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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_ 고전하지 않는 고전 읽기를 위해서
1592년 임진년 1593년 계사년 1594년 갑오년 1595년 을미년 1596년 병신년 1597년 정유년 1598년 무술년 연대표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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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맑다.
새벽에 동생 우신과 조카 봉, 아들 회가 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 곁을 떠나 남쪽에서 두 해를 지내니 슬픔이 북받쳐 참기 어렵다. ▶ 『난중일기』의 시작 정읍 현감으로 재직하던 이순신이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부임한 때가 1591년 2월이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1년 2개월 전, 그의 나이 48세 때였다. 천거한 이는 『징비록』으로 유명한 유성룡. 반대가 심하고 뒷말이 많았던 인사였다. 종6품에서 정3품으로 한 번에 7품계를 뛰어넘는 승진이었던 탓이다.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이런 파격적인 승진은 이순신에게 크나큰 기쁨이었으리라. 그러나 1591년은 이미 전쟁의 조짐이 드러나던 시기였다. 이순신은 자신의 임무가 조만간 일어날지 모를 전쟁 대비에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그 일을 수행해냈다. 그렇게 8개월이 흘러 1592년(임진년) 새해를 맞은 날, 『난중일기』가 시작된다. 전쟁이 터지기 4개월 전이었다. ---「1592년 임진년 1월」중에서 14일 맑다. … 저녁에 천안에서 온 어떤 이가 집에서 보낸 편지를 전해주는데 봉투를 열기도 전에 온몸이 떨리고 정신이 흐릿했다. 거칠게 겉봉을 뜯고 열(둘째 아들)이 쓴 글씨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면(막내아들)이 적과 싸우다 죽었다는 걸 알고 간담이 내려앉는 줄도 모르고 목 놓아 울었다. 하늘이 어찌 이렇게도 어질지 않는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이처럼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는가.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 하늘이 데려간 것이냐.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이제 내가 세상에 살면서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 너를 따라 죽어 지하에서 같이 지내며 같이 울고 싶지만, 네 형과 네 누이, 네 엄마도 의지할 데가 없다. 아직은 참고 목숨을 이어갈 수밖에 없구나. 마음은 죽고 껍데기만 남아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이 1년 같구나. 밤 10시쯤 비가 내렸다. ▶ 아들 면의 죽음 어떤 종류건 승리란 대개 기쁨을 안겨준다. 그러나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승리의 기쁨은 아무 소용이 없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더라도 마찬가지다. 늘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장수 이순신도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그저 평범한 한 아버지일 뿐이다. 이순신은 유독 막내아들 면을 사랑했다. 면은 이순신을 닮은 속 깊고 영특한 아들이었다. 그 아들이 고향 아산과 가족을 지키다가 일본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면의 나이 고작 21세였다. 명량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절절한 울음이 터져나온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따라 죽지 못함을 비통해한다. 극도의 상실감에 넋을 놓는다. 아들의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슬픔과 절망 그 자체였다. ---「1597년 정유년 10월」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