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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바타 야스나리(일본) - 물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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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 Kundera,ミラン.クンデ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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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오코의 혼수인 경대에 달린 손거울. 경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뽕나무로 되어 있고 손거울도 뽕나무였다. 신혼 때 뒷머리를 보려고 거울을 마주 들고 있으면 소맷자락이 흘러내려 팔꿈치까지 드러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손거울이었다.
목욕 후라든지, "서툴군. 어디 내가 들어 주지"라며 손거울을 빼앗아 쿄오코의 목덜미를 여러 각도로 경대에 비쳐보고는 남편이 즐기는 듯한 적도 있었다. 거울에 비추어 비로소 발견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쿄오코는 서툰 건 아니었고 뒤에서 남편이 보니까 굳어 있었던 것이다. 서랍 안에 있던 손거울의 뽕나무색이 변할 만큼 세월이 지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 남편의 중태 등으로 쿄오코가 채소밭을 비추어 보이는 일을 처음 생각해 냈을 때에는 손거울의 앞면이 흐릿하고 테두리에는 분이 떨어지거나 먼지로 때가 묻어 있었다. 물론 무얼 비추는 데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어서, 쿄오코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기보다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지만, 그때 이후 손거울을 베갯머리에서 떼지 않는 남편은 심심함과 병자의 결벽증으로 거울도 테두리도 말끔히 닦았다. 이제 흐릿하지 않은데도 남편이 입깁을 불어 닦고 있는 것을 쿄오코는 자주 보았다. 거울을 박은 테두리에 있는, 눈에 띄지 않을 만한 틈새에 결핵균이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쿄오코는 그 경대를 가지고 재혼했다. 그러나 손거울은 전남편 관에 넣어 태웠다. 대신 카마쿠라 칠 공예 손거울이 경대에 딸려 있다. 지금은 남편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전남편은 죽은 뒤 바로 풍습대로 손을 마주하고 깍지 끼워졌기 때문에 관에 넣고 나서도 손거울을 쥐어 줄 수는 없었다. 가슴에 얹었다. "당신은 가슴이 괴로우셨으니 이것만으로도 무겁겠지요." 쿄오코는 가만히 중얼거리고 배 위에 옮겨 놓았다. 손거울은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서 소중한 것이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처음에는 가슴 위에 놓았던 것이다. 손거울을 관에 넣는 것은 남편의 부모형제에게도 될 수 있는대로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싶었다. 손거울에 흰 국화꽃을 수북히 쌓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뼈를 담을 때 열로 거울 유리가 상당히 녹아 굽어져 울퉁불퉁 두껍게 덩어리져서 그슬려지거나 누래져 있는 것을 보고, "유리군요. 웬일이지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사실 손거울 위에 또 하나 작은 거울이 겹쳐 있었다. 세면 도구 가방 안의 거울이다. 작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유리 앞뒤가 다 거울로 되어 있다. 신혼여행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하고 쿄오코는 꿈궈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쟁중이라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전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 여행에서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나중남편과는 신혼여행도 갔다. 이전 세면 도구 가방의 가죽은 꽤 낡아 있어서 새로 샀다. 물론 거울도 들어 있엇다. 신혼옇애 첫날, 남편은 쿄오코에게 손을 대보고, "아가씨 같군. 가엽게..."라고 했다. 비아냥조가 아니라 오히려 뜻밖의 기쁨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둘째남편으로 보면 쿄오코가 아가씨에 가까운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 짧은 말을 듣자 갑자기 격렬한 슬픔에 휩싸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함으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몸이 움츠러졌다. 그것도 아가씨 같다고 남편은 생각했을지 모른다. 쿄오코는 자신 때문에 울었는지 전남편 때문에 울었는지 몰랐다. 어느 쪽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지도 않았다. 그러자 새 남편에게 몹시 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 애교를 부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요. 많이 변한 걸요?"라고 마중에 말했다. 말해버리고 나서 이건 아닌 것 같아 몸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러워했지만 남편은 만족스러운 듯, "아이도 없었다지?" 이 말이 또 쿄오코의 가슴을 에게 했다. 전남편과 다른, 남자의 힘을 마주하고 오히려 쿄오코는 자신이 우롱당하는 듯한 굴욕을 느꼈다. "그렇지만, 아이를 부양하고 있었던 거와 같았어요." 쿄오코는 반항할 셈으로 그것만 말했다. 오랫동안 병자였던 남편은 죽고 나서도 쿄오코 안에 있는 아이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어차피 죽을 바에는 엄격한 금욕이 무슨 도움이 된 걸까. --- pp 17~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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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의 성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여자는 남자의 성을 제대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둘은 알몸이 되었으되, 끝내 마음의 옷을 벗지 못한 채 하나가 되고 싶다는 불가능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분명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들에게 성은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 기시다 슈 현대 사회는 거대한 성담론이 지배하는 공간, 무수한 성적 논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는 갈등을 초래하고 충돌을 거듭하며 변화와 변종을 낳는다. 이 시대의 문학은 과연 이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문학이 점점 독자를 잃어가는 시대적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 즉 ‘문학과 에로티시즘’이라는 테마로 책을 발간한다. 에로티시즘이야말로 인간의 감춰진 본능과 미묘한 관계를 표현하고 문학의 본질을 드러내는 최적의 소재라는 생각에서다. 이 책『히치하이킹 게임』에서 독자는 저마다 완전한 결합을 꿈꾸면서도 결코 그 꿈에 다다르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들을 만난다. 때로는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때로는 마치 꿈속에서 벌어지는 듯 환상적으로 묘사되는 성적 판타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성과 욕망이 한데 들끓고 있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친구에게서 성 충동을 느끼는 소년, 대신大臣의 부름에 기꺼이 따르는 유부녀, 마에스트로의 지휘에 흥분한 아가씨와 청중을 지켜보는 사나이의 심리, 사랑을 전제로 한 섹스와 섹스를 전제로 거래된 섹스 사이의 미묘한 갈등, 거울을 매개로 죽은 전남편과의 사랑을 되짚어보는 여인의 심정, 교수와의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육체적 관계까지 발전시키고 투신자살한 여 조교……. 모두 소설 속의 백일몽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섬뜩한, 본능 한구석을 가격하는 이야기들이 변주를 이룬다. 12인 12색, 에로티시즘 미학의 변주 현암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희귀 언어권으로까지 범위를 넓혀 제3세계의 주목할 만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문학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 1차 결과물로 그 동안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터키, 유고슬라비아, 아르헨티나, 쿠바 등을 비롯한 12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최고 문인들이 펼쳐보이는 품격 높은 에로티시즘 미학은, 성적 본능과 도덕률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양태를 다양한 문화적, 문학적 시선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물의 달」에서 느껴지는 내밀하고 고급한 동양적 감성에서, 밀란 쿤데라가 「히치하이킹 게임」에서 적나라하게 묘파하는 본능의 다면성에서, 대가의 시선에 포착된 일상의 편린이 한 편의 단편을 통해 얼마나 광대한 스펙트럼으로 증폭돼 나올 수 있는지를 만끽하고도 남음이 있다. 굳이 장편과 전집을 독파하지 않더라도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나름대로 꿰뚫어볼 수 있는 즐거움, 대가들의 단편 읽기는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자칫 단편 선집이 내보일 수 있는 작품별 편차를 최소화함은 물론, 기획 의도와 요구 수준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하기 위해, 각각의 작품 선정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선정과 번역은 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가 맡았다. 나도 알지 못하던 내 안의 관능 찾기 에로티시즘이냐 포르노그래피냐.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래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그 모호한 경계선을 독자 나름대로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포르노그래피에 문학성을 부여하는 전제조건이라 할 도덕률이 국가에 따라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물의 달」에서는 병으로 죽은 전남편에 대한 미련과 현남편에 대한 사랑과의 심리적 갈등으로, 「바솜피에르 대신의 체험」에서는 유부녀와의 관계, 페스트, 죽음으로 이어지는 허무함으로, 「슬래터리 양과 도깨비 애인」에서는 이국인과의 만남과 헤어짐까지의 심리 변화를 통해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단순한 쾌락만을 좇는 성관계가 인간 내면에 끼치는 파장의 여파는 예측불허의 순간, 건전한 척 무장한 우리의 이성을 허물어뜨린다. 표제작 「히치하이킹 게임」의 연인들이 시작한 위험한 게임에서도 이성과 본능, 억제와 발산의 충동이 어우러진 가면무도회의 한장면을 만난다. 한 쌍의 연인이 휴가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남자는 서로 낯선 만남인 척, 히치하이커를 대하듯 말을 건네고 이것을 여자가 반농담처럼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미묘한 심리전은 히치하이커와 운전자가 벌이는 ‘게임’으로 바뀐다. 지금껏 순종적이고 수줍기만 했던 여자는 게임이 진행되면서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여인으로 변해간다. 게임을 먼저 제안했으면서도 남자는 이런 그녀가 매혹적인 한편으로 당혹스럽고 두렵다. 낯선 이방인끼리의 섹스는 이제 더 이상 사랑의 행위가 아니지만 그 행위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유혹에 여자 역시 당황한다. 과연 어떤 것이 이들의 참모습인가. 사랑과 섹스는 역시 별개의 반응일 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