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 하나
책 둘 책 셋 책 넷 옮긴이의 말 |
Philippe Besson
장소미의 다른 상품
|
이런 사랑, 도 있다
삶을 기어이 운명으로 바꾸어놓고야 마는 이런 사랑, 도 있다… 『이런 사랑』을 이끌어가는 것은 이미 주검이 된 루카 살리에리와 그의 두 연인 안나 모란테, 레오 베르티나의 ‘목소리’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마법 같은 첫 만남의 순간을, 뜨거웠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사랑의 순간을, 배신당한 사랑 때문에 휘청거리는 순간을 말한다. 루카는 숨을 거둔 후에 겪는 육체의 변화, 장례 절차와 매장, 고요한 무덤 속, 안나와 레오를 향한 각기 다른 사랑을, 안나는 갑작스러운 연인의 죽음과 배신에 직면한 고통을, 레오는 타인과의 유일한 끈이었던 사랑을 잃은 상실감과 고독을 노래한다. 작가 특유의 세심하고 정교하며 강박에 가깝게 다듬어진 문체로 포착된 세 인물의 내면의 독백은 금세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갑작스럽게 상(喪)을 당한 안나는 루카의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을 치르는 등 현실적인 일을 처리하는 한편, 수수께끼 같은 루카의 죽음을 끊임없이 그리고 고통스럽게 곱씹는다. 부검 결과에 접근할 권리가 없는 안나는 죽은 애인의 빈집으로 찾아가지만, 그녀가 깨닫게 된 것은 애인의 부재와 “몸을 가눌 수 없는” 고통이다. 그러나 그녀는 함께한 사랑의 세월만큼이나 두꺼운 미스터리의 장막을 걷자고 결심한다. 그녀는, “끔찍한 진실과 완벽한 소설”을, 심지어 믿을 수만 있다면 거짓말이라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루카가 용의주도하게 숨겨온 어둠을 발견한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은 남자, 총명하고 아름다운 청년에게 감춰진 어둠을. 안나 모란테가 고통 속에 찾은 불편한 진실은 바로 레오라는 청년이다. 레오 베르티나는 피렌체 역에서 몸을 파는 남창이다. 벼락같은 첫 만남의 순간 둘은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말로 표현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사랑은 처음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영원한 진실이었다. 레오는 신문의 부고 난을 통해 루카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장례식조차 참석할 수 없다. 그는 숨겨진 연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으므로. 어느 날, 한 젊은 남자가 단호한 걸음걸이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차분한 인상에 긴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남자였다. 파솔리니 영화에 나오는 길 잃은 예수 같았다. 그는 단지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내 이름은 루카야.’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리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전과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했다. ―레오 베르티나 안나는 루카의 사건을 담당한 형사에게서 루카의 몸에서 레오 베르티나의 정액이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암흑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안나가 잡은 것은 날카로운 칼. 레오와 루카가 연인이라는 진실은 그녀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그들의 관계는 거짓이며 사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절망한다. 루카가 레오에 관해 거짓말한 것으로 봐서 다른 모든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 모든 것이 그런 척한 것이었다면? 진심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비참한 가장 행렬에 불과했고 연극에 지나지 않았으며 나는 그 연극에서 알지도 못한 채 역할을 맡은 것뿐이었다면?” ―안나 모란테 한편 죽음 저편에서 그림자처럼 떠도는 루카 살리에리는 자신의 육체가 진흙탕의 강물에서 차가운 방의 검시 테이블 위로 옮겨지는 과정, 검시관이 부검하는 과정, 염습해 관에 들어가고 장례식을 치르고 마침내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모두 지켜본다. 절망하는 안나와 장례식장 밖에 혼자 서 있는 레오를 지켜보고, 그들을 사랑했던 시간을 회상한다. 그리고 안나와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그늘과 어두운 비밀을 발견하고는 가증스럽다고, 배신이라고 소리칠 것임을 안다. 약간의 거짓말과 생략이 안나를 사랑하는 데 장애가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진정으로 안나를 사랑했다. 여기에는 어떤 모호함도 없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곰곰이 돌이켜보건대, 나는 레오의 존재 외에는 안나에게 숨긴 것이 하나도 없다. 레오 외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투명했다. 당신, 당신은 모든 진실을 말했는가? ”―루카 살리에리 안나는 레오를 만나러 피렌체 역으로 간다.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 스낵 코너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불결한 역에서 안나와 레오가 마주 선다. 그리고 또다른 배신과 씁쓸한 환멸감을 안고 돌아선다. 두 사람이 피렌체 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로, ‘내 작품들은 거의가 내면의 독백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일은 등장인물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며 외부는 이제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작가의 말을 뒷받침하는 모범적인 사례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하고,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머릿속 상념 외에 모든 것이 정지된 순간. 결국 경찰은 루카의 죽음이 사고사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짓기로 한다. 레오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가을밤, 혼자 호텔방에서 루카를 생각한다. 그와 나눈 키스를, 처음부터 그들의 감정이 “확고하고 영원히 자리 잡은 진실”이었음을 떠올린다. 안나는 고독한 집에 웅크리고 앉아 한때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모조품”일지 모르며 루카와의 관계가 “모래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깨닫고 자문한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최후의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루카의 목소리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함께한 사랑의 시간은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만큼 수수께끼와 비밀의 두께만 두툼해질 뿐. 함께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지독한 환상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관계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것이 드러나는 순간, 견고하다고 믿었던 사랑은 가면극으로 변질될 수도 있으며 사랑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사랑함에도 얼마나 고독한지 『이런 사랑』은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읽힌다기보다는 피부로 느껴지는 소설을 쓰는 작가 필립 베송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평단의 두터운 신망과 열성적인 고정 독자층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출판사의 ‘보증수표’ 같은 작가다. 2001년 『인간의 부재 속에서』로 데뷔하며, 『이방인』『구토』에 버금간다는 찬사를 받은 그는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고 아카데미 공쿠르에서 수여하는 에마뉘엘 로블레스 상, 에르테르엘 리르 그랑프리 등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의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자리잡아왔다.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공히 인정받는 것은 간결하면서도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필립 베송만의 언어. 그는 등장인물들이 격렬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것을 온전히 소화해내어 자신만의 고도로 정련된 언어를 통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짚어나간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읽힌다기보다는 오히려 피부로 느껴진다. 그의 이런 글쓰기는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사였던 아버지에게 글씨 쓰는 법과 철자법을 철저히 배웠으며 열다섯 살부터 랭보, 프루스트, 뒤라스 등의 작품을 접했다. 글자에 대한 강박은 이후 문학과는 상관없는 법률가로 살면서도 매일 세 통씩 지인에게 편지를 쓰게 했고, 그는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필립 베송의 이력 중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사실은 대부분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의 동생』은 <여왕 마고>와 <정사>의 파트리스 셰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이런 사랑』을 비롯해 여러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중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이같은 영화계의 러브콜은 작가 스스로도 말했듯 흥미로운 이야기, 생생한 시각적 묘사 때문일 것이다. 필립 베송은 지금까지 여덟 편의 장편을 발표할 때마다 드물게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행복한 작가가 되었다. 전업작가가 된 지금, 그는 글을 쓰지 않는 날을 상상할 수 없으며, ‘현재의 삶이 너무나 행복하며 이 행복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면 기꺼이 치를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