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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이 가지 않은 길
김혜순
또하나의문화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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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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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문대학

책소개

목차

1. 머리말
2. 식민주의 기억의 에로틱 정치학 - 김성례
3. 근대의 기획, 젠더화된 노동개념 - 김현미
4. 식민주의와 가부장제라는 미로 - 양현아
5. 1990년대의 시적현실, 어디에 있었는가 - 김혜순
6. 근대, 동양 여성이 가지 않은 길 - 우미성
7. 근대와 한국 여성 소설 - 최윤
8. 소수 집단 문학으로서의 여성 문학과 그 정치학 - 김영옥
9. 찾아보기
10. 글쓴이 소개

저자 소개 1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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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36g | 규격외
ISBN13
9788985635486

책 속으로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내가 소위 문예지에 시를 발표한 지 20년이 되었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리고 그 20년 간의 나와 내가 몸담았던 시의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시의 나라의 환경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하는 일도 그리 부질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몸담았던 80년대의 시적 현실과 90년대의 시적 현실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90년대, 우리 나라 시의 시적 현실이 어떠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를 말해 보는 일이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시적 현실은 시 안에 놓인 사물들과 시적 언술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다시 말하면 시적 현실은 시 안에서 시적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 맺기 방식에서 도출해내 볼 수 있다. 시적 현실이라는 명제는 소재주의적 명제가 아니라 방법론적 명제이다. 그러기에 시적 현실은 시인에 의해 창조된다. 시적 현실은 누구에게서나 다르게 정의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시적 현실은 존재의 의의가 있다. 시적 현실 속에 내재한 규칙은 본질은 아니지만 실존한다. 아울러 시적 현실은 현실이라고 명명되고 규정된 하나의 구조물이며, 시의 존재태이다. 시적 현실은 한 시인에 의해서 창조되는 다양한 의미 구조일 수도 있고, 다수의 시인들에 의해 창조된 유사한 의미 구조일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시적 현실은 그 시대가 창조한 일종의 신화이기도 하고, 그 시대 시인들이 살아낸 시적 삶의 방법이기도 하다.

---pp.105~106

출판사 리뷰

제1기 「또문대학」의 강의록이 『"근대," 여성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여성 문화 운동 단체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은 여러 해 전부터 "근대와 페미니즘", "근대화 과정 속의 여성" 등에 대한 토론을 계속해 왔는데, 그러한 논의를 더 열린 토론의 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개설한 강좌가 「또문대학」이다. 제1기 「또문대학」은 '페미니즘과 모더니티 서사'라는 주제로 1999년 9월 30일부터 12월 9일까지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열렸으며, 현재 제3기 「또문대학」이 진행중에 있다.

제1기 「또문대학」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타자화된 여성 경험의 흔적을 들추어내고 그로써 근대와 여성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였다. 최근 10여 년 간 우리 사회에서 뜨겁게 진행되어 온 근대성 논의가 제한된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 의식이 그 바탕에 있었다. 서구를 모델로 삼고 근대화를 진행해야 했던 우리 사회에서 근대화 과정을 논의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여러 겹으로 착종된 타자의 정치학에 대한 분석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에 의해 타자로 호명된 한국의 가부장제 사회는 자국의 여성들을 타자화시킴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근대화 과정에서 여성들은 타자의 자리에서 타자화된 경험을 가져야 했다. 여성의 관점에서 근대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또문대학」의 시도는, 근대화 과정에 각인된 타자성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기존의 근대화 논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공하고 있다.

김성례의 「식민주의 기억의 에로틱 정치학?」서는 충무공 묘소 훼손 사건과 구총독부 건물 폭파 사건을 통해, 식민 지배에 관한 기억이 에로틱한 주술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런 사건들이 공유하고 있는 일제 단맥설 등의 믿음은 일제 식민주의를 기억하는 하나의 문화적 각본이다. 식민주의에 대한 역사적 피해 의식이 풍수 지리설에 근거한 일제 단맥설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그럼으로써 역사를 주술화하고 주술을 역사화한다. 그런데 이 역사의 주술화 혹은 주술의 역사화는 산꼭대기에 쇠말뚝을 박는 풍수적 관행을 식민 지배 권력의 폭력적인 성행위에 비유하고 침략 당한 식민지 국토 및 민족 집단의 실체를 여성의 몸으로 비유함으로써 에로틱한 상징에 기대고 있다. "근대성 없는 근대화"를 추진한 한국의 식민적 근대성은 모든 권력의 근원으로 작동해 온 민족을 남근적 상징으로 기념비화했던 것이다. 이렇듯 한국인들의 역사적 피해 의식이 풍수 사상과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의 식민지적 근대성이 어떻게 에로틱하게 상징화된 제국주의의 식민주의 담론을 모방하면서 식민주의 기억을 정치화하는가를 보여 준다.

양현아의 「식민주의와 가부장제라는 미로」에서는 식민지 시기 가족법을 통해 한국의 가족 전통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구축, 전승되는 과정에 어둡게 남아 있는 식민지성에 대해 계보학적으로 접근한다. 식민지 조선에 세워진 가족법은 일본의 이에(家) 제도를 그 틀로 삼았다. 이에 제도는 메이지 시기에 고안된, 신유교주의에 기반한 일본의 "근대" 가족 제도였다. 이 논문은 식민지 시기에 일본의 법 제도와 가족 제도를 경유해서 조선의 부계 계승주의가 재구성되었고, 그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족법의 "전통" 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우미성의 「근대, 동양 여성이 가지 않은 길: 서양 무대에 재현된 동양 여성들에 얽힌 이야기」는 아시아에 대해 서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성애화된 오리엔탈리즘"의 구축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비극적 사랑을 다루고 있는 「나비 부인」 모티프가 그런 재현들의 기본적인 서사를 제공한다. 동양 여성은 서구인들의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충족시켜 줄 전근대적 원시의 땅을 상징하면서, 동양 일반을 서구가 언제든 소유할 수 있는 영토로 각인시키는 데 전적으로 기여하였다.

그 외 1960내 이후의 한국 근대화 기획을 중심으로 근대의 개념, 여성 노동의 문제, 성별(젠더) 이미지 등을 상호 중층적인 연결망 속에서 분석해 낸 김현미의 「근대의 기획, 젠더화된 노동 개념」,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했던 근대 문학의 서구적, 남성적 특성을 지적하면서 더 나아가 근대가 변화시킨 두 개의 축, 공간관과 시간관을 중심으로 근대 문학 안에서, 혹은 밖에서 진행되었던 여성 문학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를 꼼꼼히 짚어본, 소설가 최윤의 「근대화 한국 여성 소설」, 키치와 여성 시인들의 시세계, 시니피앙들의 축제, 새로운 리얼리즘 등을 중심으로 1990년대의 시적 현실을 재구성하면서 여성 시인들이 구축해낸 독창적인 시의 언어를 강조한 김혜순의 「1990년대의 시적 현실, 어디에 있었는가」, "세계 문학"과 "민족 문학"의 지리 정치학적,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질문함으로써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넓은 의미에서의 번역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살핀 김영옥의 「소수 집단 문학으로서의 여성 문학과 그 정치학」 등의 강의록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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