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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카와바타 야스나리(일본) - 물의 달
밀란 쿤데라(체코) - 히치하이킹 게임
진염(중국) - 침묵하는 좌측 유방
아나톨리 김(러시아) - 서울의 비너스
세르칸 으슨(터키) - 사무실
뻬따르 코취치(유고슬라비아) - 므르그다
패트릭 화이트(오스트레일리아) - 슬래터리 양과 도깨비 애인
카비에르 케르카스(스페인) - 엄마의 친구
후고 폰 호프만슈탈(오스트리아) - 바솜피에르 대신大臣의 체험
자라 키르쉬(독일) - 마른 하늘에 날벼락
훌리오 꼬르따사르(아르헨티나) - 바커스의 무희들
기예르모 까브레라 인판떼(쿠바) - 내 마지막 실패

저자 소개 2

밀란 쿤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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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 Kundera,ミラン.クンデラ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태어났다. 야나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고국 체코에서 발표한 작품은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뿐이었다. 『농담』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성을 얻어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이후 역경을 겪고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생은
1929년 체코의 브륀에서 태어났다. 야나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프라하의 예술아카데미 AMU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감독 수업을 받았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고국 체코에서 발표한 작품은 『농담』과 『우스운 사랑』 두 권뿐이었다. 『농담』이 불역되는 즉시 프랑스에서도 명성을 얻어 소련 침공과 ‘프라하의 봄’ 이후 역경을 겪고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로 이주했다. 이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생은 다른 곳에』, 『불멸』, 『이별』, 『느림』, 『정체성』, 『향수』 등의 작품을 썼으며, 메디치 상, 클레멘트 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 상, 컴먼웰스 상, LA타임스 소설상 등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미국 미시건 대학은 그의 문학적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23년 7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밀란 쿤데라의 다른 상품

가와바타 야스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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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unari Kawabata ,かわばた やすなり,川端 康成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일본 문학 유파인 신감각파를 대표하는 작가. 난해한 문체 속에 내밀하게 숨겨진 탐미와 죽음, 그 미학적 경지의 불가해성으로 일본 평론가들 사이에서조차 그의 언어체계가 보여주는 의미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 하나뿐인 누이와 사별했다. 사별한 혈육을 추모하고, 외롭고 허무한 인생을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는 문학을 선택한다. 동경대 국문학과 졸업 후 신진작가 약 20명과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한다. 직접 창간사를 썼던 「문예시대」는 일본문학계에 ‘신감각파’의 탄생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일본 문학 유파인 신감각파를 대표하는 작가. 난해한 문체 속에 내밀하게 숨겨진 탐미와 죽음, 그 미학적 경지의 불가해성으로 일본 평론가들 사이에서조차 그의 언어체계가 보여주는 의미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모와 조부모, 하나뿐인 누이와 사별했다. 사별한 혈육을 추모하고, 외롭고 허무한 인생을 견뎌내는 방법으로 그는 문학을 선택한다. 동경대 국문학과 졸업 후 신진작가 약 20명과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한다. 직접 창간사를 썼던 「문예시대」는 일본문학계에 ‘신감각파’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그러나 신감각파 문학은 1927년 일원이던 아쿠다가와 류우노스케의 돌연한 자살로 사실상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 다행하게도 이 무렵부터 그의 문학은 독자적인 미적 세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설국』에 이르러 일본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작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꼽았던 『설국』은 그다지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지만 기고에서 완성까지 무려 13년의 세월이 걸린 작품. 발표 도중 「문예간담회 상」을 받았다. 시작은 1935년 「문예춘추」 1월호였고, 끝은 1947년 「소설신조」 10월호였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작가로서 영예의 절정에 이른 시기, 그러나 1972년 4월 16일 그는 자살로서 돌연 생을 마감한다. 제자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자결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죽음이다. 그의 자살에의 이유에 대해 특별하게 알려진 이유는 없다. 그가 자살할 당시 책상에는 쓰다 중단한 원고와 뚜껑이 열린 만년필이 놓여 있었을 뿐. 그의 작품으로는 『이즈의 무희』, 『서정가』, 『금수(禽獸)』, 『천우학(千羽鶴』, 『산의 소리』, 『명인』, 『잠자는 미녀』, 『아름다움과 슬픔』, 『고도(古都)』등이 있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작품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무슨무슨상으로 소개되기 보다는 그 자체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책에 대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이미 여러번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지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백미랄 수 있는 '눈 지방의 정경을 묘사하는 서정성 뛰어난 감각적인 문체'를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번 읽어도 여전히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과 배경 묘사가 치밀한 데 반해, 그 안의 두드러진 줄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 행위의 유한함을 자연의 무한함에 비교하려고 했던 저자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산소리』는 몽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귀로에 서서, 과거에 동경했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현실의 터부에 대한 과감한 도발이 차가울 정도로 차분히 전개되는 소설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후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몽 소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이 텍스트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유머로 그려지는데 그 유머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그런 차가움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장편 소설 『고도(古都)』라는 작품은 아이 때 버려졌던 치에코는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지만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외로움을 품고 있다. 아름다운 처녀로 자란 치에코는 축제의 밤, 홀로 신사에 참배를 갔다가 자신과 똑 닮은 나에코를 만나게 된다.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언니를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던 나에코는 치에코를 반가워하지만 치에코의 가슴에는 격정적인 파란이 인다. 한날한시 한배에서 태어났지만 신분이 다른 치에코와 나에코. 그 운명의 엇갈림이 고도(古都) 교토를 배경으로 애잔하게 펼쳐진다.

『여자라는 것』은 그가 쓴 여성을 위한 소설로서 변호사의 부인으로 여자의 이상형에 가까운 중년의 이치코. 그런 이치코를 동성애라도 할 듯이 흠모하면서도 이치코의 옛 애인과 남편을 유혹하는 사카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채 처음 시작하는 사랑에 불타오르는 다에코. 젊은 두 여성, 이들은 이치코를 흠모하면서 각자의 연애에 자신을 불태운다. 『여자라는 것』은 이들 세 여자의 다양한 행동과 심리적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불가사의한 여자들만의 심리상태와 여자의 슬픔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작품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서 여자가 여자를 알아가는 공포, 여자가 모르는 여자의 고독과 자부심을 그려내 여자의 생명력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저자의 다른 작품으로 단편집 『이즈의 무희』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훌쩍 여행을 떠나, 우연히 만난 놀잇패거리와 어울려 며칠간 같이 지내다 헤어지는 내용이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제목인, 『이즈의 무희』는 새카맣고 숱많은 머리카락과 대조적인 작고 흰 얼굴에 마음이 설레던 놀이패의 젊은 여자가 알고보니 고작해야, 12-13살 남짓의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는 작은 에피소드에서 나왔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또 다른 단편을 모은 『어머니의 첫사랑』은 어머니가 죽은 후 어머니의 첫사랑이었던 시야마에게 맡겨진 유키코가 시야마를 남몰래 연모하면서도 와카스기에게 시집을 간다는 내용으로 유키코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간결한 필체로 묘사해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다른 상품

역자 : 외국문화연구소
외국문화연구소는 외국 문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에 외국 문학을 올바르게 알리고, 나아가 한국 문학을 외국에 번역 소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목적에서 1995년 봄에 설립되었다. 1997년부터 학술진흥재단 지원 대학부설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었고, 정기 학술발표회 및 국제학술대회, 콜로키움 등의 제반 학술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다양한 서적 출판을 모색하고 있다.

(최재철: 한국외대 일본어과 교수/권재일: 한국외대 체코어과 교수/이익희: 한국외대, 숙명여자대학교 강사/김현택: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이난아: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김지향: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윤혜준: 한국외대 영어학부 교수/나송주: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라영균: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 연구교수/김충남: 한국외대 독일어교육과 교수, 외국문학연구소 소장/정경원: 한국외대 서반아어과 교수/신정환: 한국외대 BK 계약교수)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9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2311487

책 속으로

쿄오코의 혼수인 경대에 달린 손거울. 경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뽕나무로 되어 있고 손거울도 뽕나무였다. 신혼 때 뒷머리를 보려고 거울을 마주 들고 있으면 소맷자락이 흘러내려 팔꿈치까지 드러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손거울이었다.

목욕 후라든지,
"서툴군. 어디 내가 들어 주지"라며 손거울을 빼앗아 쿄오코의 목덜미를 여러 각도로 경대에 비쳐보고는 남편이 즐기는 듯한 적도 있었다. 거울에 비추어 비로소 발견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쿄오코는 서툰 건 아니었고 뒤에서 남편이 보니까 굳어 있었던 것이다.

서랍 안에 있던 손거울의 뽕나무색이 변할 만큼 세월이 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 남편의 중태 등으로 쿄오코가 채소밭을 비추어 보이는 일을 처음 생각해 냈을 때에는 손거울의 앞면이 흐릿하고 테두리에는 분이 떨어지거나 먼지로 때가 묻어 있었다. 물론 무얼 비추는 데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쿄오코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기보다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그때 이후 손거울을 베갯머리에서 떼지 않는 남편은 심심함과 병자의 결벽증으로 거울도 테두리도 말끔히 닦았다. 이제 흐릿하지 않은데도 남편이 입깁을 불어 닦고 있는 것을 쿄오코는 자주 보았다. 거울을 박은 테두리에 있는, 눈에 띄지 않을 만한 틈새에 결핵균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쿄오코는 그 경대를 가지고 재혼했다. 그러나 손거울은 전남편 관에 넣어 태웠다. 대신 카마쿠라 칠 공예 손거울이 경대에 딸려 있다. 지금은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전남편은 죽은 뒤 바로 풍습대로 손을 마주하고 깍지 끼워졌기 때문에 관에 넣고 나서도 손거울을 쥐어 줄 수는 없었다. 가슴에 얹었다.

"당신은 가슴이 괴로우셨으니 이것만으로도 무겁겠지요."

쿄오코는 가만히 중얼거리고 배 위에 옮겨 놓았다. 손거울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서 소중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처음에는 가슴 위에 놓았던 것이다. 손거울을 관에 넣는 것은 남편의 부모형제에게도 될 수 있는대로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싶었다. 손거울에 흰 국화꽃을 수북히 쌓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뼈를 담을 때 열로 거울 유리가 상당히 녹아 굽어져 울퉁불퉁 두껍게 덩어리져서 그슬려지거나 누래져 있는 것을 보고,
"유리군요. 웬일이지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사실 손거울 위에 또 하나 작은 거울이 겹쳐 있었다. 세면 도구 가방 안의 거울이다. 작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유리 앞뒤가 다 거울로 되어 있다. 신혼여행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쿄오코는 꿈궈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중이라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전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 여행에서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중남편과는 신혼여행도 갔다. 이전 세면 도구 가방의 가죽은 꽤 낡아 있어서 새로 샀다. 물론 거울도 들어 있엇다. 신혼옇애 첫날, 남편은 쿄오코에게 손을 대보고,
"아가씨 같군. 가엽게..."라고 했다. 비아냥조가 아니라 오히려 뜻밖의 기쁨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둘째남편으로 보면 쿄오코가 아가씨에 가까운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 짧은 말을 듣자 갑자기 격렬한 슬픔에 휩싸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몸이 움츠러졌다. 그것도 아가씨 같다고 남편은 생각했을지 모른다.

쿄오코는 자신 때문에 울었는지 전남편 때문에 울었는지 몰랐다. 어느 쪽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도 않았다. 그러자 새 남편에게 몹시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요. 많이 변한 걸요?"라고 마중에 말했다. 말해버리고 나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몸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워했지만 남편은 만족스러운 듯, "아이도 없었다지?" 이 말이 또 쿄오코의 가슴을 에게 했다.

전남편과 다른, 남자의 힘을 마주하고 오히려 쿄오코는 자신이 우롱당하는 듯한 굴욕을 느꼈다. "그렇지만, 아이를 부양하고 있었던 거와 같았어요." 쿄오코는 반항할 셈으로 그것만 말했다.

오랫동안 병자였던 남편은 죽고 나서도 쿄오코 안에 있는 아이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어차피 죽을 바에는 엄격한 금욕이 무슨 도움이 된 걸까.

--- pp 17~20

출판사 리뷰

남자는 여자의 성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여자는 남자의 성을 제대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둘은 알몸이 되었으되, 끝내 마음의 옷을 벗지 못한 채
하나가 되고 싶다는 불가능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분명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들에게 성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 기시다 슈

현대 사회는 거대한 성담론이 지배하는 공간, 무수한 성적 논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는 갈등을 초래하고 충돌을 거듭하며 변화와 변종을 낳는다. 이 시대의 문학은 과연 이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문학이 점점 독자를 잃어가는 시대적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즉 ‘문학과 에로티시즘’이라는 테마로 책을 발간한다.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인간의 감춰진 본능과 미묘한 관계를 표현하고 문학의 본질을 드러내는 최적의 소재라는 생각에서다.

이 책『히치하이킹 게임』에서 독자는 저마다 완전한 결합을 꿈꾸면서도 결코 그 꿈에 다다르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들을 만난다. 때로는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때로는 마치 꿈속에서 벌어지는 듯 환상적으로 묘사되는 성적 판타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성과 욕망이 한데 들끓고 있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친구에게서 성 충동을 느끼는 소년, 대신大臣의 부름에 기꺼이 따르는 유부녀, 마에스트로의 지휘에 흥분한 아가씨와 청중을 지켜보는 사나이의 심리, 사랑을 전제로 한 섹스와 섹스를 전제로 거래된 섹스 사이의 미묘한 갈등, 거울을 매개로 죽은 전남편과의 사랑을 되짚어보는 여인의 심정, 교수와의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육체적 관계까지 발전시키고 투신자살한 여 조교……. 모두 소설 속의 백일몽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섬뜩한, 본능 한구석을 가격하는 이야기들이 변주를 이룬다.

12인 12색, 에로티시즘 미학의 변주

현암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희귀 언어권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제3세계의 주목할 만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문학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 1차 결과물로 그 동안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터키, 유고슬라비아, 아르헨티나, 쿠바 등을 비롯한 12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최고 문인들이 펼쳐보이는 품격 높은 에로티시즘 미학은, 성적 본능과 도덕률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양태를 다양한 문화적, 문학적 시선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물의 달」에서 느껴지는 내밀하고 고급한 동양적 감성에서, 밀란 쿤데라가 「히치하이킹 게임」에서 적나라하게 묘파하는 본능의 다면성에서, 대가의 시선에 포착된 일상의 편린이 한 편의 단편을 통해 얼마나 광대한 스펙트럼으로 증폭돼 나올 수 있는지를 만끽하고도 남음이 있다. 굳이 장편과 전집을 독파하지 않더라도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나름대로 꿰뚫어볼 수 있는 즐거움, 대가들의 단편 읽기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자칫 단편 선집이 내보일 수 있는 작품별 편차를 최소화함은 물론, 기획 의도와 요구 수준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하기 위해, 각각의 작품 선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선정과 번역은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가 맡았다.

나도 알지 못하던 내 안의 관능 찾기

에로티시즘이냐 포르노그래피냐.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래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그 모호한 경계선을 독자 나름대로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포르노그래피에 문학성을 부여하는 전제조건이라 할 도덕률이 국가에 따라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물의 달」에서는 병으로 죽은 전남편에 대한 미련과 현남편에 대한 사랑과의 심리적 갈등으로, 「바솜피에르 대신의 체험」에서는 유부녀와의 관계, 페스트, 죽음으로 이어지는 허무함으로, 「슬래터리 양과 도깨비 애인」에서는 이국인과의 만남과 헤어짐까지의 심리 변화를 통해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단순한 쾌락만을 좇는 성관계가 인간 내면에 끼치는 파장의 여파는 예측불허의 순간, 건전한 척 무장한 우리의 이성을 허물어뜨린다. 표제작 「히치하이킹 게임」의 연인들이 시작한 위험한 게임에서도 이성과 본능, 억제와 발산의 충동이 어우러진 가면무도회의 한장면을 만난다.

한 쌍의 연인이 휴가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남자는 서로 낯선 만남인 척, 히치하이커를 대하듯 말을 건네고 이것을 여자가 반농담처럼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미묘한 심리전은 히치하이커와 운전자가 벌이는 ‘게임’으로 바뀐다. 지금껏 순종적이고 수줍기만 했던 여자는 게임이 진행되면서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변해간다. 게임을 먼저 제안했으면서도 남자는 이런 그녀가 매혹적인 한편으로 당혹스럽고 두렵다. 낯선 이방인끼리의 섹스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행위가 아니지만 그 행위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유혹에 여자 역시 당황한다. 과연 어떤 것이 이들의 참모습인가. 사랑과 섹스는 역시 별개의 반응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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