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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초상
작품 해설 로버트 네이선 연보 |
Robert Nat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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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에는 먹지 못한 데서 오는 것보다 더한 굶주림이 있다. 그리고 나를 허기지게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굶주림이었다. 나는 가난했고 나의 작품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 p.3 나는 멈추어 그 애를 지켜봤다. 그런 곳에 완전히 혼자 있는 아이를 보고 놀랐기 때문이다. --- p.6 그녀는 도시를 그린 내 그림들엔 관심이 없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건대 그것들은 그녀에겐 다만 한 편의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나는 이해할 수 있다. --- p.17 나는 거세게 숨을 들이켰다. 한순간 나는 제니와 더불어 안개 짙은 몰 가를 뚫고 거닐었던 저 꿈 같은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 p.21 그녀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얼음을 지쳤다. 그러더니 이윽고 “혹시……”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갑자기 숨도 쉬지 않고 돌진해왔다. “절 그려주시겠어요?” --- p.39 나는 제니의 노래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그녀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 혹은 그녀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모든 것으로부터 빛이 사라져버렸다. --- p.51 그러나 그녀는 가고 없었다. (…) 그녀가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물어보지조차 않았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 것은 훨씬 뒤의 일이었다. --- p.69 문 앞에서 그녀는 다시 한번 돌아다봤다. “참고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속삭였다. “꾹 참고 절 기다려주세요, 네.” --- p.87 처음에 나는 자신의 무기력에 몰두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때문에 낭패감을 맛보았다. --- p.99 나는 언제 제니를 다시 만나게 될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날이 가면 갈수록 나는 그녀를 더욱더 그리워하게 되었다. --- p.108 이튿날 아침 일찍 화창한 봄날의 햇빛 속에서 제니는 내게로 돌아왔다. --- p.117 갈매기들은 물 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푸른 어둠 속에서 조용히 망각에 싸여, 텅 빈 어선의 갑판 위에 나란히 줄을 짓고서. 거리는 고요하고 인기척 하나 없었다. 우리는 집까지 따라오는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 p.140 우리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또한 정녕코 그걸 잃어버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 p.148 어떻게 내가 바람을 거슬러 그녀가 있는 곳까지 언덕을 내려갔는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마침 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팔로 감아안아 안전하게 그녀를 끌어올렸다. --- p.163 나는 자신이 위로 내던져졌다가 아래로 빨아들여지고 또다시 위로 내팽개쳐지는 걸 느꼈다. 그때 무엇인가가 와지끈 내게 부딪쳤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 p.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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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해 펼쳐지는 사랑의 신비와 본질!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영원한 동경을 환상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풀어낸 작품 《제니의 초상》은 로버트 네이선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문단에서 독자적 지위를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는 20세기 미국 환상 문학의 고전을 꼽히기도 한다. 《제니의 초상》은 한 예술가가 영감의 결핍 속에서 시간의 경계를 초월한 아름다운 존재와 조우하며 예술과 사랑, 불멸에 대한 사유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창작의 위기를 겪는 뉴욕의 화가다. 어느 겨울날, 그는 센트럴파크에서 제니라는 이름의 한 소녀를 만난다. 이상하게도 제니는 옛 복장을 하고 있으며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을 반복한다. 화가는 제니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고 그녀를 스케치하기 시작한다. 사라진 영감을 되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한편 제니는 만날 때마다 훌쩍 자라 있거나 시간의 혼동을 가져다주는 등 계속해서 그와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결국 제니는 처음 나타났듯이 홀연히 사라지고, 제니를 그린 초상화는 화가의 대표작이 된다. 시간을 건너온 소녀 제니와의 사랑 그리고 예술 20세기 미국 환상 문학의 고전! 이처럼 《제니의 초상》은 화가와 모델의 관계를 기본 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둘 사이를 일방적 착취나 메마른 도구적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환상이 깃든 관계로 그린다. 제니가 화가의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내면의 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제니와의 만남은 늘 감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화가의 예술적 약점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예술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제니는 화가에게 축복과도 같은 결과를 선사한다. 한편, 제니의 비선형적 시간성은 작품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예술의 속성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한다. 예술은 명징하고 분명한 것들이 아닌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제니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화가와 제니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은 예술뿐 아니라 사랑 역시 통속적인 것들을 초월한 보편적 속성을 가졌다고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요컨대, 이 작품은 시간을 넘나드는 제니를 통해 환상 문학의 재미뿐 아니라 예술과 사랑의 영원성을 대변한다.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사랑과 예술의 본질에 관한 서정적 질문 사랑과 예술의 신비와 본질을 환상적이고 시적인 문체로 드러낸 이 작품이 1940년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뉴욕은 당시에도 물질문명이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사는 화가는 창작의 열의와 영감을 잃은 상태다. 그런 그에게 다시 영혼과 감정을 불어넣는 건 제니, 즉 환상적인 요소가 깃든 소탈한 사랑이다. 이 대비는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관한 교훈을 준다. 나아가 우리 영혼에 아름답고 순수한 것에 대한 영원한 동경이 자리하고 있고, 이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