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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역사를 움직이는 진짜 힘
책머리에: 기후에 관한 소중한 기억 01 취약성의 문턱 펌프와 컨베이어 벨트 02 마지막 빙하기의 오케스트라 | 기원전18000~기원전13500년 03 신대륙 | 기원전15000~기원전11000년 04 대온난화 시기의 유럽 |기원전15000~기원전11000년 05 천 년의 가뭄 | 기원전11000~기원전10000년 수백 년의 여름 06 대홍수 | 기원전10000~기원전4000년 07 가뭄과 도시 | 기원전 6200~기원전1900년 08 사막의 선물 | 기원전6000~기원전3100년 행운과 불행의 차이 09 엘니뇨, 대기와 대양의 춤 | 기원전2200~기원전1200년 10 켈트족과 로마인 | 기원전1200~900년 11 대가뭄| 1~1200년 12 웅장한 잔해 |1~1200년 마치며 | 1200년~현대:불안한 지구의 여름 주 찾아보기 |
Brian M. Fa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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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이상기후, 기후 대변동,
인류의 운명을 바꾼 2만 년의 역사! 인류 문명의 보이지 않는 손, 기후 기후가 인류 역사에 행사한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의 경제ㆍ정치ㆍ사회적 제도들도 기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복잡한 변수들과 광범위한 영역 때문에 그 실상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계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던 빙하기의 끝 무렵, 약 1만 5천 년 전부터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는데,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이 ‘기나긴 여름’을 타고 꽃피었다. 끊임없이 변하는 기후는 농경 사회를, 이집트를, 히타이트를, 로마를, 마야를 일으키고 쓰러뜨렸다. 그 과정에서 인류는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통제력을 조금씩 확보해 왔지만 동시에 기후 대재앙에 대한 취약성은 전대미문의 경지에 들어서고 말았다. 선사 시대 인류학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이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은 결코 인류의 역사가 기후 조건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의 ‘이상한 여름’에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화나 자본주의의 죄과가 아닌 기후에 대한 인류의 취약성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에 맞서 인류가 축적해 온 지식의 보고이며, 그것은 기후라는 실마리를 잡아당겨야만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기후 변덕에 적응할 것인가, 사멸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과거 우리 선배들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생존의 문제에 다름 아니다. 펌프와 컨베이어 벨트 인류에게 영향을 준 기후의 변동은 좀 단순화시켜 보면 펌프와 컨베이어 벨트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염분과 온도 차이로 일어나는 대양 순환은 열기와 비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이다. 아마존 강 100개의 위력에 맞먹는 대서양 순환은 유럽의 온난화ㆍ가뭄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태평양은 몬순의 발상지로서 그 순환은 사하라와 아시아 전역의 강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컨베이어 시스템은 지구 궤도 변수(이심률, 세차운동 등)에 따라 극심하게 변했으며, 이에 따라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는 마치 펌프처럼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빨아들이거나 뿜어내면서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켰다. 아프리카에 처음 출현한 인류는 기후의 펌프 작용에 의해 나일 강 유역으로, 서남아시아로, 서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북동 아시아로, 베링 육교로 이어져 있던 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수렵-채집자였던 인류는 집단의 수가 적고 섭생이 한곳에 얽매여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유연성과 기동성이 뛰어났다. 때문에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지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만 5천 년부터 지구의 기온이 오르며 강우량이 증가해 숲이 확산되자 인류는 한곳에 오래 머물기 시작한다. 정주 생활은 농경화의 결과가 아니었다. 당시 인류의 가장 중요한 식량이었던 도토리는 끓이거나 물에 걸러내 타닌 성분을 제거해야 했고, 독성이 있는 다른 채소나 견과류도 먹기 위해서는 비슷한 처리가 필요했다. 그 결과 인류는 서서히 기동성을 잃기 시작한다. 홍수보다 더 무서운 가뭄 그래도 단순한 농경 사회를 이루고 살던 인류에게는 유연성이란 무기가 있었다. 기원전 5000년경 지금은 흑해가 된 에욱시네 호수가 범람해 대홍수가 났을 때도 호수 유역의 농경민들은 목축이나 사냥, 야생 식물로 식량원을 다각화하며 다뉴브 강, 라인 강, 넥타르 강 상류로, 폴란드, 벨기에 남부, 프랑스 북부, 헝가리 서부로 흩어져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가 생겨나면서 그 양상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노동력 통제와 안정된 공급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탄생한 도시는 식량 생산을 증대했을지는 몰라도 대규모 단기 기후 변동에 더 취약해졌다. 우르가 그 최초의 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고대도시, 유서 깊은 종교와 상업의 중심지였던 우르는 기원전 2200년경 극심한 가뭄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인류는 환경적 취약성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 인구, 물 공급량, 기후 격변 완화에 필요한 경제ㆍ정치ㆍ사회적 유연성과 관련된 복잡한 방정식이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진 것이다. 기원전 1200년경의 엘니뇨-남방진동(ENSO)로 인한 가뭄은 히타이트 제국을 멸망으로 몰고 갔고, 미케네 문명을 파괴했으며,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 등 레반트의 경제를 침체에 빠뜨렸다. 이집트는 이 가뭄의 극복을 통해 신의 권위로 군림하던 치세에서 탈피 실용적인 면에 더욱 중심을 두는 독특한 리더십을 구축하여 거대한 제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대형 유조선의 몰락과 돛단배의 생존 전략 인류의 문명은 취약성을 키워온 과정이다. 그 극명한 예가 바로 마야 문명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건축술과 농경술로 놀라운 문명을 구축했던 마야의 흥망성쇠는 바로 취약성 증가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 기원전 457~250년 사이에 들었던 큰 가뭄은 당시 형성기에 있던 마야 문명에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들은 수렵-채집자의 유연성과 기동성으로 그 가뭄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 뒤 기원전 125~210년 사이에 든 가뭄은 도시국가를 이루고 있던 마야인들이 비를 내릴 수 있다고 믿었던 군주에 대한 정신적 신뢰를 상실하는 계기가 됨으로써 도시는 와해되었으나 사람들은 흩어져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750~1025년에 든 가뭄은 달랐다. 마야인들은 이미 중대한 문턱을 넘어서 있었던 것이다. 농업 생산성이 조금만 줄어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 구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마야가 대형 유조선이어서 붕괴를 면치 못했다면 작은 돛단배가 되어 생존에 성공한 예도 있다. 중세 유럽이 최적의 기후 조건 속에서 고딕 문화를 꽃피운 동안 그 반대편 아메리카는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다. 푸에블로족은 북아메리카 남서부의 고대민족으로 1천 년 전 뛰어난 농경술을 바탕으로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제국을 세웠다(푸에블로는 그들이 거주하기 위해 지었던 건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12세기경 극심한 가뭄이 닥치자 이들은 그때까지 키워놓은 거대한 주거지를 버리고 이동을 시작했다. 친족관계, 개별적 우호관계를 통한 이웃과의 연계 등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관계망을 따라 다른 사회로 흩어져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다툼보다는 함께 살아남는 문화를 발달시켰다. 이주민들에게 땅이나 물, 비중 있는 사회적 역할을 맡길 만큼 유연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종교적인 노력이 병행되었다. 그들은 이 격심한 가뭄을 겪은 후 다시는 사회 규모를 키우지 않았다. 불안한 지구의 여름 지금 지구의 ‘여름’은 확실히 이상하다. 1900~90년까지 지표면 평균온도는 0.6℃ 상승했는데 그중 태양복사열에 의한 상승은 0.25℃도 채 안된다. 무분별한 토지 개간, 산업화된 농경,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 등 인간의 활동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란 비난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혁명 이후 현란하게 발달한 과학기술은 기후 격변의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 19세기 ENSO로 인한 가뭄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2천만 명이 넘는데 전쟁 사망자보다 훨씬 많은 수다. 오늘날 브라질 북동부, 사하라, 에티오피아, 아시아 등에는 청동기 시대 농부보다 나을 것 없는 척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2억 명이 넘는다. 고층 건물, 교외 주택, 중공업 도시 빈민가 등은 폭풍에 특히 취약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페루 해안 정도는 가볍게 쓸어버리는 엘니뇨 폭우, 미국 남부를 삽시간에 지옥으로 만들어버리는 허리케인 앞에서 기술은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에겐 이동할 수 있는 주인 없는 땅도 없다. 이것이 인류가 처한 취약성의 실상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높아지는 파도, 도망가는 바닷새, 모여드는 구름은 우리 모두의 운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현재의 인류는 10명 당 1명 정도밖에 구명정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 우리는 여기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