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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에 옛 기억이 떠오르고
스님의 딸로 태어나다 어머니의 머리로 깎는 아들 시대의 아픔을 뒤바뀐 운명 청담 스님과 성철 스님의 뒤를 따르다 머리 깎는 날 새내기 비구니의 하루 수행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연꽃 출가마다 사연이 깃들이고 배움의 길에 숨어 있는 장애물 만사형통의 주문 외우기 누명을 뒤집어쓰는 것도 수행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지키리 산 속 암자에 밀려든 전쟁의 상처 전쟁 통에도 불심은 피어나고 스승 찾아 삼만 리 경봉 스님의 무서운 예언 걸망 하나, 옷 한 벌 스승에게 인정받은 강사 인생무상 은혜로운 도움의 손길 어머니의 머리를 깎는 딸 인연 따라 떠나는 이들 맑고 향기로운 씨앗을 심고 가리 책을 덮으며 - 이모 스님의 커다란 발자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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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아버지 청담 스님은 묘엄에게 불쑥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니, 중 된 거 후회 안 하나?" "예, 스님. 후회 안 합니다." "참말이제?" "예, 스님." "참말로 후회 안 한다 그 말이제?" "예, 스님. 저 정말 후회 안 합니다." "그라문 끝까지 중 노릇 잘할 자신 있나?" "예, 스님. 끝까지 중 노릇 잘하겠습니다." "그럼 됐다." 스님은 흡족한 듯, 이제 안심이 되었다는 듯,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빙긋이 웃었다. ---p.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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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성철 스님은 지치지도 않고 인순이에게 동서고금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 주었다. 인순이는 점점 넋을 잃고 성철 스님의 끝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성철 스님의 머릿속에는 이야기 창고, 지식 창고가 여러 개 있어서 요술을 부리듯 술술술 나오는 것만 같았다.
'아, 정말 나도 저렇게 많이 배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순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철 스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앉았다. "스님요!" "와?" "스님이 알고 있는 것, 다 내한테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꺼?" "가르쳐 주지, 다 가르쳐 주고말고!" "그라먼 나, 중 될랍니더." 이 말을 들은 성철 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손뼉부터 쳤다. "인자 됐다. 이 가시나 인순이가 중 노릇 한단다!" 성철 스님은 박장대소하면서 몹시도 기뻐하였다. 아버지 청담 스님도 이 말을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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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이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사리!
몇 해 전 열반에 드신 성철 스님을 비롯하여 종교 수행자들의 책이 요즘 많이 팔리고 있다.
풍족한 물질과 발전하는 기계 문명 속에서 사람들은 왜 고집스레 어려운 길을 택한 괴짜 수행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가난한 삶이 오히려 우리의 텅 빈 마음을 채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청담 스님의 딸이자 성철 스님의 제자로서 어쩌면 우리 시대 마지막 큰스님이실지 모를 묘엄 스님의 이야기 [회색 고무신]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 마음을 조용히 두드린다. 미화시킬 것도, 과장할 것도 없이 그냥 스님이 나누는 소박한 대화와 일상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우리는 고개를 숙이게 되고, 어느새 마음은 따뜻하게 채워진다. 묘엄 스님의 조카인 부산대학교 철학과 김용환 교수는 올해로 고희(古稀)를 맞이한 묘엄 스님을 보며 그분의 일생을 책으로 엮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묘엄 스님의 일생을 정리하는 것은 그대로 현대 한국불교사의 한 단면을 조명해보는 것으로 매우 뜻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일제 시대와 6.25 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 불교를 살리기 위해 성철, 청담, 운허, 경봉 스님 등 큰스승들의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고, 그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묘엄 스님이 있었으므로, 묘엄 스님을 통해 우리는 일제시대의 한국불교와 불교정화운동, 불교 교단의 모습 등 한국불교사 전체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모 스님과의 대담을 꼬박 녹취하여 문장으로 옮긴 김 교수는 이 문장들을 『고승열전』 시리즈로 유명한 윤청광 선생에게 전해 다시 소설 형식으로 풀어 글로 엮었다. 이 책은 일반적인 통사에서 만날 수 없는 비구니의 삶, 출가의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갈등, 내면의 인간적인 고뇌가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어 소설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