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차가운 밤에>
듀크 여름이 오기 전 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모모코 쿠사노조 이야기 마귀할멈 밤의 아이들 언젠가, 아주 오래전 연인들 <따스한 접시> 삼단 찬합 라푼젤들 아이들의 만찬 맑게 갠 하늘 아래 체리 파이 후지시마 씨가 오는 날 체크무늬 테이블클로스 미나미가하라 단지A동 파를 썰다 코스모스 핀 마당 겨울날, 방위청에서 어느 이른 아침 작품 해설 역자 후기 |
Kaori Ekuni,えくに かおり,江國 香織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상품
김난주의 다른 상품
|
아아, 역시 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정글에는 졸업 같은 것도 없잖아. 그야 물론 중학교에 가면 좋은 일도 있을 것이다. 그 녀석보다 귀여운 여자 아이도 있을 테고, 오시마 선생님보다 멍청한 선생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 아이는 그 녀석이 아니다. 선생님도 오시마 선생님이 아니다. 나 역시, 지금의 나와는 달라질 수도 있다. 교스케는 책상 앞에 앉아 파란 사인펜으로 사인첩에 이렇게 썼다. 아주 커다랗게.
노무라에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구레바야시 교스케 --- 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중에서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당신을, 얼마나 오래 찾아다녔는지.” “미안해.” 레이코는 은색 뱀과 나란히, 스륵스륵 땅을 기어간다. 레이코는 배가 땅에 닿을 때의 감촉을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나 인간으로 살았었어.” “음, 그런 것 같군.” “왜 그때, 햇볕이 쨍쨍한 날이 계속되었잖아. 나, 바짝 말라서 죽었는데,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어.” “그래, 인간이 되니까 기분이 어땠어?” “나쁘지는 않았어. 하지만 이제 다 잊어버렸어. 당신은 뭐 하고 지냈는데, 나 없는 동안?” “사방을 찾아다녔지. 매일 밤, 당신이 나오는 꿈을 꾸고.” ---- 언젠가, 아주 오래전 중에서 창문에서 톡, 하고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 히로유키다. (중략) “올라올래?” 물론 벽을 타고 올라 창문으로 들어오겠느냐는 뜻이다. 히로유키가 고개를 젓는다. “보고 싶어서 잠깐 온 거야.” “꺅, 보고 싶었대!” 세 친구가 환성을 지른다. “히로유키 씨.” 전화기를 든 채로 손을 흔드는 아키미에게 히로유키는 웃음 띤 얼굴로 답했다. 그 웃음이 내게 짓는 미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것을 발견한 나는 나도 모르게 후후후, 하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 넷은 한꺼번에 외쳤다. “케이크 좀 사다 줘요!” 우리, 높은 탑에 갇힌 공주님들 같다, 하고 아키미가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렸다. ---- 라푼젤들 중에서 |
|
“나, 오래전부터 이런 광경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광경이라니, 어떤 광경?” “그러니까, 이렇게…….” 때로는 매혹적으로, 때로는 환상적으로… 에쿠니 가오리가 그려내는 마법 같은 순간 『차가운 밤에』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차가운 밤에 “나, 지금까지 즐거웠어요.” “그래, 나도.”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자, 청년이 내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 줄곧, 이라고요.” 사랑하는 개 듀크를 보낸 21세의 여자(「듀크」), 중학생이 되기 싫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년(「나는 정글에 살고 싶다」), 사무라이 유령 아버지를 둔 소년(「쿠사노조 이야기」), 이름이 비슷해 친구가 된 할머니를 만나러 매일 양로원에 가는 아이(「마귀할멈」). ‘차가운 밤’을 채우는 주인공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꿈꾸던 미래를 보기도 하고(「여름이 오기 전」), 아주 먼 과거의 어떤 존재로, 그때의 연인 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언젠가, 아주 오래전」). 시간의 흐름이 제멋대로 섞인, 휘날리는 벚꽃잎이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거품이 되는 뒤죽박죽한 공간이지만, ‘이럴 리 없잖아’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혹은 지금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을지 모르는 작은 기적과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바람들이 눈앞에 그려질 뿐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인생은 마치 여행과 같아서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어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불가능하기에 한없이 슬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머물고 싶은 순간들과 머물러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담담하게 전한다. 일상적 먹을거리가 주는 위로, 따스한 접시 “나 말이지, 지금 알바 중이거든. 별일 없으면 놀러 오라고.” “뭐 하게?” “뭐는…….” 난감했다. 뭘 할지 생각하고서 전화를 걸어야 했다. “뭐는, 아이스크림이지.” “아이스크림?” 애완견 로지와 함께 시집온 아내 나미코의 상상을 초월하는 설음식(「삼단 찬합」), 할미를 닮은 계란말이와 밀개떡(「맑게 갠 하늘 아래」), 같은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서로 바꾸고 싶어 하는 ‘엄마’표 요리(「미나미가하라 단지 A동」), 아내와 딸이 없는 일요일 오후, ‘소싯적’ 솜씨를 발휘해 만든 해물 야키소바(「코스모스 핀 마당」), 사랑의 전령사 아이스크림(「어느 이른 아침」). 『따스한 접시』를 채우는 단편들은 웃음 한 스푼, 눈물 한 방울로 양념된 이야기에 에쿠니 가오리다운 유연한 문장이 곁들여진 맛깔 나는 요리다. 매일 시간이 되면 먹는 밥이지만 그중 어떤 음식은 지나간 세월을 추억하게 하고, 어색하고 서먹한 사이를 화해시키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한다. 사소한 먹을거리를 빛나게 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