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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의 두번째 물고기
박청호
200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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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디마쥬

책소개

목차

1. 작가의 말
찰라의 매혹, 이끌림 혹은 드러내는/박청호

2. 사진가의 말
한 남자와의 짧은 여행/김지양

3. 소설
part. 1 라푼젤의 두 번째 물고기
part. 2 중국여자에 관한 흐리고 느린 필름

4. 소설해설
사랑의 浮在, 사랑의 不在/최인자

5. 사진해설
물고기와 환상 수족관/이경률

저자 소개 1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문학박사)하였으며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시, 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1996년 「문학과 사회」에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국립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집 『치명적인 것들』, 소설집 『단 한 편의 연애소설』『소년 소녀를 만나다』『질병과 사랑』『벚꽃 뜰』『코코스』, 장편소설 『그가 나를 살해하다』『갱스터스 파라다이스』『사흘 동안』『사랑의 수사학』, 동화 『초콜릿 나무』『돌아온 어린 왕자』등을 출간하였다.

박청호의 다른 상품

모델 : 유지태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97년 모델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지오> <마루> <잠뱅이> <포카리스웨트> <밀리오레> <모토로라> <천리안> <카페라떼> <롯데리아> 등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였다. 97년 <바이 준>을 시작으로 <주유소 습격사건> <동감> <가위> <리베라메> <봄날은 간다> 등의 영화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사진 : 김지양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96년 사진가 김중만의 어시스트로 일했으며 97년부터 98년까지 <인 서울 매거진>의 표지 및 화보 촬영을 하였다. 99년부터 여러 패션지에 사진을 싣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패션과 영화 광고 사진을 찍고 있다. 광고 <안지크> <지피지기> <이지앤드> <카스피> 등과 영화 <미인> <소름> <생활의 발견> <예스터 데이> <서프라이즈> 등의 포스터를 촬영하였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074010

책 속으로

나는 라푼젤이 인어공주로 변해 모래톱을 걷는 모습을 상상했다. 한걸음씩 떼어놓을 때마다 움찔거리는 발. 흔들리는 중심을 곧추세우는 발 끝. 면도날에 찔릴 때마다 소스라치듯 놀라는 하얀 몸뚱어리. 허공을 휘젓는 야윈 팔. 라푼젤은 서툴게 너무도 서툴게 완벽한 춤을 추며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인어공주가 바다 밑의 왕궁에서 인간의 땅으로 왔듯이 라푼젤은 뉴욕에서 피렌체로 날 만나러 왔던 것이다.
'네가 춤추는 걸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럼, 난 언제나 춤추고 있는 걸. 난 오랫동안 정지된 책갈피 속에 있었어. 이젠 날고 싶어. 조금 뒤엔 무대가 열릴거야. 넌 내가 춤추는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너도 나와 함께 춤추는 거야.'

--- pp.52-54

그리하여 나는 미래로부터 돌아왔다. 그리고 라푼젤로부터, 내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피렌체로부터도 돌아와 있었다. 1997년 10월, 때마침 폴 오스터의 『문 팰리스』가 뒤늦게 번역 출간되었다. 나는 그에 대한 기사가 나온 날 바로 친구에게 부탁해 저녁땐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읽기 시작헀다. 나는 책을 조금씩밖에 읽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약 십여 페이지밖에는 읽지 못했다. 다음 날은 공휴일이어서 출근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을 때면 귀에 익은 음악만 틀곤 했는데 마침 CD플레이어엔 팻메시니 그룹이 걸려 있었다. 더구나 그것은 히트곡을 모은 편집앨범이어서 매우 편안한 상태를 연출해주었다. 폴 오스터의 『문 팰리스』는 비유로 가득 차 있었고, 위트와 유머가 책읽기의 맛을 더욱 돋구었다. 나의 책읽기를 방해하는 것은 1997년 7월에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린 옛애인이 그 남자와도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뿐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1997년 10월 2일 저녁 6시 15분 경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문 팰리스』를 읽으려고 펴들었던 시간과 거의 일치하는 시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02년 봄 - 소설, 사진을 만나다
1)소설 「라푼젤의 두 번째 물고기」「중국여자에 관한 흐리고 느린 필름」에 관하여
박청호는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견고하고 단순하며 억압적인 의미망 속에서 끊임없이 탈주하는 작가다. 획일적이며 폭력적인 일상에 끝도 없이 시비를 걸며 부딪는 그의 소설은 부서지기 쉽고, 복잡하며 동시에 자유롭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세기말을 거쳐 새로운 세기에 진입하면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인형처럼 보인다. 알 듯 모를 듯한 안도감 혹은 안정감.

박청호는 이 책에 두 편의 소설을 내어 보인다. 정지된 이미지(혹은 시간)와 흐르는 시간(혹은 이미지)이라는 화두 속에 골몰한 이 두 작품은 누벨디마쥬 기획의 핵심인 "시간을 사이에 둔 상반된 두 예술 사진과 소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라푼젤...」과 「중국여자...」는 '어쩌면'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박청호는 언제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과도 같은 거대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탈출할 수 있게 하는 열쇠말(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라푼젤은 (폴 오스터의 <리바이어던>에 나오는) 소설 속의 인물이며, 유럽 동화 속의 인물이자 소설 밖으로 튀어나와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는 '살아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라푼젤...>의 남자주인공은 바로 이 라푼젤과 '미래에서' 사랑을 나누지만 그가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 사랑은 과거가 되어 추억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사랑은 미래에서나 가능한 것, 혹은 과거에 있었던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현실에서의 사랑의 부재를 증명한다.

한편 「중국여자...」에 등장하는 사진가는 현재의 한 순간을 사진 찍어둠으로써 시간마저 움켜쥐려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포착한 순간의 이미지에 붙들려, 시간을 통과하며 변화된 실재를 완강히 거부한다. 그는 사진 속에 여자(모델)들의 이미지만을 가두어 수집할 따름이며, 따라서 철저하게 대상화된 그들과 사랑을 나누지는 못한다. 그러던 그에게 카메라로 포착할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고, 그를 혼란 속에 빠뜨린다. 중국여자아이는 늘 시선으로만 존재하던 그를 대상으로 응시한다. 그 시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에 사랑이 가능함을 일깨우고 그녀는 사라진다. 사진가는 그녀가 아니라, 다만 그녀가 빠져나간 자신의 손을 촬영할 뿐이다. 그녀의 부재를 통해 사랑의 현장증명이라도 하듯.

박청호의 소설은 늘 사람들에게 지리멸렬한 일상 곳곳에서 환각처럼 다가선다. 그 환각은 실재와의 전투 끝에 생겨난 것이므로 때로 실재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그리고 치밀하다.

2)사진에 대하여
김지양은 사진을 잘 찍는다. 그녀는 상업사진작가다. 숱한 광고 사진과 우리가 아는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 사진들을 보면 그 제품이, 그 영화가 손에 잡힐 듯 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녀의 사진은 수수께끼다. 너무도 익숙한 장소들과 모델이지만, 사진을 통해 드러나는 이미지는 온통 잃어버린 기억과도 같이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김지양은 한 남자와의 여행이라는 요소를 같이 가져가며 소설 전체의 내용과는 별개로 문장이나 단어가 준 느낌만을 따라가 보고자 했다. 주어진 소설에 대한 사진 작업은 이미 사진과 소설이 동등하게 만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칫 소설에 대한 이미지 컷 같은 느낌을 줄 위험이 있었고, 이는 글쓰기라는 완성된 작품에 오히려 설명적인 재현으로 간섭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지양의 사진 속에서 유지태라는 기왕의 스타는 사라지고 없다. 사라진 자리에 옛 이야기의 흔적처럼 한 사람이 남았다. 그의 사진을 보다 보면 무언가 울컥 가슴을 치받는다. 어쩌면 인물사진 한 장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유지태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회색이라고 한다. 여기 이 사진들을 보다 보면 유지태보다 회색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진다. 그 알 수 없는 모호한 색깔 속에서 뚜렷이 살아나는 그를 보면, 중국여자아이가 사라진 그 마당에 걸린 사진이 바로 이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대중적이지 않은 느낌의 그가 대중과 가장 친숙한 '스타'라는 사실은 이율배반이다. 김지양은 그 이율배반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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