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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별과 바람과 시
조광호 신부 그림 에세이
조광호 글그림
샘터 200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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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초만 있으면 뭐하니?

어월리 겨울 바다 이야기 / 내일, 내일 그리고 또 내일
나는 커서 도둑이 될래요 / 눈사람 명상 / 어머니의 향기
황당하고 난처한 오월의 영화 구경 / 행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숨 쉬는 기도 / 절제의 미학 /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
사랑하라, 그리고 마음대로 하라 / 절망보다 더 숨 막히는 아름다운 ‘로고스의 꽃’
믿음 안에서 사랑하기를 두려워 마라 / ‘문화 DNA’가 소중한 까닭

어떤 사랑을 하느냐
그리움을 어떻게 다스리느냐

그날 저녁에 만난 택시 기사 / 앙드레 부똥
내일은 맥주를 공짜로 드립니다 / 위대한 사랑의 순교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설 / 새우깡 수녀님 / 세상에는 시가 필요하죠
만남, 그 아득한 신비의 강 / 그윽한 어둠을 가로지르는 희디흰 물소리
사랑의 뒷모습 / 비극의 강물 속에 푸른 하늘 은하수
불신을 이긴 다윗 / S신부의 수호천사 / 남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합니다

그리움에서 그리움으로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 십자가, 삶과 사랑의 암호
황폐해진 인간 내면의 절규 / 죽음의 강을 건너간 인간
신선에게도 또한 정이 있구나 / 생의 마지막 신앙 고백
비상을 꿈꾸는 ‘견고한 고독’ / 새로운 문명을 위한 예술의 힘
무위에 이르는 길 / 어리석고 비참한 인간의 증오심
푸른 청동으로 다시 태어난 돌 / 출구 없는 창가에서
누가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가

저자 소개 1

글그림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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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나 1977년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과 같은 대학원에서 그림 공부를 하여 198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드물게 재료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회화, 판화, 이콘화, 유리화,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왔다. 대표 작품으로는 부산 남천성당 유리화, 서울 당산철교 외벽의 벽화, 서소문 현양탑 등이 있으며, 지금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종교미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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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0g | 140*205*20mm
ISBN13
9788946415805

책 속으로

인간의 모든 고통은 상실감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더러운 시기와 질투로 범벅이 된 인간의 오욕 또한 내가 지니고 가져야 할 ‘소유’에 대한 상실감에서 비롯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실감의 대상은 타인이다. 나의 모든 불행이 타인 때문이라고 여기는 건널 수 없는 성벽에 갇혀 내 것을 훔쳐간 도둑을 찾아 끝없이 헤매며 괴로워하게 된다. 이러한 괴로움은 ‘회개’할 것도 반성할 것도 없다. 타인에 대한 원망과 시기, 질투의 불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길은 놀랍게도 타인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불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pp.23~24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누가 어떤 기도를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다. 하얀 수도복을 입고 평생 동안 수도원에 살면서 기도한대도 기도의 참 기쁨과 평화를 느끼지 못하며 살아갈 수 있고, 시끄러운 바닥에서 일생을 보낸다 해도 하느님과 함께 숨을 쉬고 살아 있음을 감지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그는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이다. 이는 신자가 아니라도 기도할 수 있고, 고요한 성당이 아니라도 기도할 수 있으며, 일이 잘 풀리고 행복할 때만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pp.62~63

나는 모든 것을 청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환속하기 전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으로 가고 있었다. (…)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하고 흐느끼는 나에게 어머니는 “얘야, 그럼 하느님도 이제 멀리하며 사는 게냐” 하고 말문을 여셨다. “아닙니다. 어머니, 다만 신부가 되지 않고 평신도로 사는 것뿐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어머니는 옛날처럼 나를 두 팔로 안으시고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얘야, 그럼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네 마음대로 해라!” 하셨다. 나는 그날 밤 어머니 곁에서 처음으로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 pp.74~75

때로는 그곳에 하느님이 계시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 완고한 인간의 오만 가운데, 때로는 뭇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는 실패와 저주로 보이는 참혹한 현장에서도 그분이 살아 계심을 오늘 우리가 먼저 알아볼 때 하느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늘 이 세상 사람들도 그분의 존재를 믿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다른 이의 선의를 믿어 주지 않고, 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건다면 우리는 그들을 신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우리들로부터 소외될 것이고, 우리도 또한 그들로부터 소외될 것이다. pp.88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가지고 한다. 어떠한 상황 아래서도 사람은 내일에 대한 희망 때문에 오늘을 살아간다. 그러기에 철학자 가브리엘은, 희망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준 삶의 신비에 해당한다는 ‘희망의 철학’을 통해 인간의 삶이 더없이 은혜로운 것임을 피력했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질 것이다”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다. 희망은 인간에게 불가능을 믿음으로 극복하게 하는 신비이다. 희망이 시작되는 곳도 ‘오늘’ 이 자리이고 그 희망이 성취되는 날도 언젠가 우리에게 주어질 ‘오늘’이 될 것이다. p.111

삶도 사랑도 영원하기를 바라지만 인간 어느 누구도 고통을 면할 길이 없고, 죽음을 면할 수도 없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영혼과 육체의 갈림길에서 노력하면 하는 만큼, 희생하면 희생하는 만큼 더 크고 엄청난 무게의 십자가를 체험하게 된다. (…) 헤르베르트 팔켄은 죽음의 핏빛 십자가와 부활의 희디흰 십자가의 흔적을 동시에 그려 넣음으로써 오늘 나의 십자가에 부활하신 예수의 십자가가 함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p.183

마크 로스코는 마음으로부터 신을 몰아낸 시대의 비극을 작가로서 자신의 작업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한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는 것을 그의 생애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이는 곧 한 작가에게 예술이 그 자체로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종교도 예술도 다같이 진리의 드러남을 겨냥한다. 종교는 초월적 세계를 통해 구원의 길을 제시하지만 예술은 종종 비참한 파우스트적 인간의 양면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네 한다. 그리하여 절망의 빛 앞에 우리를 세워 놓음으로써 구원을 갈망케 한다. 예술가의 이러한 절망과 좌절의 빛나는 외침으로 우리는 자신의 참모습을 만날 수 있다. pp. 225~226

--- 본문 중

출판사 리뷰

화가 신부 조광호. 그는 종종 사람들에게 “화가세요? 신부세요?”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의 대답은 “신부”이다. 다른 신부들이 미사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면 자신은 “그림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신부”라는 것. 그러기에 그의 작품 활동은 종횡무진, 경계가 없다. 그는 우리나라 작가로는 드물게 재료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회화, 판화, 이콘화, 유리화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그의 관심은 그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출판 편집인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사제직, 화가, 출판 편집인, 칼럼니스트, 모두 다른 일이지만 그에게는 전부 하나의 일이다. 신의 뜻을 전하는 사제의 일이기 때문이다.
화가 마크 로스코가 마음에서 신을 몰아낸 시대의 비극을 예술로 극복하고자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듯, 저자는 작가에게 예술이 그 자체로 구원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종교와 예술은 모두 ‘진리의 드러남’을 지향한다. 하지만 예술이 파우스트적인 인간의 양면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절망 앞에 인간을 세우고 구원을 갈망케 한다면, 종교는 초월적 세계를 통해 구원의 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요셉 보이스가 말한, 21세기를 사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보이스는 예언자적인 예지로 인간 구원과 해방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화해하는 뜨거운 사랑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았고,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은 예술가라고 말한 바 있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모든 이가 예술가’라는 그의 말대로 이제 예술가는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요, 철학자이자 행동하는 운동가로서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 조광호 신부의 다방면에 걸친 활약은 사제뿐 아니라 예술가의 본분에 충실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열정적으로 살아온 조광호 신부의 생생한 체험과 고뇌를 이 책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술가로서의 고뇌, 사제 생활에서 오는 갈등 너머로 그 영성의 깊이와 다재다능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인간 실존의 문제에서부터 고통, 희망, 행복, 소유, 가난, 구원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의 폭넓고도 깊이 있는 사유를 책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장 ‘초만 있으면 뭐하니?’에는 저자가 그간의 삶에서 겪었던 다양한 체험들과 세상에 대한 듣보기가 담겨 있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결의를 시험해 보고자 시작했던 어월리 막노동 체험에서부터 어머니의 눈물 어린 일화, 웃음을 금할 수 없는 신부들의 에로영화 단체관람 에피소드까지 그의 인간적인 매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2장 ‘어떤 사랑을 하느냐, 그림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는 살아오는 동안 그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녀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 한 택시기사와의 만남, 신앙의 큰형님이셨던 구상 선생님과의 인연, 구도의 길에서 만난 선배들, 인생 여정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가르침을 주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도 소중한 인연으로 다가올 것이다.
3장 ‘그리움에서 그리움으로’에서는 겸재 정선, 고흐, 샤갈에서부터 요셉 보이스, 이영학에 이르는,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다. 단순히 작품 자체를 해설하거나 미술사적인 의의를 설명하기보다는 화가이자 사제로서 저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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