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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괴한 일
2. 주막 3. 길 4. 운명 5. 덕이 6. 가출 7. 괴승 8. 남행 9. 해후 10. 귀향 11. 무화 12. 탈출 13. 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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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허윤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첩약을 한지로 묶기 시작한다. 방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첩약 싸는 소리만 사그작사그작 일렁이고 있을 뿐이다. 새끼줄에 굴비 꿰듯 첩약을 기다랗게 싸서 책상 옆에 놓은 뒤 허윤은 다시 방 안 가득히 펼쳐놓은 <동의보감> 스물다섯 권을 정성스레 비단보자기에 싸고 있다. "……." 이제마로서는 고맙기 이루 말로 다 형언할 길이 없어 서책을 싸는 허윤 의원을 감히 도와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는 차마 토해낼 수 없는 죄책감도 들었다. <동의보감>을 보고자 함경도 함흥에서 이곳 경상도 산청까지 왔다는 것은 꾸며낸 말이요. 그는 단지 해역과 열격반위가 재발하는 자신에 대한 반항과 울적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와 조선 팔도를 떠돌다가 우연히 이곳 지리산 근처에 당도했고, 조선의 명의 유의태와 허준이 난 고장이라 기왕에 왔으니 한번 구경이나 하자고 찾아온 것에 지나지 않는 터다. 하물며 <동의보감>을 보기만 해도 황송한 터에 그 서책을 손에 넣는다고 생각하니 실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pp. 21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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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허윤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첩약을 한지로 묶기 시작한다. 방 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첩약 싸는 소리만 사그작사그작 일렁이고 있을 뿐이다. 새끼줄에 굴비 꿰듯 첩약을 기다랗게 싸서 책상 옆에 놓은 뒤 허윤은 다시 방 안 가득히 펼쳐놓은 <동의보감> 스물다섯 권을 정성스레 비단보자기에 싸고 있다. "……." 이제마로서는 고맙기 이루 말로 다 형언할 길이 없어 서책을 싸는 허윤 의원을 감히 도와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는 차마 토해낼 수 없는 죄책감도 들었다. <동의보감>을 보고자 함경도 함흥에서 이곳 경상도 산청까지 왔다는 것은 꾸며낸 말이요. 그는 단지 해역과 열격반위가 재발하는 자신에 대한 반항과 울적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와 조선 팔도를 떠돌다가 우연히 이곳 지리산 근처에 당도했고, 조선의 명의 유의태와 허준이 난 고장이라 기왕에 왔으니 한번 구경이나 하자고 찾아온 것에 지나지 않는 터다. 하물며 <동의보감>을 보기만 해도 황송한 터에 그 서책을 손에 넣는다고 생각하니 실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pp. 21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