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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저물 무렵 명창 삶의 레시피 목련화 소름 그리움 저 산의 어때를 안고 한 줄기 영혼을 보듯 우수 유정 거리에서 ... 2부 고니의 잠 별 남천 만종 잃어버린 토상 슬픔의 바닥 길동무 동백꽃나무 되다 서울 엽신 가는 길 ... 3부 풀잎에게 배우다 어떤 파격 어머니 꽃 피는 돌 그리운 것들은 에미에게 향기로운 눈물 낙법, 한번 흙집 봄 어느 날 4부 꽃무릇 보러 갔더니 투신 폭포 비어 부레옥잠을 안고 있었죠 만추 씀바귀 꽃이 혼자 길도 많다 산보 멀미 ... 5부 겨울 편지 바람이 울고 있다 성에 저녁 정류장에서 겨울 아침 눈꽃 홍시용 감 처서 무렵 단풍잎 편지 비와 외등 ... 김일연 시 읽기_박시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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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분출과 절제, 그 자유로운 보법(步法)으로 빚은 시
김일연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명창』이 책만드는집에서 나왔다. 등단 28년째를 맞은 김일연 시인의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정형시만이 가질 수 있는 덕목인 응축과 균제미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단시조에서는 극히 절제된 보법과 구와 구, 장과 장 사이의 행간 처리가 돋보이며, 여기에 더하여 연시조에 폭넓게 나타난 서정의 두께 또한 흔히 대할 수 없는 한 경지를 열어 보이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낡은 추억을 ‘별’처럼 영롱한 보석으로 빛나게 하며, 그것도 객관적인 진술로 빚어내는 그의 시적 저력은 사뭇 경이롭고, 가슴에 꼭꼭 눌러 담았던 상처를 어느 순간 ‘폭포’처럼 쏟아놓는 활력 또한 간단치가 않다. 현대시조의 리듬은 가시적인 보법에 매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이미지의 분절과 그 운용을 아우르는 데 있다. 김일연 시인은 이미 안과 밖을 등가물로 빚어내는 시어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한 마리 고니가 ‘내면을 향한 원형’(「고니의 잠」)으로 태어나고 있는가 하면, 불가시적인 ‘고요’의 몸을 연못에 든 물뱀의 파문으로 읽어내는 시력이 실로 그윽하다(「별」). 뿐만 아니라 ‘구름의 흰 발바닥’을, 음각된 ‘향기’의 판화를, ‘어둠’의 ‘숱 많은 머리칼’을 읽어내 물화하고 있다(「저물 무렵」). 생체로서 리듬의 파문을 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리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일연 시인의 시 의식과 리듬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전위에 있다. 우리는 「바람이 울고 있다」에서 관습적인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하나의 현기를 얻을 수 있으며, 존재의 고정화가 얼마나 비시적인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일연 시인은 피해의 대상인 ‘갈대’보다 가해의 행위자인 ‘바람’이 더욱 상처가 깊고 아린 비극의 ‘휜 등’임을 이미지화하고 있다. “고꾸라지며 / 뒹굴며 / 몸서리치는 저것은” 갈대가 아니라 “빈 벌판을 삼천 배 눕혔다 일으켰다” 할 수밖에 없는 원형으로서의 바람의 비극적 생체다. 갈대는 다만 응답의 물화일 뿐이다. 이러한 그의 전위에서 우리는 놀라운 관념의 탈피와 생면의 ‘아득한 시간’(영원성)을 얻게 된다. 고착화되어 있는 리듬의 더께가 말끔하게 속살을 내보임을 또한 만날 수 있다. 김일연 시인의 시조는 오늘의 시다. 이제 김일연 시인은 등단 30년을 눈앞에 둔 중견이다. 30년이라는 그의 시력을 가늠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시집 『명창』에서 우리는 김일연 시인이 지향하는 시 세계와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