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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생선가게를 지나가다/벚꽃터널/호박죽을 먹으며/길/정이품송/나무와 까치/왕벚나무/거꾸로 크는 키/등산/끙끙/풍선효과/파/웃기는 샐비어/매핵기/대리석 같은/말은 자궁이 많다 2부 장단/마음/봄날/말씀/길고양이/시치미/저도 모르게/텃밭에서/세월/어떤 이/공갈젖꼭지/잔인한 봄/부끄럼나무/뜨거운 역설/달이 된 딸/해피트리 3부 입춘대길/싸락눈/가을에/꿀벌/마른장마ㆍ2/통발 사랑/만시지탄/강정/숲 속에서/모를 일/꽃밭을 등지고/벼랑/말/진짜 바보/겨울의 꿈/설한/거대한 발길/저무는 풍경/눈사람 4부 그 사람/젖 먹던 힘/곱지 않은 겨울/미국산 호두를 먹으며/기억나지 않는 기억/사과/가을남자/아직도 나는 가끔 소꼴 베러 가는 꿈을 꾼다/우리 마을 정미소/불꽃놀이/물상/알 수 없는 심산/뿌리 없는 꽃/향일성/허겁지겁/헐~ /먹구름/우리 님의 고운 노래/잡채 해설 오래 삭힌 슬픔으로 빚은 금빛 노래_김정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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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를 지나가다 보면
생의 한때가 선명하게 살아난다. 살을 발라내고 남은 고등어나 갈치 뼈처럼 어머니가 살을 발라 먹여주던 날들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무도 생선살을 발라주지 않는 도시의 눈부신 그늘에서 내가 스스로 생선살을 발라먹다가 쾍 쾍 죽은 생선의 공격에 당황하다가 잠시 무슨 계시를 받은 것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 생의 시계를 들여다본다. 이토록 번창하는 도시의 시간에 아직도 어머니는 고향을 지키고 나는 타향에서 덜 구워진 생선살이 너덜너덜한 생선뼈를 바라보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생의 한나절을 생각해낸다. 오래 냉동된 생선처럼 누구도 다시 바다로 돌아가게 할 수 없는 앙상한 시간의 뼈들만 둥 둥 떠오르는 오후 한때, 따뜻한 생선가게를 지나간다. ---「생선가게를 지나가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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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인들이 서정성의 메커니즘을 따른다. 도덕적으로 선하거나 미적으로 아름답게 시를 쓰거나 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서정의 함정에 빠진다. 이상호 시인의 시는 여기에서 멈춘다. 그리고 진리 혹은 실재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이 의도는 자아의 자기 회귀를 막아내고 서정성을 보다 포괄적으로 ‘시적인 것’으로 이끌어 낸다. 진리와 실재는 그렇게 선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음은 시가 실재에 접근하려는 대목이다. “공갈젖꼭지로/ 삶의 허무를/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이/ 우수수 자라나서/ 거짓으로 퉁퉁 불어터진/ 세상의 젖꼭지를/ 쭉쭉 빨아댄다/ 진짜인 양”(「공갈젖꼭지」) 시적 소실점은 근원적으로 실재나 진리가 발생하는 장소이다. 이 시집 3부에서 전언하는 사랑의 언술들은 의도적으로 힘을 빼고 겸허해서 둔중한 통증과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또 4부에서는 긴 호흡의 시가 일괄하여 흐르고 있는데 반드시 되풀이하여 읽게 만드는 어떤 친밀한 잉여들이 있다. - 최문자 시인 나뭇가지에 세 들어 사는 새는 까치발로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고, 그 마음을 아는 나뭇가지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그걸 바라보는 하느님도 따뜻한 어둠으로 그들을 덮어주는 모습은 서정적 자아가 자연물을 자신의 의식으로 견인하여 그것을 내적으로 인격화한 장면이다. 이처럼 ‘그것’(es)을 ‘너’(du)로 받아들이는 의인관적 세계관이 문학적으로 유효하다면, 이 작품에 나타나는 ‘나뭇가지’와 ‘새’와 ‘하느님’ 사이의 조화와 공존이 인간사에서는 발견되기 어렵다는 희박성의 원리에 의해서 가능하다. 자연친화적 시작의 원리가 사회의 당면 문제를 외면하거나 그로부터 이격되어 있다는 클리세는 늘 따라다녔지만, 그것은 문학을 당위적 명목론으로 환원시키는 단순성에 다름 아니다. 서정이 지향하는 공존과 평화에의 모색은 본질적인 것이며, 이는 문학은 단지 거기 있음으로 해서 사회비판적이라는 아도르노의 오래된 탁론을 상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시가 사회적 사실에 대한 확성기가 되거나 스키조의 난해한 위악적 포즈로 둔갑하는 일은 모두 가짜다. - 김정남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