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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하는 비밀은 지키지 않겠어" _비밀을 깨는 책
어린이 성폭력 문제 해결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비밀'이다. 가해자는 어린이에게 말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위협한다. 심지어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부모 중에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오히려 아이를 주의시키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결국 어린이 혼자 고립되고, 그로 인한 고통과 혼란은 상황만 악화시킨다. 지금 우리가 어린이에게 받아야 할 다짐은, '그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밀을 지키지 않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시작하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면 책 한 권을 먼저 꺼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해도 괜찮아』는 아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말을 꺼낼 용기를 주고, 치유의 첫걸음을 함께 디뎌줄 수 있는 책이다. "어떤 기분이 들지 난 알아" _어린이가 직접 쓰고 그린 책 같은 일을 겪게 된 또래가 건네는 말은 그 어떤 어른도 해 줄 수 없는 말이다. 『말해도 괜찮아』는 피해 어린이가 직접 쓰고 그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제시는 아홉 살 때 『말해도 괜찮아』를 처음 썼다. 열한 살이 됐을 때 글을 다듬고 글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삼촌에게 성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도 제시 역시 처음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상처만 키우고 있었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겁을 내며, 혼자서 아픈 비밀을 지키느라 악몽에 시달렸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제시는 뭔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먼저 말을 꺼냈다. "말해도 괜찮아. 우리는 도움을 받아야 해" _구체적이고 발전적인 대안을 주는 책 제시는 어린이들에게 "말해도 괜찮아. 우리는 도움을 받아야 해."라고 강조한다. 아프게 하는 비밀을 깨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데 있다는 것이다. 싫은 감정이 들 때 싫다고 말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하는 것에 그치는 여느 책과는 달리 『말해도 괜찮아』는 더욱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피해 어린이들이 받아야 할 '도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내며 묘사함으로써 무엇을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어린이에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길 안내를 해 주는 것이다. 『말해도 괜찮아』의 제시는 부모님에게 말을 꺼냈을 때 1차적인 치유의 과정을 경험했다. 하지만 제시도 말했듯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그 때의 끔찍한 기억이 남아 있어" 그 후로도 악몽으로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제시는 엄마와 얘기 끝에 잠을 푹 잘 수 있는 제시만의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그 방법이란 것이 너무나 어린아이다운 아이디어라서 읽는 사람들에게 가슴 아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안만 유효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고 제시는 말한다. 상처가 크면 클수록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하고 오랜 시간 치유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네 잘못이 아니란다. 말해 줘서 고마워" _보호자에게 좋은 지침이 되는 책 아홉 살 난 제시의 입말로 서술된 『말해도 괜찮아』는 또래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나 보호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부모님이 당연히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여 마음 졸이며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낸 제시의 조마조마함, 이후의 치유 과정에서 부모님의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제시의 심정을 읽다 보면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제시의 글 앞뒤로는 전문가의 글이 따로 실려 있는데,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에서 비롯된 해석적이고 실질적인 글은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앞에는 원서에도 있던 ‘샌드라 휴이트 박사’의 글이,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역자 권수현 씨의 글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