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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鏡潾, 본명:안애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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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아주 가볍게 말하고 아파트 이름과 동과 호수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자주 가벼워진다. 직업을 가질 떄도 결혼을 할 때도 아이를 낳을 때도 직장을 그만 둘 때도 나는 불현듯 가벼워졌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기를 체념하고 물의 움직임에 나를 맡기듯, 나 자신을 고스란히 맡겨보는 것. 그것은 문제를 뛰어넘는 방식이기도 하고 문제를 끌어안는 방식이기도 했다.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는 방식, 만약 그런 순간들이 없이 내가 인생을 꽉 쥐고만 있었더라면 아마 내 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염소가 얼마나 큰지, 사납지는 않은지, 똥 누는 습관은 되어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밤에 울지는 않는지 그런 것도 몰랐다. 어차피 염소를 맡느냐 맡지 않느냐의 문제에 그다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들은 아니었다. 문제는 전폭적으로 염소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있었다. --- p.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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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첫사랑」「염소를 모는 여자」에 관하여
첫사랑!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첫사랑은 언제였을까, 하고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것도 첫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가로젓기 마련이다. 어린시절 선생님이나 동네 오빠, 혹은 짝에게서 느꼈던 감정들이 정말 사랑일까, 하고. 전경린의 소설 「첫사랑」도 그렇게 시작된다. 열아홉살에 죽은 어린 시절의 애인 하록. 소도시에서 특별한 이야기거리가 없던 시절 중학교 체조선수였던 하록은 소녀들에게 있어 가슴 속의 연인이다. 하지만 갑자기 키가 자라는 바람에 체조를 그만두고 그저그런 불량배들 틈에서 대장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사고였는지 혹은 다른 이유(자살?)에서인지 죽고만다. 그저 마음속에 잠시 불을 지폈다가 세월에 휩쓸려가버린 사랑. 하지만 꼭 첫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랑이 있다. 아마도 염소를 모는 삼십대의 여자가 되돌아본 십대 후반의 하록에 대한 사랑이 바로 그런 첫사랑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염소를 모는 여자」는 전경린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며 전경린, 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소설이다. 전경린 스스로도 가장 이미지화하고 싶은 소설로 꼽았을 정도로 「염소를 모는 여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전경린 스스로가 겪었던 체험과도 무관하지 않을 30대 전업주부의 내면적인 고독과 방황과 알 수 없는 흔들림을 유려하고 섬뜩한 필치로 그려놓았다. 1990년대 후반 우리 소설은 「염소를 모는 여자」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내면적 진실 혹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소설로 풍성했다. 그리고 2000년대, 월드컵 역시 여성들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전국이 들끓었듯이 여성이 주체가 되는 문화는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며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염소를 모는 여자」가 이미지의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해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진 「첫사랑」「염소를 모는 여자」에 관하여 계동수의 사진은 「첫사랑」을 앓았던 공간을 살려내려는 흔적이 뚜렷하다. 추억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창가와 방, 소읍의 새로 난 도로,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안개꽃, 그리고 외딴 집과 고독해 보이는 섬. 「염소를 모는 여자」에서는 아파트에 나타난 염소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한 여자의 내면적 방황을 여행으로 풀어냈다. 철길, 오래된 옛날집, 그리고 바다. 계동수는 이 책을 통해 소설에 충실하면서 스토리 있는 사진을 펼쳐보인다. Making Story 사진은 경남 진해, 경북 안동과 영덕, 그리고 강화도와 서울에서 촬영되었다. 한 여자와의 여행이란 테마를 가진 「염소를 모는 여자」는 작가 전경린의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전경린은 5월말 일산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옥인 아파트. 서울에서는 염소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아파트일 것이다.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파트 사이로 조그만 계곡이 있다. 촬영에 나온 염소는 매우 순했다. 거의 정지한 듯 포즈를 취했다. 서울에서 염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구제역 때문에 염소 농장에서 염소를 내보낼 수 없다는 얘기였다. 성남에 있는 모란 시장에 구제역이 돌기 전에 나와 있는 염소를 사서 서울로 공수했다. 염소는 아주 가끔씩 메에에 하고 울었다. 마치 자기가 살아 있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전경린의 집도 사진 촬영 대상이 되었다. 오래된 아파트는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낡은 창가와 책상과 거실의 소품들. 작가의 방이 소설의 공간으로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비오는 강화도는 매우 아름다웠다. 섬으로 가는 바다는 빗줄기와 함께 출렁거렸다. 새벽의 바다는 아름다웠고, 비를 맞은 소도시의 거리는 서늘했다. 푸른 안개에 휩싸인 거리. 첫사랑의 앓는 소녀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