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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장나무가 있는 마을
2. 어른도 길을 잃는다 3. 우렁이 색시 4. 또딸이 5. 민들레 세상 6. 자식이 여럿이면 별일이 다 있다 7. 새를 기다리며 8. 어른들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다 9.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할 수 없다 10. 날 좀 잡아가거라 11. 죽기에 좋은 계절 12. 바리데기 발문/김형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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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뒷방에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찐빵처럼 부푼, 아니 돌하르방처럼 온몸이 부푼 어떤 존재가 살고 있었다. 할머니의 이야기 보따리처럼 배는 청오산만한데 입이 바늘귀처럼 작아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바로 그 아귀의 화신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허리가 끊어질 듯 배가 고픈 병, '허천병'이라고 했다. 끼니때의 밥만으론 충분치가 않아서 고구마를 한 가마솥씩 삶아먹고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우리 식구의 며칠분 식량으로 삶아놓은 보리쌀을 다 먹어버리고 광 속 항아리의 생쌀도 씹어먹고 심지어는 시궁창에 떨어진 풋감이나 떫은 무화과까지도 주워먹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우리 집 뒷방에 살고 있지만 우리와 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이 그냥 무슨 물건처럼 '뒷방것'이라고만 지칭했기 때문이었다.
--- pp. 9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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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걸이처럼 잘생긴 미남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덩치도 좋은데다 반듯한 이마와 코, 그리고 탐스럽도록 굵은 눈썹과 커다란 눈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신성일이나 최무룡도 저리가라였다. 뜯어볼수록 흠 잡ㅇ르 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수걸이는 누가 보아도 한눈에 바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표정 때문이었다. 수걸이는 얼굴을 항상 동전 찾는 사람처럼 처박고 다녔다. 사람을 볼 때만 굵은 눈썹 밑에 숨겨둔 눈을 치뜨고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쳐다보아 미안하다는 듯 입술 끝에 몹시 수줍은 미소를 머금으며 눈길을 다시 비켜버리곤 하는 것이다.
'가짜 점쟁이, 화냥년 주제에 뭘 안다고.' 수자가 또 불쑥 씹어뱉었다. 수걸이 때문에 잠깐 방심했던 나는 또 등줄기를 조그맣게 오므렸다. 전이된 수자의 증오가 전율처럼 등줄기를 싸늘하게 훑어내린 것이다. --- p.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