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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낮잠만 자는 고양이, 개, 생쥐와 함께 사는 암탉은 항상 혼자 온갖 집안일을 다 한다. 하루는 마당에 있는 밀알을 보고, 셋에게 누가 밀알을 심겠냐고 묻지만 아무도 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암탉은 혼자 밀을 심고, 거두고, 빻아, 케이크를 만든다. 케이크가 구워지며 맛있는 냄새가 나자 고양이, 개, 생쥐는 모두 달려와 자기가 먹겠다고 하는데, 암탉은 당연히 혼자 모두 먹어버린다. 그 뒤로 세 친구들은 암탉을 잘 도왔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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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과 부지런함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빨간 암탉》도 대부분의 다른 옛이야기답게 부지런한 사람은 복을 받고, 게으른 사람은 벌을 받는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 구조가 아니라 결말을 향해 점점 상승되어 가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긴장감이 남다르다. 더구나 옛이야기를 재구성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폴 갈돈의 책이니 기대감이 더하다.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 폴 갈돈은 어릴 때 아빠와 함께 부다페스트 동물원을 자주 드나들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 경험이 녹아서인지 그의 동물 그림은 사실과 가까우면서도 동물적 특징이 살아 있다. 특히 이 책의 주인공 고양이, 개, 생쥐, 암탉들은 ‘어디서 본 듯한 동물은 싫다.’는 그의 말처럼 각각 개성이 넘친다. 한 동물을 여러 가지 접근법으로 수차례 그려 완성한 캐릭터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표정을 보면 마치 무대 위의 배우들처럼 솔직하고 확실하다. 그러니 나태하고 안이한 고양이, 개, 생쥐와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암탉이 대비되면서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넘치는 유머와 재치 갈돈은 ‘아이들은 쉽게 싫증을 내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는데, 그의 작품 속에 유난히 장난기 어린 장면이 많은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자고 있는 세 친구들이 먹고 싶은 뼈다귀, 치즈가 만화의 한 장면처럼 들어가 있거나 글자 옆에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고, 글자와 그림이 하나로 된 것에서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이를 표현 방법에까지 적용시키는 것에서 폴 갈돈의 프로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