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咸貞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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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큰 곰은 어린 서서 걷는 종족 카올이 태어날 때부터 보살펴오고 있습니다. 나는 카올의 곁에, 그러니까 그 아이의 영혼의 세계에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영혼의 세계는 크고 하얀 암컷 탕다가 그 아이를 보낸 곳입니다. 그 아이의 몸은 불처럼 뜨겁습니다. 아직도 미세한 숨결이 입술에서 떨리고 있습니다.
나는 카올이 자기 종족들에게 돌아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카올을 그 아이가 들어갈 세계의 문턱에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_27쪽 카올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 -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족이 있어요. 새들은 깃털로 덮여 있지요. 새들은 나무 열매를 따먹고 살아요. 물속에서 헤엄치며 사는 종족도 있어요. 물고기들은 고함을 지르지 않고, 피부색이 달빛을 띠고 있어요. 쉬지 않고 걸어 다니는 종족이 있어요. 쉬지 않고 걸어 다니는 종족은 세상의 표면에서 솟아난 풀을 양식으로 먹고 살지요. 그리고 또한 어두운 밤에 사냥하는 종족이 있어요. 그 종족은 날카로운 이빨로 동물의 고기를 찢어 먹지요. 그리고 그 모든 종족들은 자신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생명의 꽃과 함께 태어나고 살아갑니다. 모든 종족들은 자기들보다 먼저 있었던 종족들이나 자기들보다 나중에 올 자들을 닮아 있답니다. _57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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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큰곰이 카올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었을까요? 또 큰곰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큰곰의 존재입니다. 큰곰은 카올이 태어나는 날 엄마의 꿈속에 나타난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태몽胎夢 속 주인공인 것이지요. 태몽은 보통 어떤 상징을 통해 태어날 아이의 성별이나 운명을 암시하지요. 예를 들어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의 꿈에 뱀이나 나무가 등장하면 남자아이라든가, 꽃과 과일 이 나타나면 여자아이라는 식이지요. 이러한 태몽 설화는 동양 뿐 아니라 서양에도 널리 퍼져 우리의 삶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큰곰의 존재가 자연스러운 것은 바로 이러한 태몽 설화를 이야기의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올이 세상에 태어나 걷고 달리고 사냥하며 생활할 수 있을 때까지 가만히 그를 지켜보며 함께 살아가는 큰곰은 카올을 점지한 초월적인 존재이자 카올의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엄마의 욕망과 소망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또 그것은 그 모두를 한 몸에 받은 카올 자신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 독자들이 한국의 건국 신화 속에 등장하는 웅녀를 떠올리며 큰곰과 카올의 이야기를 읽어나간다면 좀 더 흥미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 테고, 그 속에서 큰곰과 신비주의적 영적 교감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될 겁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나의 뿌리, 나아가 인류의 역사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 큰곰의 눈에 비친 하늘과 바다와 초원, 그곳의 새와 물고기와 사슴, 그리고 인간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생각해 온 것과 같지 않습니다. 작가는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창조자입니다. 또 작가는 우리가 한 번도 가지 않은 낯선 세상으로 우리를 이끄는 안내자입니다. 우리는 그를 통해 놀라운 세계를 경험합니다. 큰곰이 들려주는 카올의 시대로 안내하는 삽화와 언어들을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큰곰의 눈에 비친 문명 이전의 원시적 언어들은 웅장하고 시처럼 아름답습니다. 죽음을 ‘어둠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으로, 목숨을 ‘생명의 꽃’으로, 사슴을 ‘나뭇가지 모양의 머리’로 표현한 것을 주목합니다. 이러한 상징어들은 우리의 머릿속을 온통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마력이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미지와 시가 어우러져 눈과 귀에 메아리칩니다. “달빛을 띠고 있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 언어에 깃들인 색과 이미지를 공감하면서 읽어 나가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