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문화대중을 겨냥한 시적 전략에서의 화두는 <대중성>이다. 환상, 상호텍스트성, 형태주의적 전략, 패러디와 패스티쉬, 섹슈얼리티, 그로테스크 등에 초점을 맞춰 90년대 이후의 시들을 흥미롭게 읽어낸다. 먼저 「대중을 향해 쏴라!」에서 지은이는 먼저 대중이라는 용어 대신 <문화대중>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데, 여기에는 90년대 이후의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등장한 대중/성이 그 이전 세대 혹은 시대의 대중/성의 개념과 차별화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리고는 <문화대중>의 특성과 그들을 향한 시적 전략에 대해 검토하면서 섹슈얼리티, 패러디·패스티쉬·키치, 신서정, 판타지와 그로테스크 등으로 90년대 시들의 징후를 일목요연하게 진단해내고 있다. 「언어주의·형태주의 시들의 유희 정신」은 흥미롭다. 우리 시에서 그 뿌리가 깊지 않은 언어·형상·형태주의 시들에 대한 천착이 두드러진다. 「아르고스의 환상과 변성술」에서는 젊은 시인 김참의 시를 대상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환상시>의 가능성과 한계를 진단하고 있으며, 「비술(秘術)의 상호텍스트적 구조」에서는 송찬호 시를 풍요롭게 읽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한 편의 시가 다른 한 편의 시와 맺고 있는 상호텍스트적 구조 안에서 가능함을 시사하면서 상호텍스트성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끝으로 「폐쇄회로를 부유하는 내출혈의 언어」에서는 90년대 초반에 갓 등단해 80년대 시와 확연히 다른 시적 언어와 사유를 보여주었던 90년대 신세대 시인들의 시적 징후들에 대해 예단하고 있다.
제2부 여성성으로의 귀환 혹은 비상의 화두는 <여성성>이다. 여기 수록된 5편의 글들은 우리 현대시에서 여성시의 흐름과 양상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여성시의 언어와 내면에 대한 성찰과 여성성과 생태주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대목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여성주의 시의 흐름과 쟁점」은 현대시에 대한 페미니즘 연구를 한눈에 개괄해볼 수 있는 글이다. 특히 페미니즘 시 연구에 필수적인 주요한 논문들을 중심으로 그 흐름을 정리하고 있어 페미니즘 시/연구에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익하다. 「여성성의 발견과 <여성적 글쓰기>」에서는 90년대 이후의 여성시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글쓰기의 전략, 혹은 언술 방식에 접근하고 있는 정밀한 텍스트 분석이 돋보이는 글이다. 「어둠보다 깊은, 여성 영혼의 속무늬」에서는 여성시인들의 내면 발견과 그 내면이 표출되는 비유의 체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 개의 혀를 가진 몸의 언어」에서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표출하는가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물길을 산책하는 무소새의 시업」에서는, 90년대 여성시를 대표하는 천양희 시인의 시들을 <물>을 중심으로 현상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시인론을 펼쳐보인다.
제3부 서정주의 시들의 욕망과 비전에 실린 6편의 글들은 모두 90년대 이후 각광을 받고 있는 서정성에 대한 고찰들이다. 모두 서정시가 지니는 힘과 서정적 유토피아의 비전과 동양시학 등을 고찰하고 있다. 「산(山), 풍경의 처음이자 끝」에서는 김소월에서부터 시작해 천양희에 이르기까지 <산시>의 계보를 추적하고 있다. 단순한 시적 대상으로서의 <산>이 아니라 삶과 역사의 현장으로서, 서정의 발현 대상으로서의 <산시>의 가능성을 폭넓고 섬세하게 천착하고 있다. 「짧은 서정시의 힘」에서는 요설과 장광과 난해와 사이비 서정이 난무하는 최근 시의 경향 속에서 짧은 서정시가 갖는 시적 가능성과 힘을 예단한다. 「<시됨>과 서정적 유토피아의 비전」에서도 서정시의 본래적인 역할과 기능을 검토하면서 <시됨>과 <시의 유토피아>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역설과 모순으로 일궈낸 동양시학」에서는 중용과 역설의 동양 시학의 가능성을 오세영 시인의 시를 통해서 개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시에서 일천 동양시학에 대한 지은이의 깊은 이해가 두드러진다. 「신(新)서정이 발현하는 나르시시즘의 욕망」과 「흙 속 빈 방」에서는 <물>의 현상학적 상상력과 나르시시즘적 사유가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