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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있다 저녁으로 / 송승언(1986~) 비 / 이달균(1957~ ) 새 / 프랑시스 퐁주(1899~1988) 조용한 숲 속에 / 프랑시스 잠(1868~1938) 뼈가 있는 자화상 / 이장욱(1968~ ) 긍휼 / 성동혁(1985~ ) 내가 장미라고 불렀던 것은 / 전동균(1962~ ) 벗는다는 것 / 이채민(1957~ ) 식탁 / 이성복(1952~ ) 나의 길이 / 신해욱(1974~ ) 범종 속에는 누이가 살고 있다 / 김정임(1953~ ) 중국인 맹인 안마사 / 심재휘(1963~ ) 풀과 생각 / 이병일(1981~) 나무와 그림자 / 김남조(1927~ ) 노독 / 이문재(1959~ ) 열매 맺지 못하는 오렌지 나무의 노래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지평선 / 김혜순(1955~ ) 바람 부는 저녁?안토니를 위하여 / 하일지(1955~ ) 오체투지 / 이수익(1942~ ) 석류 / 조운(1900~1956?) 깊고 고요하다 / 최승자(1952~ ) 되돌아오다 / 조승래(1958~ ) 뒤편 / 천양희(1942~ ) 확고한 움직임 / 우영창(1955~ )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유희경(1980~ ) 춤 / 이진명(1955~ ) 사마귀 / 반칠환(1964~) 산에서 잠들다 / 안이삭(1961~ ) 편도나무에게 /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 나는 알고 있다 / 외젠 기유빅( 1907~1997) 식생 / 황인찬(1988~ ) 산다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1916~1978) 검은 빗속에서 / 우대식(1965~ ) 렌트 / 조동범(1970~ ) 울음의 영혼 / 이기철(1943~) 서성이는 것들 / 장대송(1962~ ) 토우 / 권혁재(1965~ ) 손거울 / 박용래(1925~1980) 유령림 / 김안(1977~ ) 가을벌레 / 홍성란(1958~ ) 여름 별자리 / 이준관(1949~ ) 가차 없이 아름답다 / 김주대(1965~ ) 술빵 냄새의 시간 / 김은주(1980~ ) 활 / 강정(1971~ ) 어느 소나무의 말씀 / 정호승(1950~ ) 겨울 금파리에 가야겠네 / 이경교(1958~ ) 반성 / 류근(1966~ ) 일곱 번째 사람 / 아틸라 요제프(1905~1937) 한양호일(漢陽好日) / 서정주(1915~2000) 가을 근시 / 김명인(1946~ ) 한여름, 토바고 / 데릭 월컷(1930~ ) 분홍색은 아프다 / 박정남(1951~ ) 시간의 눈 / 파울 첼란(1920~1970) 희망에게 / 유영금(1957~ ) 죽는다 늙어가는 법 / 송하선(1938~ ) 산그늘 / 이상국(1946~ ) 구멍가게?중독자를 위로함 / 이영광(1965~ ) 쉰 / 윤제림(1960~ ) 슬하 / 유홍준(1962~ ) 세상의 모든 비탈 / 황인숙(1959~ )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올 무렵, / 송찬호(1959~ ) 시간 / 김승희(1952~ ) 뺄셈 / 김광규(1941~ ) 마을 뒤쪽을 에돌다 / 김선태(1960~ ) 주먹만 한 구멍 한 개 / 이영옥(1960~ ) 삼방 / 백석(1912~1995) 환상의 빛 / 강성은(1973~ ) 갈현동 470-1번지 세인주택 앞 / 이승희(1965~ ) 호시절 / 심보선(1970~ ) 안다미로 듣는 비는 / 오태환(1960~ ) 아지랑이 / 조오현(1932~ ) 기침의 현상학 / 권혁웅(1967~) 남대문 상회 / 윤희상(1961~ ) 은발 / 허영자(1938~ ) 견딜 수 없네 / 정현종(1939~ ) 봄비 / 김소월(1902~1934) 사냥꾼의 노래 / 문정희(1947~ ) 사막 / 유재영 (1948~) 죽음이여 발 뻗어라 / 송재학(1955~ ) 옷에 대하여 - 자회상을 보며 / 김종해(1941~ ) 탑 / 김수복(1953~ ) 물드무 / 최금녀(1939~ )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1911~2013) 사루비아 / 신현정(1948~2009) 으름이 풍년 / 정끝별(1964~ ) 삼우 무렵 / 김사인(1956~ ) 유리창 / 장인수(1968~ ) 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 / 유홍준(1962~) 그럼에도, 사랑한다 숲에 관한 기억 / 나희덕(1966~ ) 비 가는 소리 / 유안진(1941~ ) 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1970~ ) 지평선 / 막스 자코브(1876~1944) 청송 사과 / 이규리(1955~ ) 칠월 / 허연(1966~ ) 손등 / 고영민(1968~ ) 저녁 / 엄원태(1955~ ) 예언자 / 황인찬(1988~ )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1957~ ) 술 노래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지금은 비가 / 조은(1960~ ) 붙박이창 / 이현호(1983~ ) 당신의 날씨 / 김근(1973~ ) 전갈 / 류인서(1960~ ) 당신이라는 모든 매미 / 이규리(1955~ ) 비 / 최영철(1956~ ) 복숭아 / 강기원(1957~) 이 별의 일 / 심보선(1970~ ) 바람의 말 / 마종기(1939~ ) 그리움 / 고은(1933~ ) |
張錫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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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좁은 생각에, 시는 불행의 장르, 어두운 기억의 장르다. 시인들은 늘 불행의 세목(細目)들을 모으고, 그에 대해 노래한다. 시가 불행에 대한 노래라고? 그렇다. 삶이 불행을 머금고 있으니 시도 불행을 머금는다. (……) 시인이란 불행을 상습화하면서 불행을 연기(演技)하는 자다. 따라서 모든 시는 불행에 들린 자들 ― 패자들, 몰락한 자들, 죽은 자들, 떠도는 자들 ― 의 영혼을 뚫고 나온 목소리다. 시로 빚어진 불행은 의미로 충만하면서 찬란하고, 여기저기 함부로 널린 행복은 누추해 보인다.
---「저자 머리말」중에서 “언젠가”라는 부사가 가슴에 무겁다. 그 ‘언젠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언젠가’로 생각해보지 않은 데 우리의 몽매함이 있다. 우리는 그 몽매함의 씩씩함으로 닥칠 일들의 전조와 징조들을 다 깔아뭉갠다. 생명의 섭리와 우주 만물을 지배하는 법칙을 다 꿰어도 한 치 앞에서 일어날 제 인 생의 일들에 대해서는 깜깜한 것도 그 때문이다. --- p.33 서른몇 살 때 순식간에 명성을 얻었다. 곧 그것을 놓쳤다. 서울을 떠났다. 시골에서 집 짓고 살며 혼자 밥 먹고 소주를 마신 채 잠들었다. 내 가슴에 깊은 병이 들어와 살았다. 그 병을 다정한 이웃인 듯 품었다. “병은 나름대로의 규칙과 절도와 침묵과 영감들을 갖춘 수도원 같은 것”(알베르 카뮈). 비 오면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눈 오면 종일 눈 내리는 풍경을 내다보았다. 나날이 다 실업의 날들이었다. 가슴팍을 쥐어뜯으며 견뎌야 했던 그 실업의 날들! “공을 치는 하루”라는 말이 유독 가슴에 크게 울린다. --- p.83 덧없이 가는 세월도, 변화와 아픔들도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있다가 없는 것도 견디기 어렵고, 보이다 안 보이는 것도 견디기 어렵다. 이룬 것 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세월은 안팎에 흔적을 남긴다. 모든 흔적은 흠이고, 흠들은 다 상흔이니! 어수선한 세월을 건너오느라 망가지지 않고 온전한 게 하나도 없다. --- p.209 그리움은 본디 부재와 상실을 이상화할 때 생기는 달콤한 감정이다. 나와 너 사이, 여기와 저기 사이, 시공의 감미로운 간격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거리가 없으면 그리움도 생기지 않는다. 바로 옆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정신착란이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듯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 p.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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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촉각(觸角)으로 만져낸 ‘시의 모서리’
투박한 말[言]의 돌덩어리를 시인이 날마다 벼른 날카로운 정으로 쪼개고 다듬어낸 것이 시다. 우리는 시를 읽으며 잡음어를 도려내고 삶의 선명한 실체를 직면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읽는다. 시를 더듬어 읽다 보면 마음의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문장들이 만져진다. 어떤 말들은 손이 서늘해지고, 또 어떤 말들은 눈시울을 뜨겁게 하며, 어떤 말들은 문득 발이 시리다. 시가 우리에게 처음 들어오는 곳은 눈이지만, 시를 육화(肉化)하는 것은 마음의 손끝이다. 손으로 만져 모서리를 더듬는 촉감으로 시의 몸체를 읽어내며, 우리는 전율하고 앓아눕고 때로는 미소 짓는다. 시인의 예민한 촉각은 시를 만지는 것으로 생(生)을 복기한다. 지은이가 뽑아낸 찬란한 ‘불행’의 문구들은 존재, 삶, 죽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인생사의 뼈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존재, 삶, 죽음, 사랑… 생의 도드라진 척추를 더듬다 이 책은 [있다], [산다], [죽는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인 [있다]에서 지은이는 존재의 경이로움에 대해 찬탄한다. 프랑시스 퐁주의 「새」를 읽고 “이 경이로운 존재들, 이 사랑스럽고 하염없는 자들은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묻고, 이병일 시인의 「풀과 생각」 중 “풀은 생각 없이 푸르고 생각 없이 자란다”라는 문구에서 무성한 푸른 종족의 기세등등한 생명력에 문득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산다]에서는 생의 굴곡을 통과하며 구석구석 안 아픈 데 없는 존재의 심연을 고요히 들여다본다. “희망이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 때”마다 “번번이 당하면서도 그 가느다란 끈을 놓지 못”하는 허망한 삶이지만, “긴장으로 심장은 뻐근하고 근육들은 팽팽”한 시기가 인생의 절정이니 “현실의 수압을 견디며 꿋꿋하고 숭고하게” 살 것을 권한다. 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자에게 ‘죽음’은 더 이상 타자의 사건이 아니다. 세 번째 장 [죽는다]에는 ‘반복 없는 일회성 생’에서 ‘죽음이 부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탄생이 그렇듯 죽음도 생명 순환의 일부다. 그리고 생사가 교차하는 순간, 죽음은 더욱 생생하고 격렬하게 드러난다. 지은이는 생명 순환 고리가 겹치는 사슬, 즉 ‘먹이사슬’에 대해 “비루하면서도 성스럽다”라고 표현한다. 생명 약탈과 생명 부양이 공존하는 먹고 먹힘. 어쩌면 죽음은 삶의 비료인지도 모른다. 계절처럼 순환하는 생의 주기를 찬찬히 짚어나간 지은이가 마지막으로 배치한 장은 [그럼에도, 사랑한다]이다. 지은이는 “사랑은 존재의 본성이자 열락”이라며 “이기적인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사랑을 하다 제 영혼에 흠집을 남긴 사람을 보듬는다. ‘비나 번개를 안고 몸으로 모서리를 삼키며’ 흠을 키운 사과는 더 달고 맛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흠은, 치열하게 사랑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의 흔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