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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저기 저 붉은 동백은 피고: 21세기 문학의 길에 관한 소고 시(詩)/꿈/환(幻) 사랑, 오지 않을 과거 아나키들의 질주: 90년대를 넘어서 책읽기와 꿈꾸기로서의 시학: 80년대 해체적 양식의 시인들 제2부 시간 그 이후: 오정희의 <별사>를 중심으로 아틀란티스는 없다: 최윤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김영하론 제3부 Crazy Body: 김혜순의 시읽기 밤안개를 떠도는 저 혼돈의 자식들: 남진우와 김태동의 시 대중적 할례 속의 시인들: 유하와 함민복의 시 생명을 기다리는 공겻겅의 언어: 김기택의 시 죽음에 대한 시적 승리에 관하여: 말의 공간, 죽음의 공간, 최승자의 시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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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문학평론집 {천국에 가다}는 불가능한 것에 빠져들고 그 세계와의 접촉을 시도하고자 하는 문학적 모험과 관계한다. 그것은 일상과 천국 사이에 일종의 환각의 사다리를 놓는 작업과 같은 것이다. 세계와 부닥치는 그 극한의 정점에서 사실 환(幻)의 세계는 출발한다. 지리멸렬한 일상과의 충돌 속에서 오히려 자아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내 안에서 열고자 한다. 그것은 다른 세계에 대한 욕구이다.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맡을 수 없는 냄새를 맡는 존재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90년대 작가들은 이러한 환의 세계를 살아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詩), 사랑, 아나키즘도 실은 환각을 전제로 하고 있다. 김혜순의 해체되는 여성의 몸, 남진우의 죽음에 대한 제의적 의식(儀式), 함성호의 하늘을 향한 푸른 계단, 배용제의 무한속도 속의 도망도 실은 이런 일상 밖으로의 질주 혹은 더 큰 세계로의 탈주라 할 수 있다. 죽음이라는 이별을 치루는 오정희의 <별사>, 신화 속에 존재하는 아틀란티스를 향해 가는 최윤의 소설, 흡혈귀나 투명인간에 대한 생각이나 오지 않은 호출을 온 것으로 착각하는 김영하의 의도된 오해는 실은 환에 대한 희구라 할 수 있다. 리얼리티가 사라진 현실 속에서 90년대 문학은 결국 세상과 자아가 상상 속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환(幻)의 체험들은 모더니즘의 세계에서 거세된 비이성, 비현실의 영역이며, 90년대는 이 비현실을 현실 속으로 끌어들여 유사환각을 일구어 이곳의 차원에서 새로운 현실을 꿈꾸려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아가 보다 큰 세계와 합일하는 유일한 구멍이며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들어간 그 환상의 구멍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90년대 작품들을 모으고 비평하는 작업자의 심정은 바로 그들 의식과의 만남, 나아가 접점지대에서 환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