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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세상에서 가장 먼 만행
조현
오래된미래 200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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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귀신도 나를 볼 수 없고, 부처도 나를 잡을 수 없다 대자유인
제선 인과응보는 정확하지만, 내가 없다면 도대체 누가 과보를 받겠느냐
춘성 나에게 불법을 묻는다면 씨불알놈이라고 하겠노라
혜수 선사라면 어찌해서 앉은 채 몸을 벗지 못하겠느냐
고봉 여인아, 내가 이제 안락삼매에 들 시간이구나
경허 내가 미친 것이냐, 세상이 미친 것이냐

우리 곁에 온 천진불 천진 도인
혜월 무소유의 도인은 천하를 활보하는데, 영악한 여우는 제 그림자에 묶여 절절매는구나
금봉 ‘지금 당장’ 너는 누구냐
우화 남의 눈치나 보며 산다면 천진불이 죽는다네
인곡 새가 어찌 무심 도인을 경계하랴
정영 술에도 깡패가 마시는 술이 있고, 중이 마시는 술이 있다
일우 몸에 붙은 때 같은 그 마음을 왜 붙들고 있느냐

진흙 속에 핀 연꽃 속인들 속에서 핀 깨달음
혼해 여인의 아픈 마음이 곧 내 마음이 아니냐
철우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더 나아가라
일엽 매일 매일이 명절날이 아니더냐
경봉 여의주를 여기 두고 어디에서 찾았던가
백봉 우주가 한바탕 웃음이 아니냐

너희를 모두 지옥에서 내보낸 뒤에야 지옥문을 나서리라 자비 보살
수월 가난한 나무꾼도 중생에게 베풀 것이 한량없이 많구나
만해 나는 지옥에서 쾌락을 즐겼노라
만암 자신에겐 추상같되, 남에겐 훈풍이 되리라
보문 마취 없이 내 뼈를 도려내거라
석봉 이 세상에서 참는 자보다 강한 자는 없다

눈 쌓인 새벽길을 어지러이 걷지 마라 승가의 사표
한암 어찌 돌멩이를 쫓는 개가 되겠느냐
지월 나를 때린 네 손이 얼마나 아팠을 것이냐
벽초 봄날 들판의 쟁기질이 내 법문이다, 이랴 이랴 쭈쭈쭈쭈
법희 맑은 물로도 어찌 그 깨끗함에 견줄 수 있겠느냐
효봉 토끼 같은 새끼들조차 버렸는데, 어찌 이 몸뚱이를 아끼겠느냐
동산 이 문을 들어선 순간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아라

지혜의 보검으로 벼락을 베다 지혜의 선사
만공 사자굴에 다른 짐승은 없다
용성 해와 달은 중국의 것이냐, 조선의 것이냐
보월 스승도 내 칼을 비켜갈 수는 없다
전강 천지에 부처의 몸 아닌 곳이 없는데, 어디다 오줌을 누란 말이냐
금오 꾀 많은 여우보다 미련한 곰이 되리라
탄허 그대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그러면 그대의 오늘의 삶을 보라

책을 끝내고

저자 소개 1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및 논설위원이다. 때론 그 굴레조차 벗고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로 찾는 곳은 히말라야 설산이나 동굴, 외딴섬…. 벗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도 좋아한다. 은둔 수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한쪽으로 마을공동체 사람들과 교유하고 지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 속에 들어가 같이 지낸다. 세상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수도 터와 성지들을 다니고 최고의 영성가들을 만나 수행하면서 이를 선(禪)적인 글로 풀어내 ‘선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002년엔 휴직한 뒤 1년간 인도 순례를 감행했고, 2016년에도 1년간 히말라야를 트레킹하거나 해외 공동체에서 보냈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및 논설위원이다. 때론 그 굴레조차 벗고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로 찾는 곳은 히말라야 설산이나 동굴, 외딴섬…. 벗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도 좋아한다. 은둔 수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한쪽으로 마을공동체 사람들과 교유하고 지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 속에 들어가 같이 지낸다. 세상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수도 터와 성지들을 다니고 최고의 영성가들을 만나 수행하면서 이를 선(禪)적인 글로 풀어내 ‘선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002년엔 휴직한 뒤 1년간 인도 순례를 감행했고, 2016년에도 1년간 히말라야를 트레킹하거나 해외 공동체에서 보냈다.
한겨레신문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1999년부터 영성·치유·깨달음·공동체·대안적 삶에 대한 글을 주로 쓰면서 웰빙과 힐링, 공동체 바람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서로 처녀작인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개정)은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책의 날’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누리꾼들이 뽑은 ‘인문교양도서’ 1위에 선정되었다. 이어 세계 공동체 순례기인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를 기획해 펴냈으며, 인도 여행을 다녀와 《영혼의 순례자》(《인도 오지 기행》으로 개정)를 냈다. 숨은 선사들의 발자취를 발굴한 《은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해의 불서상’을, 오지 암자 기행인 《하늘이 감춘 땅》은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기독교의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서울신학대·장신대·한신대 등 주요 신학대에서 ‘100대 인문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역사와 신화의 땅, 그리스를 다녀와서 펴낸 《그리스 인생 학교》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름 휴가에 읽을 책’으로 선정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선정한 ‘우리 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1년 EBS에서 ‘조현 스페셜’이란 제목으로 일주일간 특별 강연을 한 이래 YMCA영성분과위원회, 정신과의사모임, 종교발전포럼, 서울대학병원, 서울시민청, 전주전통문화연수원 등에서 강연을 했다. 영성가·수도자·인문학자 등과 함께 지친 마음을 쉬며 치유할 수 있는 수행·치유 웹진 휴심정(well.hani.co.kr) 운영자이자 함석헌이 창간한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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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5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6쪽 | 54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1747159

책 속으로

무문관에서 수행 정진할 때 다른 선승들에겐 가족이나 절친한 도반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제선에겐 아무런 방문객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6년간 홀로 지낸 방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방 주위를 감싸고 도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맑은 기운만이 그의 철저한 수행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었다. 제선은 6년 결사가 해제되는 날 억겁의 업보와 숙연의 실타래를 뚝 끊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드디어 무문관을 박차고 나왔다. 제선은 6년간 머문 무문관에 대한 착도 없이 가벼운 새처럼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부산으로 가서 혼자 배에 올랐다. 제선이 세상에 남긴 행적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누군가는 제선이 평상복을 입고 서울의 한 판자촌에 숨어 수행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남해의 외딴섬에 산다고도 했다. 정영은 “소문을 좇아 남해의 섬까지 찾아가보았지만 그는 없었다”고 했다.

--- p.26

우화는 절에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혼자 죽비를 치고 참선을 시작했고, 공양시간이 되면 발우를 폈다. 우화는 잘 때도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반드시 오른쪽으로 누웠고, 요를 4분의 1로 개어 방석 크기로 만든 뒤 몸 위쪽만을 덮었다. 그렇게 덮으면 요는 바닥에 닿지 않아 밑에서 황소바람이 몸으로 파고들기 마련이었다. 제자 일륜은 황소바람이 스승의 몸에 몰아치는 것이 안타까워 방에 들어가 요를 펴서 온몸을 덮어드리곤 했다. 그런 뒤 방을 나와 문틈으로 방을 들여다보면 스승은 얼른 요를 다시 4분의 1로 접어 덮었다. 안락함을 멀리함으로서 경책을 삼은 그의 자세는 남들이 보지 않을 때일수록 더욱 엄정했다. 그는 여름이면 모기약을 뿌리지도, 모기를 잡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름철 그의 모시옷은 우화의 피를 포식해 배가 터져 죽은 모기들의 피로 시뻘겠다.

--- p.100

“천야만야 낭떠러지에서 발을 내디딜 수 있어야 이 일을 뚫어낸다. 앞에는 천길만길 낭떠러지요, 뒤를 보니 은산철벽이라. 옆을 보니 벌겋게 달아 있는 쇠창살이다. 이곳을 빠져나와야 되는데 빠져나오지 못하면 누가 그를 구해줄 것인가. 정수리에 화로를 이는 용기가 아니면 어쩔 도리가 없다. 큰 사자가 되려면 새끼 때부터 사자놀음을 배워야 되고, 부처가 되려면 본사의 대용맹심으로 천 길 낭떠러지에 앞발을 내디뎌야 되며 벌겋게 달아 있는 쇠창살을 손으로 움켜쥐고 뛰쳐나와야 한다. 구십 일 동안 따뜻한 방에서 날짜만 채우려고 생각하지 마라. 공양주가 해주는 밥 먹고 부목이 나무해서 불 때주는 따뜻한 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그것은 참선이 아니고 죽은 사람이다. 머리 깎고 중이 되서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나중에 해야 되는가를 선택해야 돼. 무엇 때문에 부모형제를 버렸느냐는 말이다. 배가 고파 중이 됐느냐? 일하기 싫어 중이 됐느냐? 중이 되어서 공부 안 한다면 나라에 죄를 짓고 부모를 봉양 못 했으니 부모에 불효할 뿐 아니라 손을 이어주지 못했으니 절손의 죄를 어떻게 감당하며, 시주 밥만 먹고 일을 안 했으니 시은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 p.137

수월이 머슴처럼 일하며, 중생에게 베푼 정성은 하늘도 감동할 정도였다. 그는 절에 손님이 오면 발 감싸개인 감발을 벗겨 손수 빨아서 불에 말려 아침에 신도록 하고, 밤새 몸소 만든 짚신 서너 켤레를 바랑 뒤에 매어주곤 했다. 그의 사제로 당대의 선사였던 만공은 생전에 “수월 형님만 생각하면 늘 가슴이 뛴다”며 그의 자비심에 환희를 일으키곤 했다.

--- p.178

지월은 한 치 어긋남이 없이 언행이 일치했기에 그의 말을. 간과하려야 할 수 없었다. 혈기왕성한 나이에 한참 공부하는 학승들이. 채소 반찬에만 물린 나머지 하루는 몰래 계곡에 내려가. 솥을 걸고 명태를 삶았다. 그러자 이를 안 지월이 달려왔다. 한순간의 식욕을 이기지 못한 젊은 스님들의 손을 잡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이 한 치의 가식 없는. 자비의 눈물임을 알기에 학승들도 저절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고래 등 같은 지붕 아래서, 거울 같은 장판 위에서, 백옥 같은 쌀밥을 먹으며 해탈을 위해 정진하는 우리가. 공부 말고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 p.234

만공은 간월암에서 벽초와 원담으로 하여금 해방 직전 1천 일 동안 조국 광복을 위한 기도를 올리도록 했다. 1945년 8월 15일은 간월암에서 기도를 한 지 정확히 1천 일이 되는 날이었으니, 선사의 기도는 우주를 움직인다 함이 어찌 거짓이라고 할 것인가. 만공은 광복을 기원하면서도 “광복은 어김없이 된다. 그런데 하나같이 아이 낳기만을 고대할 뿐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지에 대해선 대책이 없으니, 이러다간 정작 해방이 되고 난 뒤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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