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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에 즈음하여
들어가는 말 제1장 불교 승단의성립과 구성 1. 석가모니의 출가 2. 석가모니의 수행 3. 불교승단의 성립 4. 승단의 구성원 5. 승단의 생활원리 제2장 율장 1. 율장이란 2. 율장과 부파 분열 3. 율장 연구의 의의 4. 계란 무엇인가 5. 승단의 개념과 계 제3장 출가의식 1. 여러 가지 출가 코스 2. 신도의 획득 3. 삼귀의와 오계의 서원 4. 재가신도의 존재 의미 5. 사미 출가(출가생활의 시작) 6. 수계 제4장 차법 1. 차법이란 무엇인가 2. 비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 (1) 전향자 (2) 외도 (3) 중병인 (4) 관사(관리) (5) 범죄자 (6) 부채자 (7) 노예 (8) 20세가 되지 않은 자 (9) 부모의 허가를 얻지 못한 자 (10) 황문(거세자 및 동성애자) (11) 적주자(가짜비구) (12) 축생 (13) 오역죄를 범한 자 (14) 비구니를 더럽힌 자 (15) 양성구유자(양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자) (16) 신체장애자 및 병자 3. 차별성의 의미 4. 여성의 수계 제5장 승단의 시설 1. 사의의 원칙과 현실 생활 2. 승원의 소재지 3. 건축물 ⑴ 위하라 ⑵ 앗다요가 ⑶ 빠사다 ⑷ 한미야 ⑸ 구하 4. 내부설비 (1) 꼿타까 (2) 우빳타나살라 (3) 빠니야살라 (4) 앗기살라 (5) 찬까마 찬까마살라 (6) 우다빠나 (7) 잔따가라 (8) 짠다니까 (9) 뽓카라니 (10) 만다빠 (11) 왓짜꾸띠 (12) 깟삐야꾸띠 (13) 꾸띠 5. 승단과 사원 제6장 일상생활 1. 삼의와 발우 2. 일용품 3. 공유물 4. 식사 5. 공양청 6. 일상의 잡무 7. 승단의 소임 제7장 승단과 일반사회와의 관계 1. 개방공간으로서의 승원 2. 출가자와 그 가족 3. 신도와의 친밀감 4. 승·속의 균형 5. 신도와의 트러블 6. 금전관리 7. 옷을 중심으로 한 승단 내 경제 제8장 승단의 교육제도 1. 화상이란 무엇인가 2. 화상의 책임과 제자의 의무 3. 아사리 4. 아사리의 또 다른 의미 5. 새로운 아사리의 발생 ⑴ 출가아사리와 수계아사리 ⑵ 교수아사리 6. 교수아사리의 특수성 제9장 불교 승단과 여성 1. 차별받는 비구니들 2. 팔경법 3. 비구니의 바라이법 4. 비구니의 승잔법 5. 신참자로서의 비구니 승단 6. 승단 내의 남녀 평등성 7. 대승불교의 여성관 약호표 후기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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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僧(상가)은 출가자 다수가 모여 만든 인간집단으로 매우 구체적인 존재입니다. 그것은 개인의 의도가 아닌 그 사회 전체가 형성해가는 일종의 공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이 승단은 율장이라고 불리는 규율에 의해 운영됩니다. 2500년 전 고대 인도에서 만들어진 이 율장은, 현대적 시점에서 보아도 칭찬할 만큼 훌륭한 법률체계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현대 사회에서 통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많은 모순이나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것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 여러 나라의 불교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p.5
일본불교는 천년 이전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승단이 없는 불교’라고 하는 매우 특수한 세계가 되어 버려, 그것이 현대에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독가스로 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옴 진리교도 그러한 어두운 그림자의 하나입니다. 바른 승단을 갖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그 나라 불교에 있어서, 그리고 그 국가 전체에 있어서 커다란 불행인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에는 율을 엄수하는 바른 전통이 남아 있어, 그 덕분에 한국불교에는 일본불교가 직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위험성은 아직까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래의 율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하는 극단적 전통주의의 경향이 한국불교의 근본을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생각됩니다.--- p.7 다양한 불교집단 속에서 석가모니 이후의 교단 형태를 잇고 있는 진정한 교단은 어떠한 것인가. 이 물음을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불교를 표방하는 숱한 섬 사회에 의해 농락되어 온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다방면에 걸쳐진 일본불교의 다양성은 불교가 본래 어떠한 특성을 가진 수행 사회였던가 라는 기본적인 물음에조차 답하기 어렵게 한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석가모니가 계획하고 설립한 섬 사회가 본래 어떠한 형태였는지, 출가에 의해 그 세계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어떠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 또한 그 후 계속해서 발생해 가는 모든 불교 교단을 각각 비교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 교단이 정말로 석가모니가 만든 불교 교단의 후예인지, 아니면 현대 불교의 다양성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들어 낸 사이비 교단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석가모니 교단의 참 모습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p.20 불교 승단이라고 하는 섬 사회는 물질적 생활 기반을 속세에 완전히 의지하는 것으로 존속되고 있다. 속세의 호의가 끊어진 시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소멸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사회이다. 이것은 불교 승단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사실이다.---「1장 불교 승단의 성립과 구성」중에서 이처럼 일반인→재가신도→사미→비구라고 하는 형식은 후대에 성립된 것이기는 하지만, 각 단계의 의식은 그보다 먼저 완성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사미가 비구가 될 경우, 즉 수계를 할 때에는 백사갈마 수계라고 하는 복잡한 의식이 집행된다. 그 백사갈마 수계는 일반인→재가신도→사미→비구 코스가 확립되기 이전, 즉 사미가 아닌 사람도 비구가 될 수 있었던 시대부터 쓰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래된, 어쩌면 석가모니 시대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형태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3장 출가의식」중에서 초기 불교 승단은 당시의 사회가 요구하는 활동에 종사해야 하며, 항상 사회의 존경에 보답하는 집단이어야 했다. 이것은 불교가 보시에 의해 살아가야 하는 집단으로 형성된 이상은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그리고 승단이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제어하기 위해 율장이라고 하는 것이 제정된 것이다. 만약 현대에 이 규칙을 적용하여 병자의 출가를 거부했다고 한다면, 불교는 사회의 존경을 잃게 되어 결국 파멸하게 될 것이다. 불교가 섬 사회로서의 승단을 만든 것은 안정된 상태에서 수행에 전념하기 위한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대인도 사회에서는 이러한 장소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차법이 설정되었다. 차법에 의해 일반 사회와의 알력다툼을 막고자 했던 것이다. 차법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며, 목적은 승단 사회의 유지에 있다.---「4장 차법」중에서 상가아라마와 현대 사원건축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가람 건축보다도 오히려 일본의 일반사원을 비교의 대상으로 하는 편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보통 절은 법당과 요사채로 나뉘어져 있다. 법당은 본존불을 모시는 건물, 즉 붓다 숭배를 위한 시설이며, 요사채는 사원 내에서 생활하는 자들의 생활공간이다. 본래의 불교 승원은 이 가운데 요사채만 있고 법당은 없었던 것이다. 재가신도들은 불상에 예배하기 위해 승단에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숭배한 것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지켜가며 수행에 전념하는 출가자들의 모습이며, 또한 그들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붓다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5장 승단의 시설」중에서 승단의 지주화는 오래된 율에는 나오지 않는다. 스리랑카 상좌부의 경우에 기원후 4~5세기의 자료에서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 새로운 운영 시스템이다. 승단이 지주가 되어 안정된 식료 공급원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정주자도 늘어나고 승단의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세간에 의지해서 살아간다고 하는 불교의 기본원칙이 무너져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승단이 일반 사회의 상식을 무시하고 기이한 활동에 치닫게 될 위험도 따른다. 설령 승단이 자활집단이 되었어도 율만 착실하게 지키고 있으면, 사회상식에서 일탈할 위험은 없다. 하지만 그 같은 상황에서 일단 율 규제가 풀어지게 되면 석가모니의 이상과는 닮았어도 결코 닮지 않은 기묘한 종교 집단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6장 일상생활」중에서 율 규칙에 의해 세간과의 원활한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불교 승단이지만, 수행이라고 하는 본래 목표를 잃어버릴 만큼 신도와 깊은 관계를 갖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신도 중에는 너무 열심인 나머지 자기 생활도 돌보지 않고, 무모하게 기부를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가업이 기울든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든지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승단에 보시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독실한 신도들이다. 이런 이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석가모니 시대에도 이러한 신도들이 있었으며, 그 대처방안 또한 강구되어 있었다. 승단의 결의사항으로써 그러한 집에는 가지 않도록 하여 신도가 무리하게 보시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받을 수 있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받자는 식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하면 사회의 자산을 강탈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7장, 승단과 일반 사회와의 관계」중에서 불교 승단에서 출가한 자는 금전을 갖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최소의 필요한 물자만으로 생활한다고 하는 원칙에서 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설령 재가인이 보시로 주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받을 수는 없다. 이것을 위반하고 금전을 받았을 경우에는 닛사기야-빠찟띠야(nissaggiya-p?cittiya)라고 하는 죄가 된다. 닛사기야-빠찟띠야란 규정 외의 물자를 소유했을 경우에 해당되는 죄로, 이를 범한 자는 승단 전원 앞에서 사죄하고 부당하게 소유하고 있었던 물품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7장, 승단과 일반 사회와의 관계」중에서 승단 운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 것은 그 내부가 외부사회에 완전히 열려 있다고 하는 점이다. 보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외부 사람들이다. 또한 그 판단 기준은 상대가 ‘존경할 만한 가치가 있나 없나.’에 달려 있다. 사람들은 내실을 알지 못한 채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석가모니의 승단은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체의 방문객에게 문을 활짝 열고, 스스로의 생활을 누구에게라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7장, 승단과 일반 사회와의 관계」중에서 원래 남성만의 공동체로서 출발하여 그에 맞게 조직을 운영해 가던 불교 승단이 신참자로서 여성 출가자를 받아들이게 되고 다방면에 걸친 조직 변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뒤늦게 들어온 여성 수행자가 선배인 남성 수행자의 지휘 하에 들어가야 하는 존재로서 팔경법이 제정되었다. 게다가 수행 생활의 초보라는 점에서 남성보다도 한층 더 엄격한 규칙이 부가되었다. (……) 비구니 승단이 비구의 지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그러한 규칙들은 철폐시켰어야 마땅했다. 만약 나의 상정이 들어맞아 현재 우리들 눈에 차별된 규칙으로 비추어지는 비구니에 대한 모든 규정이 편의적 조치의 흔적이라고 한다면 초기불교에 있어서 남녀차별의 원인은 한 번 정해진 규율은 무조건 고수해 가고자 하는 완고한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규칙을 제정하기에 이른 모든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규칙이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이렇다.”라고 무비판적으로 전통을 정당화해 가는 태도가 비구니 승단의 지위를 얕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이다. ---「9장 불교 승단과 여성」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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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불교, 율장 정신에서 그 해법을 찾다!
“지금부터 불교가 바르게, 그리고 더 알차게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대의 불교 출가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마땅한가?’라는 문제를 정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승가는 붕괴합니다. 승가가 붕괴한다고 하는 것은 곧 불교가 붕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스님들이 갖추어야 할 모습을 신중히 생각해야만 하고, 또 불교 세계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율장의 본질을 널리, 그리고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서문 중에서) 최근 한국불교의 화두는 출가자 감소에 따른 ‘출가 장려’다. 조계종은 2016년을 ‘출가 진흥의 원년’으로 정하고 출가자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비구, 비구니 스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출가 장려 포스터를 제작하는가 하면, 종단법을 고쳐 출가 제한 연령을 5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겠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 모든 것이 10년 전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출가자를 늘리기 위해 취한 특단의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한국불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1700여 년을 이어온 한국의 승가 공동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한국불교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율장 정신을 본받아 여법여율(如法如律)한 승가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율장 정신이란 무엇일까? 한국불교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는 어디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무턱대고 율장을 읽는 것으로는 안 된다. 율장 정신의 회복은 율장의 전통을 고수하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불교 교단사와 계율에 관한 세계적인 석학, 사사키 시즈카 교수는 현전 승가가 붕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기불교의 가르침, 그중에서도 율장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초기 승가 공동체가 성립되고 유지 ? 발전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율장을 보면 역설적으로 현대 사회에 승가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는 ‘승이란 무엇인가’, ‘율장이란 왜 필요한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을 신중히 고찰하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도 통용되면서 붓다의 마음을 바르게 표현하는 참다운 승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율장이 만들어진 시대적 맥락을 무시하고 그것을 문자 그대로 현실 사회에 적용하려 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율장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승단은 섬과 같이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다. 그러나 섬이 바다에 떠있는 것처럼, 승단은 일반 사회의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한다. 속세를 떠난 집단이라고 해서 속세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때문에 승단은 자신들의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사회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섬 사회와 일반 사회를 구별 지으면서 이어 주는 것이 바로 걸식(乞食)이었다. 현실에서 승단은 일반 신도의 기부나 공양 덕분에 수행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승단은 일반 사회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승단은 율장이라고 불리는 규율체계에 의해 운영된다. 율장에는 출가자 개인의 결의를 의미하는 계(戒)와, 승단의 생활규범이라 할 수 있는 율(律)이 있다. 이 둘을 합쳐 ‘계율’이라 부른다. 이 중에서 특히 율은 일반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제정된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율장의 기본 정신이다. 예컨대, 부모의 허락을 얻지 못한 자는 출가를 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는데, 이는 속세와 승단 사이에 심각한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규율이었다. 문제는 율장은 그것이 제정될 당시의 사회적 상황이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부득이 사회의 여론을 의식하면서 제정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공간적으로 그 당시와 다른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그 규정들을 존중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컨대 차법(遮法: 출가하려는 희망자 중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에 의하면 초기 승단에서 장애인은 출가할 수 없었다. “신체 장애자는 출가할 수 없다.”라고 하는 규정은 당시 인도 사회가 신체 장애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확립되기 이전의 일이었다. 또 이는 일반 사회의 여론을 늘 의식해야 하는 승가 집단이 취한 조치일 뿐이었다. 차법은 절대불변의 법칙이 아니다. 차법은 그 당시 인도사회 속에서 불교 승단이 사회와의 알력을 피하기 위해 도입한 법규일 뿐이다. 따라서 당시 인도 사회에서만 유효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하면 이미 그 기능을 잃게 된다. 불교가 사회의 비난을 받는 중대한 오점이 되기도 한다. 불교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원점은 규칙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이 제정된 기본 이념, 곧 사회의 존경에 보답할 만한 집단답게 행동하고, 그 보답으로 존속이 허용된다고 하는 ‘걸식 이념’이야말로 불교 승단의 원점이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회와의 알력을 막아주는 효력을 잃어버린 차법에 더 이상 그 존재 이유는 없다. 현대에는 현대에 맞는 법규가 요구되는 것이다.(p.149) 오늘날에는 신체장애자에 대한 차별 규정을 두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자나 청각장애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 역시 시급하다. 또 다른 예로 비구니 팔경법을 들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비구와 비구니를 차별하는 법은 비구들만 있는 집단에 뒤늦게 들어온 비구니 집단을 가르치기 위해, 즉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의적 조치일 뿐이었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 상황이 달라지면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한 번 정해진 규율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완고한 태도에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처럼 남녀평등을 요청하는 사회에서 승단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승단은 결국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렇게 저자는 현대 사회에는 잘 맞지 않는 율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오히려 현대 불교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여러 현실 상황에 대응해 가며 순차적으로 편찬되어 온 율은 상호 관련성이 없는 다양한 정보의 집적(集積)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잡다한 정보는 모두 현실 사회의 반영이다. 이는 일반 사회라는 바다에 뿌리 내리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해야 하는 섬 사회(승가 집단)의 숙명이었다. 이런 출가(자)의 사회성에 대한 지식은 율의 현실적인 기록 없이는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율장 연구를 통해 초기 승가가 걸식의 정신을 유지하면서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승가의 운영시스템을 변화시켜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율장 정신이란 이미 만들어진 율장을 고수하자는 완고한 태도가 절대로 아닌 것이다. 오히려 수승한 수행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행자 각자의 노력과 동시에 이 사회의 변화에 맞게 적절히 대응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혁시켜 가는 불교의 유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는 현대에 맞는 법규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의 승가가 풀어나가야 하는 지상 최대의 과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