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파르메니데스가 말하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나요? 처음에 "있는 것은 있다"라는 주장에 "예"라고 답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죠. 그런데 그의 제자인 제논(Zenon)은 사람들이 제대로 사고할 능력이 모자라는 탓에 스승의 견해와 반대되는 생각을 내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들을 논박하죠.
그는 이를 위해서 귀류법(歸謬法)을 사용합니다. 즉 자기와 상반되는 주장이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부조리로 몰고 가죠. 그러면 당연히 그 반대인 자기 주장이 타당할 수 밖에 없죠. "내가 맞는 것은 나에게 반대하는 네가 틀리기 때문이다." "네 꾀에 네가 넘어가도록 하겠다."
제논은 반대되는 주장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보고 웃으며 한마디 합니다. "그러니 내가 뭐랬소! 스승의 견해를 따라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서 몇가지 역설로 사람들을 골탕먹입니다. 그러면 한두가지만 볼까요?
먼저 100m 경주로를 생각해봅시다. 제논은 우리가 경주로 위를 달리는 경우 아무리 해도 그 끝까지 갈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번에 경주로의 끝까지 갈 수는 없으니까 일단 그 1/2지점까지 가야겠죠. 또 1/2 지점까지 가려면 그 1/4지점까지 가야 하고, 그 지점에 가려면 또 1/8지점까지 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할을 계속 해야겠죠. 문제는 이 분할을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미련하게 계속 밀고 나가는 점입니다. 이처럼 나눌 수 있는 데까지 나누면 어떻게 될까요?
일정한 길이를 무한하게 분할할 수 있다면, 무한하게 많은 지점들이 있겠죠. 그러면 이 무한한 지점들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통과하는 지점이 100개고 각 지점을 지나가는 데 1초씩 걸린다면 100초면 충분하죠. 잠깐 쉬었다 가더라도 105초면 되겠죠. 그런데 만약 그 지점이 1억개라면 쉬지 않고 가는 경우 1억초가 걸리겠죠. 그렇게 오랫동안 쉬지 않는다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그런데 그 지점이 무한히 많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무한히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아무리 가도 그 끝까지 갈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죠. 예를 들어서 내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는데 무한한 시간이 걸린다면 내가 살아서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손들이 대를 이어서 달려도 갈 수 없습니다. 10대에 걸쳐서 달린다고 한들 1000년도 안될 테니까, 그 정도는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물론 우리가 실제로 달리면 100m를 끝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도 얼마든지 갈 수 잇고요. 그러면 이렇게 실제로 달리면 제논의 역설을 논박한 것이 될까요? 제논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왜 이런 역설을 주장할까요?
--- 아킬레스는 왜 거북을 이길 수 없을까? (피노키오의 철학 2에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