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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이즈의 무희 금수 작품 해설 가와바타 야스나리 연보 |
Yasunari Kawabata ,かわばた やすなり,川端 康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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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빛이 나지막한 집들의 지붕을 한층 더 낮게 보이게 했고, 마을은 쥐 죽은 듯 고요히 가라앉아 있는 듯했다.
---p.17 그녀의 내리깐 눈은 짙은 속눈썹 탓인지 홀연히 포근하고 요염해지더니, 시마무라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여인의 얼굴은 좌우로 살짝 흔들리면서 또다시 발그레해졌다. ---p.25 애당초 오직 이 여인만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여태껏 멀리 빙빙 돌고 있었다는 것을 시마무라가 확실히 알게 되자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한편 여인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pp.34-35 그녀의 말투는 마치 외국 문학의 먼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욕심 없는 거지와도 같은 가련한 감동이 있었다. ---p.43 누에처럼 고마코도 투명한 몸으로 여기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54 시마무라가 허전한 애달픔에 젖어 있을 때, 따스한 등불이 켜진 것처럼 고마코가 들어왔다. ---p.61 분을 바른 흔적도 없고 도시의 물장수로 길들여진 데다가 산 빛이 물들었다고나 할 백합이나 양파를 벗겨 놓은 것 같은 신선한 피부는 목덜미까지 핏빛으로 아련하고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어서 무엇보다도 맑고 깨끗했다. ---p.72 여인의 귓바퀴까지도 또렷이 그림자가 질 정도로 달은 밝았다. 그 빛이 깊숙이 비쳐들어 다다미가 싸늘하게 파래지는 것 같았다. ---p.95 곰처럼 튼튼하고 두꺼운 털가죽을 뒤집어쓰고 태어났더라면 인간의 관능은 상당히 달라졌을 것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엷고 매끄러운 피부를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p.104 고마코의 살결은 갓 씻은 듯이 맑고 깨끗해서 시마무라의 사소한 말마저 저런 식으로 오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인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리어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는 듯했다. ---p.141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치솟는 가운데 불꽃이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다. 그 불은 옆으로 기어서 처마를 핥으며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p.152 커다란 오로라와도 같은 은하수는 시마무라의 몸을 흠뻑 적시며 흘러 땅끝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쥐 죽은 듯 고요하게 싸늘해지는 허전함 같으면서 뭔가 아름다운 경이이기도 했다. ---p.158 한순간에 고마코와의 세월이 비친 듯했다. 뭔가 애달픈 고통과 비애도 여기에 있었다. ---p.164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미친 듯이 보이는 고마코에게 시마무라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다가 요코를 고마코에게서 빼앗아 안으려고 하는 사나이들에게 밀려서 비틀거렸다. 발에다 힘을 주며, 버티고 선 채 눈을 쳐든 순간, 쏴아하는 소리를 내면서 은하수가 시마무라의 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p.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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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문학의 정점에 선 가와바타 야스니리가
시적 언어로 그려낸 서정과 순수의 세계 일본적 서정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의 극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 권장 도서 『설국』은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이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191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래, 동양인으로는 두 번째 수상이었다. 『설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생겨난 슬픔이 빚어내는 지고의 아름다움을 상징의 세계를 매개해 그려내는 동시에 동양적인 애수의 미를 놀랍도록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설국』은 하루아침에 쓰인 소설이 아니다. 13년간 꾸준하게 다듬은 소설이다. 그러나 장황하지는 않다. 덧붙이기보다는 깎아내고 다듬은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은 ‘설국’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어느 한 마을의 온천을 배경으로 일본 자연의 인정과 풍속, 지방 풍물을 수려하게 담아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지극히 일본적인 풍경에서 보편적 서정성을 길어낸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예리한 관찰력이 구체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의 확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상징적 표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 고장이었다”는 첫 문장은 유명한데, ‘터널’이라는 상징은 독자를 단번에 흰 눈이 덮인 일본적, 소설적 공간으로 들여온다. 인생의 단면을 상징의 수법으로 점묘해 독특한 심리 소설의 경지를 개척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이다. 부모가 남겨준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서양 무용에 흥미를 보이는 시마무라,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게이샤 고마코, 아름답고 순결한 소녀 요코.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극적인 사건에 의존하지 않고 설국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는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의 추이를 즉물적, 감각적으로 점묘한다. 『설국』이 ‘플롯이 부재한 소설’로 불리는 이유다. 풍경과 심리의 변화만으로 작가가 그리고자 한 심리의 세계, 상징의 세계를 암시하고 환기하는 것이다. 시마무라의 심리 세계는 무나 공의 사상에 바탕을 둔다. 때문에 소설에 나오는 배경이나 소재는 그 자체의 의미를 갖는다기보다는 현실 이상의 저편, 즉 삶의 아름다움이나 애수의 미를 형상화하는 수단이다. 『설국』은 사실의 세계보다는 작가가 창조한 상징의 세계에 관한 소설이다. ‘저녁 풍경이 비치는 거울’, ‘투명한 덧없음’ 등의 표현으로 엿볼 수 있는 상징의 세계 말이다. 이 조용하면서도 애처로운 상징이 빚어내는 독특한 심리의 풍경은 독자의 마음에 잊히지 않을 인장을 남긴다. 일상의 자질구레함을 정제해낸 후에 솟아나는 소박하고 투명한 상징과 미학의 세계 한편 이 책에 수록된 「이즈의 무희」와 「금수」역시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서정 소설, 심리 소설의 결에 있는 손꼽히는 명작이다. 「이즈의 무희」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청순 무구한 무희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느낀 만족과 그 무희에 대한 감사, 연정의 마음으로 쓴 소설로 감각적인 수법과 이것이 자아내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편 「금수」는 인간을 혐오하여 독신으로 지내며 작은 새, 개와 사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믿는 40대 남성의 결벽한 내면을 허무적이고 비정한 눈으로 그린 소설이다. 일상생활을 소거한 채 미에 대한 감수성을 예민하게 다듬은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설국』은 극적인 줄거리 없이, 고즈넉한 마을의 눈 덮인 풍경과 몇몇 인간사의 단면만으로 보편적 서정의 경지에 다다른 작품이다. 「이즈의 무희」와 「금수」역시 『설국』에 이어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노고에서 정제해낸 삶의 정서와 미학을 추구한다.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복잡하지 않고 투명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속 상징은 그가 창조한 미학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어준다. 우리를 번뇌하게 하는 무수한 대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차분한 서정은 잔잔한 위로와 안식이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