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문을 두드리다
꿈 속으로 떠나는 항해 미지의 섬 옮긴이의 말 _ 모른다는 것의 가치 |
Jose Saramago
주제 사라마구의 다른 상품
박기종의 다른 상품
|
“어느 날, 그는 아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떠나기로 했다.”
Chapter 1. 문을 두드리다 한 남자가 왕궁의 문을 두드리며 배 한 척을 달라고 소리친다. 남자가 두드린 문은 ‘청원의 문’이다. 청원의 문을 열어 용건이 뭐냐고 물은 사람은 왕궁의 청소부 여인이었다. 왕은 ‘선물의 문’에서 아첨꾼들과 노닥거릴 뿐 남자의 청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남자는 왕이 자신의 청원에 귀 기울일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며 문 앞에 드러누워 버린다. 여론이 흉흉해지자 왕은 하는 수 없이 청원의 문으로 향한다. “배 한 척을 주시오.” 왜 배를 원하느냐는 왕의 질문에 남자는 ‘미지의 섬’을 찾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이미 모든 섬은 지도에 기록되었다는 왕과, 그래도 미지의 섬이 남아 있다는 남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진다. 오랫동안 청원의 문 앞에서 기다렸던 백성들은 남자에게 배를 주라고 소리친다. 왕은 백성들의 불평불만이 쌓일 것을 우려해 못이기는 척 남자에게 소개장을 써 주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배를 얻기 위해 항구로 향하는 남자의 뒤를, ‘결정의 문’에서 빠져나온 청소부 여인이 뒤따른다. Chapter 2. 꿈속으로 떠나는 항해 항구에 도착한 남자는 항구 관리자와 또 한 번 ‘미지의 섬’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왕의 명을 거역할 수 없었던 항구 관리자는 남자에게 낡은 범선 한 척을 내주고, 남자는 항해에 함께할 선원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청소부 여인은 갈매기의 집단 서식지로 변해 버린 범선을 청소하며 나름대로 항해에 대한 지식을 깨우친다. 그리고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황혼 무렵, 단 한 명의 선원도 구하지 못한 남자가 힘없이 돌아온다. 청소부 여인은 남자에게 우리끼리라도 미지의 섬을 찾아 떠나자고 부추긴다. 하지만 남자는 선원 없이는 항해에 나설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옥신각신하는 사이 달빛을 받은 청소부 여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남자는 사랑을 느낀다. 청소부 여인 역시 남자에게서 각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는 남자의 시선이 오로지 미지의 섬을 향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는다. 두 사람은 갑판에서 함께 저녁을 먹은 뒤 각자의 선실에서 잠이 든다. Chapter 3. 미지의 섬 남자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의 배는 푸른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키를 잡은 남자의 시선 속에 갑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선원들과 여인들이 보인다. 선실에서는 말, 소, 돼지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갑판 난간 쪽에는 잘 꾸며진 화단이 보인다. 닭과 토끼들도 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문득 남자는 청소부 여인의 부재를 깨닫는다. 섬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섬은 미지의 섬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살고 있는 섬이다. 선원들과 여인들은 섬에 정박하겠다고, 자신들을 따르지 않으면 남자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그러자 배는 스스로 섬으로 향한다. 선원을 가장했던 사람들이 말과 소, 돼지 등의 가축을 데리고 배를 떠난다. 그들은 새로운 살 곳을 찾아 남자의 배에 오른 것뿐이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갑판 위에 만들어 놓은 화단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비가 내린다. 갑판 위로 흩어진 흙에서 새싹이 자라고 곧 거대한 나무가 되고 잎이 무성해진다. 돛 없이도 배는 나뭇잎에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숲이 된다. 그러자 어디 숨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새들이 나타나 노래를 부른다. 남자는 갑판의 흙을 밭으로 일구기 위해 쟁기질을 시작한다. 그때 청소부 여인이 나타난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깬 두 사람은 숲이 된 배에 아직껏 지어 주지 못한 이름을 새긴다. 미지의 섬이라고……. 미지의 섬이 ‘미지의 섬’을 찾아 바다를 가른다. |
|
마술적 상상력으로 버무린 현실과 비현실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빚은 허구적 현실의 묘미” 역사적 상황이 나은 매직 리얼리즘 남미문학을 대표하는 매직 리얼리즘은 현실과 비현실의 혼재, 경계의 파괴, 있을 법하지 않은 극단적 상황을 통한 사실성의 극대화를 그 특징으로 한다. 남미문학의 대표적인 거장 보르헤스, 마르케스, 요사 등을 통해 작품으로 구현된 이 마술적 사실주의는 대륙을 건너 주제 사라마구, 칼비노, 바스 등의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남미문학의 작가들과 유사한 언어(남미는 스페인어, 사라마구는 포르투갈어)를 쓰는 주제 사라마구는 <돌뗏목>, <눈먼 자들의 도시>, <미지의 섬> 등의 작품을 통해 매직 리얼리즘의 적통을 이어 가고 있는 듯 보인다. 어쩌면 남미와 포르투갈이 가진 ‘식민의 역사’라는 공통점은 ‘현실 부정’이라는 매직 리얼리즘의 출발점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른다’는 것의 가치 “모른다는 것, 이 무한한 가치에 어찌 매혹당하지 않을 것인가!” 거의 무한해 보이는 정보와 지식을 통해 현대인은 지의 범위를 차츰 넓혀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체계를 벗어난 또 다른 지(知)의 영역에 대해서는 오히려 무지한 것이 현대이고 현대인이다. ‘미지’라는 것, 모른다는 것,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식의 원시림이다. 직관과 마음의 길을 잃어버린 이들은 지식의 틀 안에서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섬을 찾아 떠나려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현실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 떠나는 무모한 여행자다. 하지만 주인공은 있는지 없는 모르는 어떤 것에 대한 존재의 가능성을 강하게 믿는다. 때문에 그의 항해는 현실적 삶이 포기해 버린 내재적 영역으로의 탐험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지의 섬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 그의 배는 이미 ‘미지의 섬’이 된다. 당장 눈앞에는 없지만, 마음이 희구하는 어떤 것을 향한 강한 열망이 존재를 ‘그곳’으로 데려다주고 ‘그것’을 얻도록 해 준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메시지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