤 (379)
세계 운동에 관한 고찰 N° 7 (381)
8. 행복한 몇 모금 (385)
9. 사진 속 여자 (391)
10. 먹구름 (393)
11. 비 (398)
12. 자매 (400)
심오한 사고 N° 15 (407)
13. 지옥에서 나온 (410)
14. 끝없는 이 복도 (416)
15. 땀에 흠씬 젖은 어깨 위로 (418)
16. 뭔가 끝나야 한다 (420)
17. 고통스러운 준비 (422)
18. 움직이는 물 (426)
19. 반짝이는 그림자 (428)
20. 가가우즈 부족들 (432)
21. 이 모든 찻잔들 (434)
22. 초원의 풀 (439)
23. 나의 동백꽃들 (443)
마지막 심오한 사고 (452)

저자 소개 2

뮈리엘 바르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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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iel Barbery

가디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5인’ 중 한 명이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1969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 교수 자격을 취득해 부르고뉴 대학교와 생로 교원양성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2000년 첫 소설 『맛』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맛』은 최우수 요리문학 상과 바쿠스 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두 번째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113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
가디언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5인’ 중 한 명이자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 1969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났다.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 교수 자격을 취득해 부르고뉴 대학교와 생로 교원양성대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2000년 첫 소설 『맛』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맛』은 최우수 요리문학 상과 바쿠스 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출간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 두 번째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113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조르주 브라상 상, 프랑스 서점 대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엘프의 삶』, 『이상한 나라』, 『로즈 홀로』, 『한 시간의 열정』, 『작가의 고양이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뮈리엘 바르베리의 다른 상품

Ryu Jae Hwa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철학아카데미,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프랑스 문학 및 프랑스 역사와 문화, 번역학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성적인 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달의 이면』 『오늘날의 토테미즘』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보다 듣다 읽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공무원 생리학』 『기자 생리학』, 모리스 블랑쇼의 『우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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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60쪽 | 566g | 128*188*25mm
ISBN13
9788954638173

책 속으로

나는 불안감이 찾아오면 내 은신처로 간다. 다른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읽은 문학책에 대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보다 더 고상한 기분전환이 있을까? 이보다 더 좋은 동반자가 있을까? 문학의 최면보다 더 감미로운 최면은 없다. --- p.169쪽)

예술, 그것은 다른 리듬 위에 서 있는 또 하나의 삶이다. --- p.213

정신의 심오한 사고가 아니라 물질의 걸작, 실재적이고 만질 수 있는 어떤 것, 아름답고 미학적인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인간의 삶을 살찌우는 사랑, 우정, 예술의 아름다움 같은 것, 나는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사랑, 우정 이런 것을 정말 안다고 하기에 난 아직 너무 어리다. 하지만 만일 내가 살아 있게 된다면, 예술은 그야말로 내 삶의 전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말하는 예술은 거장들의 걸작이 아니다. 아무리 페르메이르라 해도 목숨을 걸 정도로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숭고하지만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아름다움이란, 생의 운동 속에서 우리를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p.46

나는 시니컬한 것보다 더 가볍고 감상적인 건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가 그래도 어떤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년기의 유치한 환상을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니 괜히 비판적인 듯 냉소를 띠며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인생 참 좆같군. 난 이제 아무것도 안 믿어. 토 나올 때까지 즐길 거야” 같은 말은 매사가 불만인 감상적인 애들이나 하는 말이다. --- p.74

인간은 행동으로써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써 힘을 갖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언어로 지배하는 것이 궁극의 능력인 세상에 살고 있다. (....) 사실 그 말 잘하는 이들은 자기 밭을 지킬 능력도 안 되고, 저녁식사 때 토끼 한 마리 잡아오지 못하고, 제대로 생식할 능력도 없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없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는 우리의 동물적 본성에 있어 아주 끔찍한 상처이며, 일종의 타락이자 깊은 모순이다. --- p.75

욕망 때문에 우리는 설령 내일 죽게 되더라도 한 줌 먼지가 될 제국을 건설한다. 이것은 마치 다가올 제국의 전락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제국을 건설하고 싶은 갈증을 억누를 수 없는 것과 같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계속 갖고 싶도록 영감을 고취시키는 것과 같다. (...) 곧 우리는 찾지 않아도 되는 쾌락을 열망하며, 시작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 행복한 상태를 꿈꾼다. 아름다움이 더이상 목적도 계획도 아닌, 그러나 필시 우리 본성 자체가 될 상태. 그래, 이런 상태, 이것이 예술이다. --- p.284

모든 영장류가 최우선으로 전념하는 것이 섹스, 영토, 그리고 서열이라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기도의 의미에 대한 성찰은 상대적으로 무의미해 보인다. 물론 그들은 인간은 단순한 충동 그 이상의 것을, 더 의미 있는 것을 열망한다고 논박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이 더없는 진실인 동시에 (그렇지 않으면 왜 문학을 하겠는가?) 더없는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싶다. 의미 있는 것, 그것 역시 충동이다. 가장 높은 층위의 충동이다. --- p.347

“꿈은 다 날아갔고, 인생은 참 엿 같아.” 나는 어른들의 이렇게 인생 달관한 척하는 면이 싫다. 한 가지 진실이라면, 그들도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무슨 일이 닥쳤는지도 모르고, 울고 싶어도 괜히 센 척하는 어린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p.19~20

지성이 하나의 목표가 되는 순간 이상한 기능을 한다. 지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그것이 생산해내는 창의성, 간결성에서가 아니라, 그 표현의 난해함에서 찾을 수 있다. --- p.230

이런 허기진 열성과 맹목이 독학자들의 트레이드마크다. 정통 교육이 제시하는 확실한 지침을 얻지는 못하지만, 독학을 통해 자유롭고 종합적인 사고는 할 수 있다. 공식적 담론에서는 장벽을 치고 그것을 넘는 모험을 금하지 않는가. --- p.69~70

“정치, 그런 건 어린 부자놈들의 장난감이죠. 아무한테도 안 빌려주는.” --- p.38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외교는 힘의 균형이 무너질 때 이뤄진다. 강자가 약자의 외교적 제안을 받아들이는 법은 없다. --- p.304

나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삶이 부당하기 때문에 그들의 정신이 위대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이 적어도 가진 자들을 증오하는 데 있어서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젠은 아니었다. 제젠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가르쳐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또다른 가난한 사람들이다. --- p.168

가난은 낫이다. 가난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교의 능력을 다 베어버리고, 현재의 모든 악랄함을 견뎌낼 수 있도록 모든 감정을 다 씻어버리며 우릴 텅 빈 상태로 만든다. --- p.404

아마도 이것이 살아 있는 것이리라. 죽어가는 순간을 추격하는 것. --- p.384

그래서 나는 두 가지 확실한 점을 파악했다. 계급에 비례한 쾌락과 고통 속에서 강한 자는 살고 약한 자는 죽는다는 것을. 리제트가 예쁘고 가난했던 것처럼 나는 영리하고 초라했기 때문에, 내 계급에 대한 경멸로 머리 좋은 내 장점을 살리고자 한다면 그런 비슷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결국 나는 살아왔던 대로 살아야 할 것이다. 내 길은 비밀의 길,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니 나는 늘 그래온 것처럼 입을 다물어야 했고, 나와 다른 세계에 나를 섞어서는 절대 안 되었다. 입 다문 자, 따라서 나는 숨어사는 자가 되었다.

--- p.405

출판사 리뷰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만병통치약이다. 렉스프레스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처럼 혹은 영화 [아멜리에]처럼! 르몽드

남다른 지성과 교양을 감추고 살아가는 오십대 수위 아줌마 르네 미셸, 세상의 부조리와 삶의 허무를 너무 일찍 깨닫고 죽기로 결심해버린 맹랑한 천재 소녀 팔로마 조스……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단단한 가시를 세우고 그 안에 웅크린 채 살아가던 고독한 인물들이 세상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힐링 메시지’다. 감동적인 줄거리에 예술의 본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 그리고 문학, 철학,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사색, 속물적인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풍자, 유머러스한 에피소드 등이 풍성한 곁가지를 더한다.
2006년 프랑스 출간 당시 113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600만 이상의 독자로부터 사랑받아온 이 작품을 문학동네에서 참신한 번역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복간을 통해 기존의 번역(2006, 아르테 출판사 출간)에 아쉬움을 토로하던 독자들에게 보다 매끄러운 독서 기회와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힘들고 지친 삶을 치유하기 위한 독서 경험을 담은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는 이 소설이 자신의 저작의 모티브였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 책”이라 말했다. 또한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피터 박스올의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에 소개되는 등 국내외 수많은 명사들의 추천 도서로 손꼽혀왔다. 철학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처럼, 유쾌하면서도 날 선 풍자가 가득하고 삶 속으로 한 발 내딛으며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 혹은 영화 [아멜리에]처럼 다가올 것이라 르몽드 지는 평했다. 2009년 모나 아샤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미셸 부인에겐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있다.
몹시도 고독하고 더없이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처럼.”

톨스토이와 스탕달, 말러의 교향곡, 빔 벤더스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칸트와 마르크스,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평범한 수위 아줌마라기엔 조금 ‘특별한’ 심미안! 하지만 건물 수위라는 “사회의 보편적 환상”에 부합하기 위해 파리 부촌 그르넬 가 7번지의 르네 미셸은 자신의 지성과 교양을, 자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간다. 문학과 음악, 영화, 미술 등으로 내면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 진정한 아름다움과 예술의 추구, 지식 등은 수익이나 지위를 올리기 위한 피상적인 지적 허영이나 우월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세대주 한 번 바뀐 적 없는 이 아파트 1층 수위실, 자신의 은신처에서 이십칠 년을 근무하는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치밀한 노력과 설정 덕분이다. 교양서적을 읽을 땐 늘 텔레비전을 크게 켜두고, 사람들 앞에선 일부러 저속한 표현이나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골라 하고, 식생활마저 ‘수위답게’ 가장한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전형적인 수위 아줌마로 보이기 위한 눈물겨운 고군분투, 꼭 필요한 만큼의 예의와 퉁명스러움으로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르네의 고독한 삶. 그녀의 바람처럼, 이 건물 주민들의 눈에 그저 무식하고 괴팍한 수위, 오히려 유령 같은 존재일 뿐이다.
넘치는 지성과 교양 때문에 때때로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르네의 비밀스러운 일상은 대체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자신들과 ‘계층’이 다른 노동자의 삶이나 취향 따위엔 관심조차 없는 부르주아들을 상대로 르네가 집착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 살가운 척하지만 모두 “‘편견 없는 좌파로 잘 자랐기 때문에 수위하고도 스스럼없이 지낸다’는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는 주민들의 가식과 위선. 그런 모순 앞에 르네는 철옹성처럼 더욱 견고하게 가시를 세운다.
거짓과 허세로 가득한 이 호화 아파트에 조만간 위기가 닥칠 듯하다. 6층 장관집 막내딸, 맹랑한 천재 소녀 팔로마 조스 때문. 국회의원 아빠에, 문학박사 학위를 가진 엄마,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언니. 엄마도 부자, 아빠도 부자, 아직 열두 살의 팔로마는 자신도 잠재적으로 부자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도 다른 어른들처럼 언젠가 어항 속 금붕어처럼 끝나버리리란 것도.
세상의 부조리와 삶의 허무를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팔로마는 그래서 죽기로 결심한다. 학기가 끝나고 열세 살이 되는 날, 엄마의 서랍에서 훔친 수면제를 먹고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불을 질러 자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아파트도 잃고 딸도 잃은, 세상과 타인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이제는 불쌍하게 죽어간 아프리카 사람들을 한 번쯤 떠올려주길 기대하며.
얼마 후, 5층에 사는 요리 비평가 아르탕스 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이십칠 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온다. 프랑스 정치, 경제, 문화계의 인물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의 새 입주민답게 부유하고 세련된 일본인 신사, 하지만 다른 주민들과는 달리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는” 능력이 있는 가쿠로 오즈. 그가 아파트의 새 입주민이 되면서 르네와 팔로마 두 사람의 삶에도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르네의 삶에 찾아온 잔잔한 파동, 아무에게도 고백할 수 없었던, 가시를 세우고 살아가게 된 르네의 ‘진짜 비밀’과 가슴을 저미는 반전, 팔로마의 새로운 계획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우리는 모두 고슴도치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세우고 살아가는

캐비어 좌파(프랑스), 샴페인 사회주의자(영국), 부르주아 보헤미안(미국)…… 진보적 이념을 내세우면서 의식과 물질이 따로 노는, 가진 자의 위선이나 허위의식을 꼬집는 말들. 이 소설은 이른바 ‘캐비어 좌파’들을, 허울 좋게 겉으로 내세우는 이념과 실제 행동 방식이 다른 부르주아들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마르크스에 의해 세계관이 달라졌다는, 400제곱미터나 되는 아파트에 사는 부르주아 청년에게 르네는 참다못해 『독일 이데올로기』나 읽어보라고 응수한다. 팔로마 역시 모순 덩어리인 가족,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또다른 인물들을 향해 열두 살짜리 어린아이답지 않은 매섭고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평범한 일상을 관조하는 그들의 진지하면서도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엔 분명 사회적이고 풍자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부차적 요소일 뿐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고독한 두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집착에서 벗어나 조화를 꾀하고, 혼돈 속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려는 그들의 모습 말이다.” 뮈리엘 바르베리

소설 중반 새 입주자 가쿠로 오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르네와 팔로마는 서로의 존재를 거의 인식하지 않는 듯, 각자의 일상과 그 속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각자의 관점으로 외따로 기록해나갈 뿐이다. 그러나, 대화를 나눈 적조차 없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세상을 마주하는 두 사람은 하나의 뿌리, 같은 심연을 가진 영혼의 자매처럼 서로 닮아 있다. 나이도 사회적 격차도 다른,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두 인물은 서로를 향해, 세상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을 통해 상처를 보듬고 서로의 고독에 공감한다. 그리고 여전히 부조리하며 무심한 세상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의 의미와 생의 아름다움을 찾아나간다. 저마다의 상처와 한계를 떠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웅크린 채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 두 인물들을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될 때, 특별한 사연을 가진 듯 보이지만 결코 우리 모두의 사연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더욱 진한 여운과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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