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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아고라 2007.11.15.
원제
Beowu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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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프롤로그
1부 그렌델
1 어둠 속의 배회자
2 이질적인 영혼들
3 한밤의 기습
4 그가 나타나다
5 잘못 태어난 자
6 동쪽 나라에서 온 빛
7 어둠 속을 걷는 자
8 해질녘
9 그렌델의 침입
10 그렌델의 최후
11 전리품과 포상
12 물의 여인
13 계약
14 영웅

2부 용
15 베오울프 왕
16 황금 뿔잔
17 한밤의 불
18 타버린 땅
19 어둠의 정복자와 보물 창고의 감시자
20 피르웨오름

에필로그―베오울프의 장례식
옮긴이 후기
용어 해설

저자 소개 1

닐 게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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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l Gaiman

닐 게이먼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은 걸작 만화 <샌드맨>의 창조자이자 스토리 작가이다. <샌드맨>은 19번째 이슈인 “한여름밤의 꿈”으로 1991년 세계환상문학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여 처음으로 주요 문학상을 받은 만화가 되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내놓은 <샌드맨: 서곡>은 2016년 휴고상 베스트 그래픽 픽션상을 수상했다. 그는 장편소설, 단편소설, 영화와 전연령가 그래픽 노블을 쓰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링 작가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휴고상, 네뷸러상, 브램스토커상, 로커스상을 탄 <신들의 전쟁>이 있고, 뉴베리와 카네기상을 둘 다 받은 최초의 책 <그레이브야
닐 게이먼은 국제적인 찬사를 받은 걸작 만화 <샌드맨>의 창조자이자 스토리 작가이다. <샌드맨>은 19번째 이슈인 “한여름밤의 꿈”으로 1991년 세계환상문학상 단편 부문을 수상하여 처음으로 주요 문학상을 받은 만화가 되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최근에 내놓은 <샌드맨: 서곡>은 2016년 휴고상 베스트 그래픽 픽션상을 수상했다. 그는 장편소설, 단편소설, 영화와 전연령가 그래픽 노블을 쓰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링 작가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휴고상, 네뷸러상, 브램스토커상, 로커스상을 탄 <신들의 전쟁>이 있고, 뉴베리와 카네기상을 둘 다 받은 최초의 책 <그레이브야드 북>, 영국 내셔널 북 어워드에서 2013년의 책으로 선정된 <오솔길 끝 바다>가 있다. 제일 최근에 내놓은 <북유럽 신화>는 산문 에다와 운문 에다에 나오는 북유럽 신과 거인들의 이야기를 다시 쓴 책이다. 또한 그는 BBC, 아마존 스튜디오와 함께 본인이 테리 프래쳇 경과 공저했던 소설 <멋진 징조들>을 6부작 TV 시리즈로 각색하기도 했다. 책과 영화 작업 외에도 게이먼은 바드 칼리지에서 예술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SF, 환상 문학 작가이자 만화, 드라마 작가. DLB(Dictionary of Literary Biography)에서 선정한 현존 10대 포스트모던 작가이다. 1960년 영국에서 태어나 C.S. 루이스, J.R.R. 톨킨, 루이스 캐럴 등의 작가에 영향을 받았다. 젊은 시절, [브이 포 벤데타], [왓치맨]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앨런 무어와 친분을 쌓고, 이후 영미권 그래픽 노블 역사에서 가장 기억될 만한 해인 1986년([왓치맨], [배트맨: 다크나이트 리턴즈]가 나온 해)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를 그만두고 『2000AD』란 작품을 통해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1년에 단편 『한여름 밤의 꿈』으로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래픽 노블계에 입문한다. 데이브 맥킨과 콤비를 이루어 만든 『블랙 오키드』의 성공으로 DC 코믹스에서 새 연재물 제의를 받아 그리기 시작한 것이 8년간 35명의 화가들을 거쳐 본편 외에도 수많은 외전을 낳은 히트작 『샌드맨』이었다. 그는 이 시리즈로 윌아이즈너Will Eisner 만화산업대상을 무려 아홉 번이나 수상하였으며, 하비 상, 1991년 세계판타지문학상 단편 부문에 선정되면서 만화로는 최초로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1999년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와 함께 낸 『샌드맨: 꿈사냥꾼』으로는 브람스토커상을 받음과 동시에 휴고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그래픽 노블 작업을 하면서도 꾸준히 단편 소설을 준비하여 1990년 발표한 『멋진 징조들』이 성공하면서 문학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초의 장편소설 『신들의 전쟁』은 휴 고, 네뷸러, 로커스 등 3대 SF 문학상을 휩쓸었고, 그 외 어린 독자들을 위해 쓴 『금붕어 두 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벽 속에 늑대가 있어』, 『코렐라인』 등의 작품을 줄줄이 히트시키면서 그래픽 노블계에서 만큼이나 문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1996년 『네버웨어』를 발표하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은 [LA 타임스] 등 유력 일간지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6부작 TV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2001년에 게이먼은 『마블 1602』를 들고 처음 마블 코믹스에 입성했는데, 이 시리즈에서 게이먼은 마블 실버 에이지의 핵심 구성원들을 400년 전 과거에 데려다 놓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했다. 앤디 큐버트와 리샤르 이자노브의 끝내주는 그림에 힘입어 『마블 1602』는 그해 가장 많이 팔린 만화가 되었다. 다음으로 영화에 뛰어든 게이먼은 『샌드맨』 시절의 동지 데이브 맥킨과 협업하여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과 인형극의 혼합인 「미러마스크」를 만들었는데, 2005년 후반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개봉했다.

수정헌법 제1조의 열렬한 옹호자이기도 해서, 만화계 법적 방어 지원 단체(Comic Book Legal Defense Fund)는 1997년에 게이먼을 ‘자유의 수호자’로 지명했고, 지금 그는 이 단체의 이사회에서 일하고 있다. 2008년 발표한 『그레이브야드 북』은 영국의 북트러스트 상 청소년 픽션 부문에 선정됐고, 미국 아동문학 부문의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뉴베리상, 로커스 영 어덜트상, 휴고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0년 영국 CILIP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면서 같은 책으로 뉴베리상과 카네기 메달을 동시에 석권한 첫 번째 작가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5주 연속으로 올랐다. 2017년에는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망라하여 『북유럽 신화』를 냈다. 최근까지도 소설·드라마·영화·만화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바드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아내인 메리와 세 아이와 함께 미니애폴리스 외곽에 산다.

닐 게이먼의 다른 상품

저자 : 케이틀린 R. 키어넌 (Caitl?n R. Kiernan)
1964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으며, 대학에서는 동물학, 지리학, 고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녀는 수많은 판타지 소설과 SF 소설을 펴냈으며, 만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데뷔작 『실크』로 국제호러길드 최고신인소설상과 반스앤노블 메이든보이지 최고신인소설상을 수상했고, 『입구』로 국제호러길드 최고소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역자 : 김양희
전문번역가.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Tesol 과정을 수료했으며, 부산일보사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현재 번역가들의 모임인 '바른번역' 회원이며, 웹진 왓북의 공동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1979,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9-시태퍼드 미스터리』『죽음을 연구하는 여인』『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58g | 138*211*30mm
ISBN13
9788992055147

책 속으로

이 이야기는 사랑과 비밀, 폭력이 난무하는 영웅주의, 불과 황금에 대한 것이다. 이 오래된 이야기는 사람들이 영웅들과 괴물들, 어둠에 관심을 가지는 한 끊임없이 반복하여 얘기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악마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베오울프는 그렌델이 자신의 악마라고 여겼었다…….
--- 서문 중에서

헤오로트 궁궐의 벽들이 그 고함 소리에 깃든 힘과 분노에 흔들렸고, 꺼졌던 화덕의 불꽃이 갑자기 다시 타오르더니 격렬하게 너울거리기 시작했다. 그 불꽃은 서까래로 올라붙어 엄청나게 뜨거운 하얀 불꽃 기둥들로 솟아 소용돌이치면서 사방에 불똥을 뿌려댔다. 왕좌가 놓인 단상에서는 불길에 시야가 가려져 문도, 거기 서 있는 괴물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만 해도 노랫소리와 웃음소리, 즐거운 축하연의 소리가 울려퍼지던 향연장은 이제 겁에 질리고 불구가 된 자들의 비명 소리와 술 취한 전사들이 무기를 찾으며 내뱉는 욕지거리로 가득 찼다.
--- pp. 36~37

"이제 내 차례다!"
몰래 그렌델의 바로 뒤로 다가가 있던 위글라프가 냅다 소리를 지르고는 그렌델의 다리 사이로 재빨리 미끄러져 들어가 사타구니를 검으로 베었다. 그러나 검은 괴물의 가죽처럼 질긴 피부에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하고 조각나버렸다.
"베오울프, 이 자식은 거시기도 없어요!" 위글라프가 소리치며, 음낭이 있어야 할 자리에 톱날같이 난 흉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녀석은 거세당한 형편없는 놈이에요!"
그렌델이 으르렁거리며 몸을 돌려 위글라프를 세게 쳤다. 그러나 위글라프는 어찌어찌 때맞춰 방패를 들어 그렌델의 주먹을 피한 다음 헤오르트 궁의 열려 있는 문을 지나 춥고 어두운 바깥으로 비틀비틀 뒷걸음쳤다. 그렌델은 투덜거리면서 가랑이를 문지르더니 위글라프 쪽으로 달려갔다.
--- pp.135~137

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그의 뺨을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바닥에 있던 베인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베오울프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눈은 완전히 검게 보일 정도로 동공이 확대돼 있었다.
"너는 내게서 아들을 빼앗았어." 그녀는 몸을 숙여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게 아들을 줘. 벌들의 늑대이자 에즈데오우의 장남이여. 나와 함께 있어. 날 사랑해줘."
"난 네 정체를 알아."
베오울프는 그녀 안에서 헤매면서 숨을 헐떡이다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를 산 채로 삼켰고, 흐룬팅 검과 마찬가지로 그도 마법의 힘과 그녀의 악마적인 피에 의해 녹아내리며 무너지고 있었다.
--- pp.223~224

"그렇군. 좋아. 그러면 신부, 이걸 설명해보게나. 만약 자네의 신이 유일한 신이라면 그가 나머지 신들인 에시르와 바니르의 신들을 어떻게 한 것이지? 그가 그 신들 모두를 이길 정도로 강력한 전사인가? 오딘조차 이길 정도로?"
"신은 오직 한 분밖에 없습니다." 신부가 발 아래 돌들을 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른 신들은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베오울프는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신부 옆으로 다가섰다.
"그렇다면 그대의 신은 정말 바쁜 친구겠구먼. 그렇게 많은 일을 다 처리해야 하니 말일세. 어떻게 혼자서 거인들과 싸우고, 로키의 자식들을 견제하고, 아스가르드에 있는 자기 군대를 관리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게 많은 사랑과 고귀함과 용서를 베풀 수가 있는 거지?"
--- pp.260~261

"당신이 들고 있는 그 뿔잔, 그게 무엇이든 간에 가져와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아니면 오랜 증오를 품고 인간 세상의 고통을 보고 싶어하는 무언가에 의해 드러나도록 미리 정해졌던 것이거나."
시가는 주먹을 꼭 쥐고는 미소를 지었다. 땀이 그녀의 얼굴을 흘러 발치에 있는 짚과 먼지 위로 떨어졌다.
"에즐라프의 아들이여,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이 왕국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 뿔잔은 피로 맺어진 계약이 깨져서 성 안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뿔잔을 뺏긴 그 마녀,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 곧 그것을 되찾으로 올 겁니다. 약속이 깨졌어요. 지금 알려주는데 나는 이 마을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날 겁니다. 뿔잔의 주인이 그것을 그리워하며 베오울프 왕 앞으로 올 거니까요."
--- pp.284~285

"늑대는 없단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용이나 걱정하거라, 작은 곰아. 안 그러면 너도 불쌍한 네 엄마처럼 될지 모른단다."
그녀는 펜리르의 용광로 같은 눈을 올려다보고 늑대와 용이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이 마지막 날에 그 둘이 어쩌면 일심동체가 됐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용이 그녀의 남동생을 먹었고, 흐로드가르 왕은 늑대의 황금 보물을 훔쳤는지도 몰랐다.
베오울프 왕이 늑대의 턱 아래에 있는 부드러운 부위에 단검을 댔지만, 그녀는 그 단검의 날이 자신의 목에 닿았다고 느꼈다. 우르술라는 자신의 죽음과 왕의 자살을 보며 소리를 지르기 직전에, 펜리르가 그녀와 헤오로트 궁 전체를 삼키기 직전에 꿈에서 깨어났다.
--- pp.303~304

"베오울프 만세. 그렌델의 악마 같은 어미를 죽인 위대한 베오울프."
그 뒤에 있던 다른 죽은 용사가 웃음일지도 모르는 끔찍하고 숨막히는 소리를 냈다.
"위대한 베오울프 만세. 덴마크의 왕들 중 가장 현명하고 막강한 왕이여."
베오울프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못 가장자리까지 후퇴했다. 그는 여전히 칼자루를 단단히 쥐고 있었지만 칼집에서 검을 꺼내지는 않았다.
"베오울프 만세." 다른 용사의 망령이 중얼거리자 베오울프는 그 망령이 한때 아피라고 불렸던 아프발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훌륭하고 믿음직한 베오울프, 우리 모두를 죽게 내버려두었지."
--- pp.331~332

베오울프의 고통스러운 머릿속에서 황금 인간이 비명을 질러댔다. 용도 마찬가지로 째지는 비명을 지르며 또 다른 불덩어리를 뱉어냈다. 그 불길로 베오울프의 손과 팔이 타버리고 단검까지도 녹아버려 보잘것없는 쇠찌꺼기가 됐다. 그러나 이 불길은 구름다리를 맞히지 못하고 불타는 구름처럼 잠시 부풀어오르며 다리 위를 나부낄 뿐이었다. 베오울프는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수많은 고통으로 가득 찬 기나긴 생애 동안 그가 겪었던 어떤 것보다도 더 큰 고통이었다. 용의 몸이 무시무시한 경련을 일으키며 괴로워하는 바람에 베오울프의 오른발이 미끄러져 그는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그러나 베오울프는 이를 갈며 자기의 피맛을 보면서 버텨냈다.
"이제 끝났어." 베오울프가 속삭이자 용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를 죽여. 그리고 저들은 내버려두라고."
--- pp.368~369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위대하고 훌륭하기만 한 영웅 대신 인간의 얼굴을 그리려 했다는 것이다. 베오울프는 용과 싸우러 가기 전, 마지막을 예감하며 왕비에게 "왕이나 영웅, 악마를 죽인 자로 기억하지 말고, 실수를 저지르고 결함이 있는 평범한 남자로 기억해달라"는 말을 남긴다. 아마 작가의 귀에도 그 말이 들렸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괴물을 처치한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탐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인간이 그 대가를 치르는 쓰라린 이야기로 읽힌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1,5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다……
휴고 상·네뷸러 상 동시 수상 작가, 닐 게이먼의 화제작!


현대 환상문학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고대 서사시 「베오울프」가 판타지의 귀재 닐 게이먼에 의해 재탄생했다. 영웅 신화의 플롯에 세련미와 현대적인 감수성을 갖추고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난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도 소개된다. <백 투 더 퓨처>와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안젤리나 졸리,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11월 15일에 개봉된다.
고전 「베오울프」는 게르만 족의 민족 영웅인 베오울프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문학 작품이다. 6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현재 10세기경에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필사본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문학사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상상력과 거대함으로 후일 여러 판타지 소설에 영향을 미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판타지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다. 작품 전문을 외우고 다닐 정도로 「베오울프」의 광적인 팬이었던 톨킨은 베오울프와 그렌델의 관계를 그대로 본따 『반지의 제왕』의 인물 관계를 설정하는 등, 「베오울프」의 여러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차용했다.
이 권위 있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해낸 이가 바로 만화 『샌드맨』의 저자 닐 게이먼이다. 기발하고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닐 게이먼은 휴고 상, 네뷸러 상, 브램스토커 상, 로커스 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만화와 문학, 영화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왔다. 『베오울프』는 컬트 만화에서 도시 판타지로, 동화로, 그리고 다시 영화로 행보를 이어온 그가 고전을 비틀어 재해석해낸 새로운 야심작이다. 또한 이 작품의 영화화는 『황금 나침반』『블랙 달리아』『나는 전설이다』 등 대작 장르소설들이 영화화되는 추세와도 궤를 같이한다.

이 책 『베오울프』는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대담한 역발상으로 촘촘하게 재구성되었다. 베오울프가 그렌델과 그의 어미를 물리쳐 왕이 된 후 다시 용과 싸우게 된다는 큰 줄기는 따라가되, 선악 구도의 해체, 인물들간의 관계 변형, 기독교와 고대 종교의 대립 구도 설정 등을 통해 절묘하게 변주되었다.
인간과 괴물의 대결을 큰 축으로 삼고 있는 이 판타지 소설의 핵심 주제는 바로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괴물 그렌델과 황금 용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산물이자, 영웅의 또 다른 쌍둥이 영혼이다.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키는 신화적 플롯, 영웅을 인간으로 끌어내리는 해학, 아이같이 천진난만한 괴물의 설정 등을 통해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밝히고, 인간이 바로 괴물이요 악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용감하게 싸우다 죽은 자는 오딘의 궁성에 거하고 늙고 병들어 죽은 자는 헬(hell)의 궁전에 머물게 된다는 북유럽 신화관을 차용함으로써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불굴의 영웅에게 내려진 저주와 검은 거래를 통해 잉태된 악의 씨앗……

이야기는 6세기 덴마크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던 이 북구의 왕국에 괴물 그렌델이 나타나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고 온 나라를 피로 물들인다. 그렌델의 저주를 받아 몰락해가는 덴마크를 도우러 온 영웅이 바로 베오울프. 북유럽 신화의 운명관에 따라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기를 꿈에도 소망하는 베오울프는 그렌델을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저주와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소설 속 베오울프는 강건하고 대담한 최강의 전사인 동시에, 영웅이 되고자 하는 허영심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겁함 또한 지닌 평범한 인간이다. 그는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어둠의 세력과의 결탁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해 남은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가지만, 운명은 그에게 죽음조차 쉽게 허락지 않는다.
한편 괴물 그렌델은 흐로드가르의 분신이자 부적응자들의 표상이며, 더러운 권력의 사생아다. 유난히 귀가 예민한 그는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견디지 못하는 질투의 화신이며, 추악한 몰골로 인간 세상에서 유리된 추방자의 자격으로 헤오르트 궁을 습격한다. 마찬가지로 베오울프의 분신인 황금 인간은 '그들만의 리그'에 억눌렸던 모든 분노를 폭발시키며 인간 세상을 파괴한다. 그의 분노는 자신을 온전한 일원으로 기득권에 포함시켜주지 않은 데 대한 지극히 1차적인 것이지만, 그가 공격하고 있는 영웅의 위상은 아프고도 아프다. 결국 영웅이 사회적 영예를 위해 딛고 섰던 것은 역설적으로 사회 저편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 작품에는 북유럽 신화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작품 초반 신하들의 논쟁에서 이교로 등장하던 기독교는 30년 후 덴마크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 새로운 신앙이 된다. 북유럽 신화관은 옛 것이 되고, 전통적인 겨울 축제는 예수의 생일에 밀려나 퇴색되어간다. 기독교 신부 앞에서 내뱉는 베오울프의 비아냥거림에는 상실감과 함께 유일신의 허위성과 그 독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그러나 베오울프의 삐딱한 시선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는 신을 믿더라도 의지하지 않는, 전형적인 게르만 전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무차별적인 파괴자인 황금 인간은 세계관 자체를 넘어선 공격으로 운명의 숙적 베오울프의 목에 칼끝을 들이댄다. 세상 모든 것은 베오울프의 수중에 있는 것에 불과하기에. 그것은 인간의 세계관은 결국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재생산되는 것이라는 지극히도 평범한 진실을 말해준다. 한 인간이 신념을 이루는 순간은 행복하지만, 긴 세월을 돌이켜봤을 때 결국 '예정되어 있던 대로 된 것'에 불과하다는 운명론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선악의 구분을 넘어선 존재의 무상함을 느끼고, 그 위에 살아 숨쉬는 욕망들이 삶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고대 괴물들이 죽기 전, 라그나뢰크가 도래하여 모든 신들이 죽기 전, 만날 싸우던 인간들과 태초의 자연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 속에서 극적인 재미와 생동감 있는 감동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판타지 소설이 그려낸 허구가 결국 현실인 동시에 현실의 부재라는 것을 깨닫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리뷰/한줄평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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