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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둥근 방?종자 장(醬)?웃음 스티커?울음의 효능?악기점?경마장?오후만 있는 일요일?굴절을 읽다?층과 층 사이?물의 나이테?소나기를 만나다?조율?뒤꿈치에 들린 이름?통조림과 놀기?틈 2부 1번 국도?바람 자루?탑?연초?군락?반곡역?골목은 생중계?스위치 백?백 년 동안의 근심?겨울 선자령?낮에 달밤을 다녀왔다?귕소?휘청거리는 중심?108호실?붉은,?굴절 3부 부석?바람 조문?반닫이?시반(屍班)?하루 삯?아버지는 나귀 타고?안부?과적의 시간?마지막 이사?여우가 있는 길?숫돌?견인?부재의 이면?짧은 유물?적선 4부 꽃들의 놀란 얼굴?페이드아웃?닻?햇살 웃음?여름 강?붉은 얼굴?헛꿈?흰 추격전?손바닥의 밀도?기억을 편집하다?씨앗 벗기는 여자들?양날의 칼?목격?소문의 기간?얼굴들 해설 울음과 조율, 그리고 탑_이홍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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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을 읽다
? ?베란다 유리창에 어둠이 내리면 ?거기, 유리의 거실에 ?말 없는 가족이 평면으로 다정해 보인다. ?어쩌다 눈 마주친 여자가 나를 본다. ?어둑해지면 나타나서 ?저녁이 만든 평수에 살다 가는 굴절의 가족이 있다. ?어쩌면 그들은 기슭의 부족이 아닐까. ?문을 열면 캄캄한 공중으로 흩어지는 불안한 세상의 ?불안한 후예들은 아닐지. ? ?어쩌다 저들은 얇은 강화유리에 세 들어 살고 있을까. ?창문 밖에서만 웃고 떠들고 있는 ?닫혀 있는 가족. ? ?화분들이 자라고 드라마가 방영되고 쾅하고 문이 닫히고 커튼 뒤에 숨어서 ?미닫이문을?열면, ?한쪽 문으로 옮겨가는 굴절의 저녁 ?너무도 익숙한 풍경들이 ?몇 평 창문 불빛에 매달려 산다. ? ?강화유리 두 장 너머 ?불안한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모든 공중엔 흔들리는 겹겹이 있고 모든 불빛엔 ?꺼지고야 마는 밝기가 있다. ?밝은 시간엔 사라졌다 어둑한 저녁에 둘러앉는 ?딸깍, 불 끄는 가족들. 반닫이 생전의?할머니?옷고름 같은 붕어 한 마리 반닫이에 걸려 있다. 청상靑孀에 들어 한 번도 풀리지 않은 옷고름 열쇠를 잃어버린 때부터 숨 딱 끊고 부레는 녹이 슬어 있다 잠은 꿈속에 간혹 들러도 눈은 늘 옷고름에 두어 매듭진 밤이었다고 눈 뜨고 자는 붕어의 눈이 지키고 있는 반닫이 시집올 때 지고 온 예물이었다 저 속을 뒤지면 캄캄한 한숨이 겹겹이 있을 것 같다 불룩하게 흰 실을 감고 있는 나무 실패, 어둑한 불빛을 깁던?바늘은 반쯤 꽂힌 채?녹슬어 있는 붕어의 뱃속 ? 반닫이를 열고 할머니의 까만 밤을 들여다본다 옷고름 툭 풀어지듯 닭이 첫 홰를 칠 때 더는 경첩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붕어의 고단한 소임도 잠든 지 오래다 반닫이를 옮기고 오랜 안착의 흔적은 나무의 옹이 같다 할머니, 가문의 족쇄같이 시큰거리는 무게를 받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지금쯤 흙 속에서 팔 한쪽은 부처가 되었을 것이다 웃음 스티커 다양한 표정에서 웃음 하나를 떼어 낸다 갇혀 있던 웃음의 자리가 드러난다 매끈한 표현, 세상에 웃음보다 쉽게 떨어지는 것도 없다 다이어리 겉장에 혹은 악수에 살짝 떼 내어 붙인 웃음 스티커들 문구점이나 선물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웃음들 그러나 그 떼어 낸 빈자리마다 다시 씁쓸한 표정이 있다는 것 너무 쉽게 떨어지는 웃음이 있다는 것 표현하기 어려운 낱말의 이모티콘 사용설명서 없이 떼고 붙이는 동안 생략된 말들이 언제 저렇게 끈적거리는 뒷면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어떻게 매끈한 감정에 붙어 있었던 것인지 봉지를 뜯는 순간 다 써야 하는 모둠 스티커들 하트 몇 개는 여전히 부칠 곳이 없다 순간의 감정을 뗀 빈 곳은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곳이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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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지나간 시간의 조력이 없었다면 이 한 권의 시집을 묶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 모두 조력의 근원이 되어 버렸다. 그것들을 차근차근 묻고 조곤조곤 들었다. 그리고 무수한 질문 끝, 대답을 기록한 계보학을 묶는다. 한 권의 어둠과, 으르렁거리는 별들과 날개를 수리한 흔적일 수도 있다. 멀리 날려고 하지 않았고, 않을 것이다. 비 내리는 내 언저리를 사랑한다. 첫 시집이라는 이유로 오래 가두어 두었던 그늘에게 미안하다. 2016 10월 31일 오후 6시 이서화 추천사 몸으로 살았던 서사를 이서화는 시로 다시 살아낸다 웅크리고 울었던 기억과 어지러웠던 날들의 허기가 뚫어놓은 구멍을 말로 틀어막는다 막아도 다 막아지지 않는 틈으로 꾸역꾸역 새어 나오는 말들의 부스러기가 짠하다 늦가을 바람 앞에 맨몸으로 선 듯 선듯하다 시의 문장에 알뜰하게 담기지 못하고 밖으로 다리 하나 내놓고 흘러가는 저 과적의 기억들 상처들 불명의 수취인 앞에 뒤늦게 찾아와 비문(非文)으로 우는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시인의 경사면이 제 각도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게 이서화의 시다 산수유 꽃송이나 세고 싶다는 수사는 전염성이 강하므로 읽는 이들은 조심하실 것. 박세현(시인) 시를 쓰는 일이 이미 일어난 일들을 바로잡는 것일 때, 시인 역시 시에 의지해 다르게 나아가게 된다. 그것은 잠시 유예되고 정지된 시간 속에서만 가능하다. 어둑한 저녁의 시간, 베란다 유리창에 비친 여자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 눈 마주치는 시간을 상상해보라(「굴절을 읽다」). 자신이되 자신이 아닌 자와의 마주침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생경함이 있고, 그것은 모두 타버린 악기 속에서 들끓는 무음(無音)을 듣는 일(「악기점」)과도 같다. 이서화의 시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고요 속에 얼마나 깊은 핏방울과 비명들이 들끓고 있는가를. 그것은 우리 자신이 앞장서서 듣지 않으려 했던 소리들이며, 그렇기에 우리의 과오일 것이다. 이서화의 시를 읽으며 그 과오를 다시 산다. 이는 “구겨진 것들 속에 들어 있는 연기”(「연초」)를 기어코 끌어내고 펼쳐내는 일이며, “누군가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스스로 틈이 되”고자 하는 일(「틈」)이다. 억눌러두었던 비명과 핏자국을 다시 부려놓는 일이므로 겹겹이 아프겠으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를 통해 바로잡으며 우리는 조금 더 인간에 가까워질 것이다. 장은정(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