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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이야기
권대웅
이레 200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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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당나귀의 꿈』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가 있고, 산문집 『그리운 것은 모두 달에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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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이성강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작품성 높은 단편 애니메이션 연출로 철학적 깊이와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덤불 속의 재>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앙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01쪽 | 38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599757

책 속으로

처음 그 소년을 보았을 때 나는 문득 하얀 목련꽃이 떠올랐습니다. 봄날이면 지상 위에 잠깐 동안 활짝 피었다 사라지는 하얀 솜눈 같은 꽃 말입니다. 꽃이 햇빛에게 말을 걸듯 목련꽃 순백의 눈꺼풀로 그 소년은 내게 무수히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 p.18

수업이 끝나면 나무는 집으로 가지 않고 혼자서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그 뒤로 나무의 발자국을 지우며 요가 따라왔습니다. 오랫동안 바닷가를 걷는 나무의 입에서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 노래는 참 쓸쓸했습니다.

모래성이 차례로 허물어지면
아이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네
내가 만든 모래성이 사라져 가니
산 위에는 별이 홀로 반짝거려요.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갈매기 한두 쌍이 가물거리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 p.85

그 소년이 나를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라 그만 달아나 버렸습니다.
소년이 다니는 학교 앞 문방구, 구슬 상자 속에 담겨 있는 조그맣고 투명한 유리구슬을 통해서 그가 나를 본 것입니다. 그날, 그 소년의 순수한 눈빛과 그 속에 담긴 우수를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년 역시 유리구슬 속에서 나를 본 후로 틈만 나면 문방구에 들러 구슬 상자 속을 기웃거렸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도 멍하니 교실 창 밖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 p.28

"모두가 나를 떠나 버려. 아버지도 엄마도 준호도 할머니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온 날 등대 앞에 우두커니 서서 중얼거리는 나무의 말을 나는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 곁에 끝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무가 등대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내 목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등대에 올라와 망루 위에서 두리번거리던 나무가 램프 선단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서 환한 빛이 비쳤습니다. 내가 믿었던 나무는 또다시 나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등대에 불이 켜지듯 나무의 몸이 파란 바다 위를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야, 나무야, 여기."

-- p.67

"모두가 나를 떠나 버려. 아버지도 엄마도 준호도 할머니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온 날 등대 앞에 우두커니 서서 중얼거리는 나무의 말을 나는 분명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 곁에 끝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나무가 등대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 내 목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등대에 올라와 망루 위에서 두리번거리던 나무가 램프 선단을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서 환한 빛이 비쳤습니다. 내가 믿었던 나무는 또다시 나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등대에 불이 켜지듯 나무의 몸이 파란 바다 위를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야, 나무야, 여기."

-- p.67

출판사 리뷰

2. 추억의 세계, 순수의 공간으로 떠나는 여행
현실 너머에, 꿈의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언젠가 알 수 없는 때, 그 꿈의 공간을 보고도 잊어버렸다. 그곳에 마리가 산다. 어느 날 마리는 한 소년을 만난다. 나무라는 이름의 그 소년은 마리가 만난 첫번째 현실의 소년이었다.
나무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사는 열두 살의 외로운 소년이다. 학교 친구 준호와 고양이 요가 유일한 친구. 그런데 준호마저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고 어머니도 그의 곁을 떠날 것만 같다.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나무의 외로움은 더 깊어진다. 그런 외로움 때문에 나무는 마리를 더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준호의 아버지가 바다로 나간 날 폭풍우가 심하게 불고, 나무와 준호는 불을 밝히기 위해 등대로 달려간다. 나무가 마리의 이름을 불렀을 때 고장 난 등대에 불이 들어와 바다를 밝히고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그후로 나무는 다시 마리를 만나러 오지 않는다. 그는 어디에 있을까. 나무 역시 순수의 눈이 닫혀 더는 마리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건지 모른다.
5. 그림들로 엮어 간 서정적인 시집
이 책은 영화 《마리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때로는 놀랄 만큼 환상적이고 때로는 일상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실주의적인 그림들이 펼쳐지는 옆에 아름다운 동화가 흐른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소설 형식으로 옮기는 기존의 책과는 쉽게 구별된다. '남우'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영화에 비해 마리의 시점으로 이야기되며, 주인공의 이름도 '나무'로 바뀐다는 것이 눈에 띄는 차이점이지만, 영상으로 표현된 것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좋다.
영화 속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마리에게 목소리를 갖게 한 이 책은 영화에서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건네며, 독자들을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이 책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여운을 간직하고자 하는 관객들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혹은 그림들로 엮어 간 서정적인 시집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4. 이별과 죽음을 통해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성장의 기록
이 책은 또한 이별과 죽음을 겪어내며 성장해 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지만, 누구든 쉽게 수긍할 수 없고 그러나 그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삶의 다른 측면이다. 나무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을 겪고 어머니, 준호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삶의 진실에 다가간다.
마리가 사는 공간에는 삶과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물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체는 생성되고 사라지지만, 물체가 아닌 꿈속에서는 삶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올 뿐이다. 꽃이 떨어졌던 꽃나무 가지 바로 그 자리에 다음해에 똑같은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나무는 마리를 통해 할머니는 단지 오늘의 시간에서 내일의 시간으로 간 것일 뿐임을 배운다. 그리고 나무 자신은 그 앞에 놓인 오늘의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이렇듯 이 책은 어린 소년의 성장기 속에 삶의 소중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3. 마리, 이 세상에 들킨 다른 세상의 이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만났지만 모두들 완벽하게
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소년만은 달랐습니다.
현실 속에서 처음으로 그가 나를 본 것입니다.
그 소년으로 해서 나는 이 세상에 들킨 셈입니다.
-본문 중에서

꿈의 공간에 사는 소녀 마리는 나무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얘기한다. 꿈의 세계는 우리가 힘들여 찾아야 하는, 일부러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순수의 눈이 열리기만 하면 그 길을 열어주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더 큰 세상이다. 마리는 수줍게 "세상에 나를 들켰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렇듯 꿈과 현실을 전도시킨 이 책은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현실에 얽매일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인가.
마리는 나무가 소녀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그 이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꿈을 꾸는 이유를 얼핏 느끼게 해준다.

"바다 속에 들어가 오랫동안 숨을 참을 때 나는 숫자를 세곤 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숫자는 마음속으로 세고
마리는 입술로 세거든. 그러면 더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어."
"그럼 조금 전의 마리는 ?"
"어지러워서 나는 가끔 어지러울 때도, 달리기를 하다가 숨이 찰 때도,
답답해서 혼자 방 안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도, 숫자를 세거든.
방금 생각난 건데 너의 이름을 마리라고 하면 어떨까?"
-본문 중에서

숨이 찰 때, 어지러울 때, 부르는 이름 마리는 첫사랑의 기억처럼 삶이 힘겨울 때 만나러 가는, 우리 마음의 가장 한갓진 곳에 존재하는 순수의 이름이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더는 마리를 만나러 오지 않듯 사람들은 꿈을 잃어버리고 산다. 그러나 잿빛 하늘, 빽빽한 빌딩 사이로 날아온 갈매기처럼, 그리움에 지친 마리는 우리에게 하얀 새를 날려보낼지 모른다. 그저 고요히 눈을 뜨면 보이는 세상이, 그때 우리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1. 잃어버린 순수와 꿈을 되찾아주는 하늘빛 투명한 동화!
바쁜 일상에 치이고, 삭막한 도시 풍경에 익숙해지고, 우리 자신도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일부가 되어 갈 때, 문득 오래 전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한순간 이 세상이 낯설어졌던 느낌.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세상 너머 더 커다란 세상이 있는 것 같았던 느낌. 새해를 열며 도서출판 이레에서 펴내는 《마리 이야기》는 우리가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순수와 꿈을 되찾게 해주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수채화풍의 그림과 시정詩情이 넘치는 글을 통해 어린 날에 만났던 신비와 환상의 세계를 그려 보이는 이 책은 그리운 추억에 잠기게 하며, 잠깐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또한 이 책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 소리 들리는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 현실과는 다른 꿈의 공간이 존재하며,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은 어쩌면 그곳에 속한 것인지 모른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마리 이야기》는 슬프거나 외로울 때, 이 세상에서의 삶에 지칠 때 펼쳐볼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추천평

1. 프롤로그
2. 우리가 사는 곳
3. 바닷가에서 - 회상
4. 아이들의 잠수함
5. 낯선 세상 속으로 Part 1
7. 첫만남
8. 낯선 세상 속으로 Part 2
9. 바다의 비
10. 낯선 세상 속으로 Part3
11. 하늘 높이
12. 마리와 함께
13. 믿을 수 없는 일(폭풍우가 지나고)
14. 안녕 마리
15. 먼길 떠나는 준호
16. 에필로그 - 남우의 겨울
17. 마리이야기 - Vocal 성시경
18. 마리 - 예고편 Theme

리뷰/한줄평11

리뷰

8.6 리뷰 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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