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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나의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이다
1부 글살이 책살이 ‘벙개’ 하면 안 되나요? 진화하면 안 되나요? 말이여, 넥타이를 풀어라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1 공부하는 놈, 저금하는 놈 2 잡초 없는 뜰을 위하여 아는 만큼 보이고 책 한 수레 시집보내면서 형님 말씀 딱 두 마디 ‘유심히’ 또는 ‘무심히’ 바라보다 실패를 ‘감축 드립니다’ 고홍명의 농담을 음미함 문화는 힘이 세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한 입으로 두 말 하기 연하의 고수들을 곁눈질하다 휘어진 작대기를 바로잡으려면 확실한 실수의 씨앗 꿈속에 또 꿈 강은 이렇게 흘러왔다 모르기는 내가 왜 몰라요? 익명의 즐거움 신화, 참 위험한 물건 내 집에 오시는 손님들 공포의 맨 얼굴을 보았다 2부 일본인에 대한 생각 ‘난띵까’ 교수, 오랜만에 만나는군요 히메유리 탑 앞에서 나는 물으리 흉보다가 한 수 배우다 닻과 돛에 대하여 나의 디지털은 디지털도 아니었다 ‘테러리스트’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그들은 달라지고 있었다 일본인에 대한 예의 ‘일본놈’과 일본인 많이 같고 조금 다를 뿐 3부 아, 베트남 죽은 가을 잊을 수 없는 풍경 나는 울었노라, 다농 강가에서 거룩하지 않은 땅이 어디 있으랴!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4부 나의 오이코스 나의 ‘오이코스’에 대한 중간 보고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다 선물 받고 짜증 내다 머지 않아 큰 부자가 될 것이다 대숲의 주인이 되다 자연은 ‘강적’이다 뱀, 너무 길다 신화, 발생하다 모르는 생이 있는 것 같다 5부 명창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 명창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 8할이 바람이었다 여성들이 몰려온다 아내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 야구 보면서 딴생각했다 딸내 집에 가면서 딴생각하다 5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참으로 요상했던 경험 니 뭐꼬? 고귀한 선물 어리석은 사람들 운명의 갈림길에서 바닥을 기어본다는 것 죽음, 악법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네 겨우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리 그림자 참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내 친구 이야기 붉은 사라판 화가 벌컥 날 때마다 |
Lee Yoon-ki,李潤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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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공부한다고 해서 현명함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지에서는 멀어진다. 하루 나태하게 군다고 해서 무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명함에서는 멀어진다. 공부하는 사람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바 있으나,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나날이 닳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학교는 공부하게 하는 곳이 아니었다.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곳이었다. 내가 보기에 교회는 당시의 내 눈 높이에 맞추어 내가 선택한 곳이지 내 눈높이를 돋우어주는 곳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와 교회를 떠났다. 학교와 교회를 떠나고 보니 고전의 바다였다. --- p.34 이른 시각이었다. 박물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네바 강변에 있는 교회 앞을 어슬렁거렸다. 강가에 차림새가 초라한 한 노인이 아코디언을 안고 앉아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노인은 아코디언 반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인 앞에 돈 넣는 통이 놓여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붉은 사라판>이었다. 아, <붉은 사라판>이었다. 나와 청춘을 함께 한 바로 그 노래였다. 내가 그 노래에 미친 사람이라는 걸 그 노인이 어찌 알고? 7월인데 벌써 매워지기 시작한 네바 강변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눈물이 나왔다. 나는 눈물을 감추고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고는 아내 모르게 돈 통에다 돈을 넣었는데, 얼마 넣었는지 나는 모른다. 얼마 넣었는지 알았다면 내 아내는 많이 놀랐을 것이다. <붉은 사라판>을 들려준 노인은 내 아내보다 더 놀랐을 것이다. 슬픈 추억의 해독제 값. --- pp.330~331 대숲의 주인이 된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대숲을 원했다. 그런데 큰 돈이 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가 겨우 일금 7천 원만 대나무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런데 3.5년이라는 세월이 기적을 일으켜 공부방 앞을 대숲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세월이 일으킨 기적에 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기적 앞에 설 때마다 내가 그냥 흘려보낸 세월을 아주 많이 가슴 아파한다. 내가 만일에 35년 전에 대나무 한 그루를 빈 터에다 꽂았다면 지금 몇 그루로 늘어 도대체 어떤 대숲을 이루고 있을 것인가, 싶어서다. 평생을 복무하던 직업에서 놓여나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삶을 나는 ‘2부 순서’라고 부르는데, 만일 35년 전에 이 기적의 비밀을 알았더라면 나의 인생 ‘2부 순서’는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싶어서다. --- pp.223-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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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향기, 사람의 향기 가득한 교양산문의 빛나는 경지!
청년의 열정과 연륜의 혜안으로 들여다본 우리 삶의 속내와 바깥 풍경 문화와 역사와 환경과 신화를 가로지르는 전방위적 사유와 유려한 필치! 구성진 이야기 가락에 실린 인문적 교양과 촌철살인의 통찰을 만난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나무를 심고, 삶에 대해 사유하는 진정한 자유인이자 영원한 청년 이윤기. 그는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교양을 특유의 유려한 필치로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년 만에 펴낸 신작 산문집 ≪내려올 때 보았네≫는 그가 청년의 열정과 연륜의 혜안으로 우리 삶의 속내와 바깥 풍경을 들여다본 기록이다. 일상에서부터 문화와 역사와 환경과 신화에 이르는 전방위적 사유가 빛나는 69편의 글들은 독자의 마음속으로 인문의 향기, 사람의 향기를 실어나른다. 산문집은 말* 글* 책에 대한 깊은 통찰과 경험을 담은 ‘1부 글살이 책살이’,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며 한중일 삼국을 순회하는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서 만난 일본인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한일 관계를 전망하는 ‘2부 일본인에 대한 생각’, 청춘의 한때를 보낸 곳, 베트남 뚜이호아를 3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감회를 사무치게 서술한 ‘3부 아, 베트남’, 환경과 생태에 눈뜨게 해준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시골에서 농사 짓고 나무 심으며 사는 일의 희열과 어려움을 전하는 ‘4부 나의 오이코스’, 장사익* 조영남* 안숙선 등 이른바 ‘명창들’ 앞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연을 비롯해 일상의 여러 갈피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다채롭게 풀어놓은 ‘5부 명창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로 이루어져 있다. 명성을 원하는가, 자기 강화를 원하는가? 먼저 ‘공부’에 관한 글이 눈길을 끈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바 있으나, 착하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나날이 닳고 있는 것이다”라는 동악성제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어린 시절의 독서편력, 자신의 공부를 방해하는 ‘학교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결단, 명성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기 강화를 위한 공부, 자기를 2류로 규정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평생 학습’에 대한 이야기는 입신양명을 위한 획일적인 공부가 만연한 이 시대에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닻을 올리고 돛을 올리자 일본과 베트남에 대한 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지난 역사의 아픔 위에서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질문한다. 작가는 자국의 우경화 행보를 불길해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일본인들과의 만남에서 일본인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우리와 “많이 같고 조금 다를 뿐”이다. “차이점을 찾아내는 일, 이것이 갈등의 길이 아닐까,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 이것이 평화의 길이 아닐까.” “닻을 올리고 돛을 올려야 할 때다. 닻은 우리들의 과거, 돛은 우리들의 미래다. 한국인들에게 닻은 감정의 앙금일 수 있고 일본인들에게 닻은 무관심일 수 있다.” 작가는 청춘의 한 시절을 보낸 베트남을 33년 만에 다시 찾는다. 빈딩 성(省) 뀌년 현(縣)에는 ‘미군의 꼭두각시 남주띤(南朝鮮) 군대를 증오한다’는 ‘증오비’가 있다. 그 비를 참배하고 돌아서는 길에 한 베트남 사내가 건네준 향기로운 술을 ‘독주’가 아닐까 의심한 것을 미안해하며 문득 깨닫는다. “나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너 나무 한 그루 심어봤냐?” 작가는 환경과 생태 문제에 대한 깨우침을 준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떠올린다. 중국제 종이컵을 사온 제자에게 “마, 책 많이 꿰어차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미안하지 않냐? 한국 땅이든 중국 땅이든 미국 땅이든 좋다, 너 나무 한 그루 심어봤냐?”고 호통을 치시던 고 임길진 박사, 빈병을 맑은 물로 씻곤 했던 엘리 호프만이라는 처녀, 조립식 젓가락을 늘 목에 걸고 다니는 일본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 박사, 남미 밀림 사람들의 눈을 걱정하며 종이컵을 쓰지 않는 한비야. 이들이 저자의 눈과 귀를 열어주고, 온 세계가 ‘가연(佳緣)과 악연(惡緣)’으로 얽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작가의 공부방 앞에는 작은 대숲이 있다. 2002년 여름, 단돈 7,000원을 주고 산 대나무 한 그루가 3년 반 만에 제법 볼 만한 숲을 이룬 것이다. 세월이 만들어낸 이 기적 앞에서 그는 지난날 그냥 흘려보낸 세월을 가슴 아파한다. “내가 만일에 35년 전에 대나무 한 그루를 빈 터에다 꽂았다면 지금 몇 그루로 늘어 도대체 어떤 대숲을 이루고 있을 것인가. ……만일 35년 전에 이 기적의 비밀을 알았더라면 나의 인생 ‘2부 순서’는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그는 환경운동 일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나무 심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갚아보려 한다. ‘나’의 노래, ‘나’의 글, ‘나’의 삶을 펼치는 사람이 곧 ‘명창’이다 이윤기는 노래를 즐긴다.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거”라고 대답할 정도다. 러시아 노래, 베트남 노래, 일본 노래, 몽골 노래 등 부르는 노래도 다양하다. 이 시대의 명창 혹은 절창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앞에서도 ‘겁 없이’ 노래한다. “명창들 앞이라고 해서 우리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향하여 숨죽일 것을 마냥 요구해야 하는가?” 글과 삶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글발 좋은 사람들’ 앞에서 주눅들지 말고, ‘나’의 글을 진정성에 실어 쓰라고 한다. 삶의 고수들 앞에서 내 삶을 초라하게 생각할 것 없다, ‘나’의 삶을 살면 되는 것이다. 누구든, 진심으로 자기 노래를 부르고 자기 글을 쓰고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 바로 ‘명창’이다. 평범한 사람이 남의 흉내내지 않고 진정한 ‘나’의 노래, ‘나’의 글, ‘나’의 삶을 찾아가는 것, 그것은 곧 ‘평생 공부’이기도 하다. 소통을 원하는가, 과시를 원하는가? ‘소통을 원하는가 과시를 원하는가?’ 저자가 글 부리고 말 부릴 때마다 묻는 질문이다. 누구보다 ‘소통’의 방법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알맞은 비유와 촌철살인의 위트를 적재적소에 섞어 구성지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문집 한 권에 사유의 깊이와 드라마틱한 인생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그래서 그의 산문은 읽는 맛이 남다르다. 산문집 제목 ‘내려올 때 보았네’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고 노래한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시인의 ‘까마득한 오도송’을 흉내 내지 않는다. 오히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려올 때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아직 난망이다”라며 옷깃을 여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