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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선비란 항상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풍진이 얼룩진 세상에 산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그 먼지를 씻어 낼 수 있는 창랑의 물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래야 청정함을 지킬 수 있다……. 그건 선비한테 절대고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공간, 그 절대고독의 시간을 지니지 못한 선비는 삶의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다."
"……." "그림이 무엇이냐고 물었느냐? 나한테 그림은 바로 강호이고 창랑의 물이고 또한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 "이제야 비로소 너도 강호에 들어간 것 같구나. 그곳에 가서 너의 모습을 찾아라. 참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p. 182∼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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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선비란 항상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풍진이 얼룩진 세상에 산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그 먼지를 씻어 낼 수 있는 창랑의 물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래야 청정함을 지킬 수 있다……. 그건 선비한테 절대고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공간, 그 절대고독의 시간을 지니지 못한 선비는 삶의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다."
"……." "그림이 무엇이냐고 물었느냐? 나한테 그림은 바로 강호이고 창랑의 물이고 또한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 "이제야 비로소 너도 강호에 들어간 것 같구나. 그곳에 가서 너의 모습을 찾아라. 참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pp. 182∼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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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필 의도
그 동안 대중 독자들을 위한 조선시대 회화사와 관련된 책으로는 『우리나라의 옛 그림』(학고재), 『진경시대 1,2』(돌베개),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솔)을 시작으로 『화인열전(역사비평사), 『완당평전』(학고재)이 있다. 쏟아지는 책의 홍수에 비하면 제대로 된 한국미술사 관련 출간이 아직도 빈약한 건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물이 대중서로서 차츰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책은 독자들에게 전문가의 눈으로 옛 그림을 보는 안목을 길러 주고, 몇몇 화가의 일대기를 작품 세계와 함께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근래에 출간된 유홍준 교수의 『화인열전』, 『완당평전』은 대중 속으로 좀더 가까이 접근하여 이 분야에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은이가 오랫동안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그림이 논리에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화가의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 화가의 마음을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화가의 마음을 따라가려면 당시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림을 해석하는 데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뜻에서 집필되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월간 『미술세계』에 1996년 4월부터 연재한 원고(안견, 강희안, 이상좌, 신사임당, 이암)를 조선시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 조선시대 회화사(전3권)'로 대폭 재정리하여 다시 태어났다. 일반 독자들이 쉽고 편하게 읽으면서도 당시 회화사의 흐름과 작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고, 당시 역사적 배경과 생활상도 엿볼 수 있게 심혈을 기울여 5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2. 이 책의 내용 및 특징 1) 조선 전 시대를 다루었다. 조선 초기의 대표적 화가인 안견에서 시작하여 조선시대 마지막 초상화가인 채용신을 끝으로 33명을 선정, 모두 3권으로 구성함으로써 조선 전 시대의 화가들을 다룬 셈이다. 여기에는 개별 작가의 생애와 작품 분석을 중심으로 하였기에 이미 검증된 화가들을 우선으로 선정하면서도 자료가 거의 없는 작가는 애석하지만 뺄 수밖에 없었다. 2) 한 작가의 생애를 이해하기 위해 텔레비전 단막극에서 볼 수 있는 옴니버스 형식을 차용했다. 즉 그 작가의 생애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생의 몇 장면을 특별히 시간 흐름에 구애받지 않고 보여 주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한 그 장면 장면 속에서 독자가 한 작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화들을 끼워 넣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작가들은 다른 작가들을 기술할 때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식으로 작가와 작가를 씨줄과 날줄처럼 얽어 놓았다. 그러므로 33편의 글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얻기 위함이다. 3) 이 책이 이야기 회화사인 만큼 화가와 그림에 관련된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림들이 그려지게 된 배경과 작가의 독특한 인생 편력, 그리고 그 속에서 작가가 느꼈을 심리적인 변화 과정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그림은 곧 작가의 인생이고 붓질은 마음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때문에 작가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는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엄정하고 논리적인 논문이나 학술서에서는 다루기 힘든 작가의 일상사를 엮어 보았다. 4) 시대상황과 정치·생활사적인 면의 결합에 치중했다. 허주 이징 편에서는 허균과 이징의 대화 중에 고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무렵 고추가 조선에 처음 전래되었음을, 강희안 편에 세 사람이 종각 아래를 걸어가는 장면은 당시 종각이 지금과 달리 십자형으로 뚫렸다는 시대상황을, 두성령 이암 편에서는 당시 부유한 왕손 집안의 집의 규모와 당시 사랑방 풍경을, 탄은 이정편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그림 수집열이 대단하여 그림이 뇌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징 편에서는 왕이 이징을 불러 그림을 감상하며 여유를 부리자 신하들이 걱정하는 상소를 올렸다는 상황을 통해 당시 사대부들이 그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김명국(2권)이 일본에 갈 때 인삼을 밀매하여 징계를 먹는 장면은 당시 직업화가의 열악한 생활 조건을, 한시각 편에서는 당시 사대부들의 산수유람 풍조에 대한 내용을, 영조가 사대부인 조영석에게 어진을 그리라고 하자 단호히 거절하는 장면에서 사대부로서의 자존심을, 심사정 편에서는 역적 집안에 태어난 사람의 비극적인 생애를 통해 조선사회의 가문이란 무엇인가를, 강세황 편에서는 나이 60이 넘어 관직에 나아가는 대기만성형 인간의 자세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글에서 당시 화가들과 교유했던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었다. 5) 여기에 표현된 일화들은 거의 문헌이나 논문에 인용되어 있는 것을 취사 선택했다. 예를 들어 이상좌 편에 나오는 금년이의 얘기는 실재했던 사건으로 전용우의 「조선 초기 양반들의 노비 관련 범죄 및 처벌에 대하여」라는 논문자료를 참고했다. 이경윤 편에 묘사된 전쟁 후의 믿기 어려운 참상 등은 『조선왕조실록』에서 가져왔다. 또 조선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에 갔던 김명국의 일기는 1636년에 그와 함께 도일했던 부사(副使) 김세렴의 일지가 남아 있어 많은 참고가 되었고, 허유와 김정희의 관계는 『소치실록(小癡實錄)』과 김정희의 『완당전집(阮堂全集)』이 바탕이 되었다. 이 밖에도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과 최근의 석사논문까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는 최대한 활용했다. 또한 조선시대의 풍속에 대해서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 최근의 연구 성과물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6) 배경 설명 또한 당시의 문헌에서 상당 부분 참고했다. 이를테면 강희안 편에 나오는 한양 거리의 풍경은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와 박제가의 『북학의(北學議)』의 내용을 표현만 바꾸어 옮겨 놓았다. 물론 강희안이 살았던 조선 전기와 박지원이 살았던 후기가 시간상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당시의 완만한 역사 흐름을 감안할 때 한양 도성의 풍경은 그다지 크게 변하지 않았으리라는 판단에서이다. 물론 가끔씩 지은이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것도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 범위로 한정했다. 7)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책이 단순히 재미있다는 차원을 넘어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작가의 생애를 알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의도에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 경향, 그리고 당시의 회화 흐름과 시대적 상황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