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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달라붙어 있던 현실 감각이 녹아 흘러내렸다. 이제 된 것이다.
지금 여기에 꿈의 남성이 출현한다면 나는 그의 존재를 순순히 믿을 수가 있어. 문제는 그가 과연 출현할 것인지 어떤지 하는 것이었다. 제발, 이번에야말로 나와 주기를…. "컴패니언!" 에바는 불렀다. 그것이 그를 불러내는 명령어였다. 길게도 느껴지는 몇 초가 지났다. 목소리가 너무 약해서 컴퓨터가 감지할 수 없었는지도 몰라. 아니면 영상의 투영 거리가 내 계산보다 짧았나? 그것도 아니면… 이번에도 실패란 말인가? 에바는 늘어진 가지 밑을 허리를 굽히고 지나 다른 나무 곁으로 갔다. 그녀는 이번에는 더욱 큰 소리로 명령어를 외치려고 했다. 그때 불어오던 기류의 방향이 미묘하게 변하면서 누군가가 몰래 다가오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에바, 정말 바보같구나. 자신이 만들어낸 공상 세계에 놀라다니. 에바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남성의 향내가 났다. 물론 이것도 공상의 산물이다. 청결하면서도 야성적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남성적인…. "에바…" 에바는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갑자기 접시처럼 동그래졌다. 아마존 족처럼 키가 크고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 생김새로 보아 컴퓨터가〈핸섬〉이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 분명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