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건축은 인간에의 찬가이다
2. 고구려의 기백에 선과 빛깔의 감각 3. 르 꼬르뷔지에와의 만남 4. 모더니즘의 수용인가, 형태의 모방인가? 5. 살아 움직이는 선 6. 집은 노래를 불러야 한다 7. 한국 현대 건축의 두 거장, 김중업과 김수근 8.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 |
|
언젠가 김중업은 일본의 한 건축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설계한 한남동 주택을 '달팽이 집' 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별 의미 없이 무심코 던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 속에는 그가 건축을 통해 꿈꾸었던 다양한 가치들이 함축되어 있다.
달팽이는 원래 예술가들에 의해 종종 그리고 다양하게 상징되는 표현물이다. 폴 발레리에게 그것은 자연에 의해 스스로 구축되는 삶의 신비를 드러내는 것이었고, 사르보노 라세에게 달팽이 껍지로가 달팽이는 인간의 단단한 육체와 연약한 영혼을 의미했다. 곧 완전한 인간 존재의 상징이었다. 르 꼬르뷔지에도 주거에 대해 언급하면서 처음에는 '주거용 기계' 라는 용어를 많이 썼지만, 후반기에 들어서면 '달팽이 껍질' 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그에게 달팽이는 본질적으로 인간 중심의, 인간적인 규모의 주거를 의미했다. 동양의 한시에서도 작고 누추한 집을 '달팽이 집' 이라 부르는 것은 흔한 표현이었다. 김중업에게 달팽이 껍질은 바로 내부의 연약한 연체를 보호하는 작은 집의 이미지였다. 그것은 인간 존재와 세계를 구분하는 최초의 경계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한한 공간 속에서 원초적인 아늑함을 찾아내는 것, 바로 그것이 김중업이 꿈꾸었던 건축의 본질이었고, 주택은 이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대상물이었다. 이런 생각은 폴 발레리의 시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 p.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