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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서(序)
1. 그 여자의 어린 시절 상처받지 말아라 너무 크게는 상처받지 말아라 한 여자가 죽었다 월계꽃 피던 밤 잎이 변해서 가시가 된다 은륜의 바퀴 위에서 해면 같은 눈동자 2. 운명의 힘 우체국에 앉아 있는 여자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청혼 자명 스님 첫 정사 운명의 힘 비 내리는 카페 슬플 때 짜장면을 먹어본 사람은 안다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나 강하다 불길한 여자 3. 사막 위의 집 사막 위로 내리는 비 한 생명을 낳기 위해 죽음을 넘는 권태기, 우린 이렇게 극복했다 아니다, 아니다! 떡 한 조각 왜 그러는지 그녀도 알 수 없다 먼 길을 돌아가다 |
孔枝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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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창문 틈으로 쌉싸름한 꽃향기가 배어들었다. 뒤 울타리에 늘어진 연분홍 월계꽃 향기였다. 정인은 아까부터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정인 옆에 누운 할머니 역시 몸을 뒤척인다. 그 잦던 기침도 멈춘 듯했다. 방 한구석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있는 작은 언니 정희의 꼿꼿한 자세가 건너편 벽에 커다란 그림자로 걸려 있다. 말은 안했지만 세 사람의 신경은 모두 건너편 방으로 쏠려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지난 겨울 할머니가 정인이에게 건네준 돈을 빼앗아 가출했던 정관의 멱살을 잡고서.
지난 겨울 이래 온 식구가 찾아나섰던 정관의 행방은 그래서 이렇게 맥없이 들통이 나버렸다. 정인의 아버지 오대엽은 수원에서 서울로 오가는 버스 운전사였는데 동대문 터미널 근방을 어슬렁거리던 정관의 모습을 알아본 동료 운전사가 정관을 아버지에게 인도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이 집에 들어섰다. 그의 손끝에는 정관의 멱살이 잡혀 있었다. 어디서 얻어 입었는지 정관은 교복 대신 물들인 검은색 군복 차림이었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와 눈이 휘둥그래진 여자들 앞에서 발길로 두어 번 정관을 걷어차고는 금속 장식이 달린 멋진 모자를 고쳐 헜다. ---pp.54~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