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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 구스타프 말러 - 절대적 복종 요구한 카리스마적 지휘자 2.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 완벽의 권화, 타고난 지휘자의 전형 3.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 ‘필라델피아 사운드’ 창조한 세기적 쇼맨 4. 프란츠 리스트 - 테크닉, 예술성, 쇼맨십 겸비한 최고의 ‘브라뷰라 피아니스트’ 5.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 - ‘황금의 소리’ 창출한 마력의 피아니스트 6. 아르투르 슈나벨 - 작곡가의 음악혼 재생시키는 ‘창조적 비르투오조’ 7.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 삶의 사랑에 취한 ‘타고난 피아니스트’ 8. 니콜로 파가니니 - 초자연적 마력 분출하는 바이올린의 최면술사 9. 예후디 메뉴인 - 신동의 신화 창조한 20세기 ‘바이올린의 모차르트’ 10. 엔리코 카루소 - 천상의 목소리와 절묘한 가창력의 세기적 테너 11. 표도르 샬리아핀 - 빼어난 가수, 위대한 배우, 최고의 예술가 12. 마리아 칼라스 - 소프라노들의 넘을 수 없는 ‘기준의 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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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모스크바의 마몬토프 오페라단에서 최초로 출연할(1896) 구노의 파우스트에서 샬리아컨의 메피스토는 대갈채를 받았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열광했고 비평가들은 입을 모아 그의 혁신을 찬양했다. 작품에 임하는 샬리아핀의 자세가 이러했으니 만큼 종종 졸작에 속하는오페라도 샬리아펀의 출연으로 작품의 범용성을 넘어서기 마련이었다. 1926션 뉴욕의 메트로폴히탄 오페라에서 가티가 샬리아핀을 위해 마스네의 돈키호테를 무대에 올렸을 때가 그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 오페라는 마스네가 샬리아핀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1910년에 이미 몬테카를로에서 샬리아핀이 출연했던 작품이다.
뉴욕 공연에서 마스네는 비평가들로부터 형편없이 두들겨맞았지만 챨리아펀은 격찬을 받았다.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비평가였던 사무켈 초트치노프는 '샬리아펀을 염두에 두고 오페라를 작곡하는 것은 오페라 창작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니란 사실'을 지적했다. '왜 그러냐 하면 그대는 너무 많은 부분을 샬리아핀에게 남겨둘 수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 최고의 예술가는 최선의 상태에선 가장 무미건조한 음악에도 최대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 --- p.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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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엉겁결에 지휘를 하게 된 우연의 계기가 아니었던들 그는 결코 지휘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토스카니니야말로 '타고난 지휘자'의 자질을 최고로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휘자란 말할 것도 없이 탁월한 해석능력과 명인의 테크닉뿐 아니라 심리학적 통찰력까지 겸비해야 하지만, 이같은 요소는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도 있고 수련을 통해 완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하고 가장 본질적인 어떤 요소, 즉 언어로써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휘자의 인격에 내재한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가장 필수적인 자질은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힘은 바로 지휘자 자신의 고유한 '해석'을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을 토앻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연주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이것은 결국 지휘자의 인격이 연주를 통해 투사된다는 걸 의미한다. 위대한 지휘자란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p.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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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열두 명의 음악가들은 작곡가로서도 음악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경우도 있지만 모두가 해석의 분야에서 완성에 도달한 대가들로 저마다의 분야―지휘, 피아노, 바이올린, 가수 등―에서 음악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이들이다.
비르투오조(Virtuoso)란 말이 음악가, 특히나 악기의 명연주가를 배타적으로 지칭하게 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며, 이후 무대에서 연주자가 화려한 명연기를 과시한 것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고 대중들은 그들에게 미칠 듯이 열광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중들을 현혹시킨 것은 예술이 아니라 그들의 눈부신 기교였다. 음악의 예술성과 단순한 기예의 차이를 무시하는 일반 대중에겐 기예 자체가 목적이지만 진정한 기예는 작품의 완벽한 해석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빼어난 기교적 숙달이 최고의 예술성과 절묘하게 융합되어 있는 연주야말로 참다운 비르투오조 음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열두 명의 음악가들은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이와 같은 참다운 비르투오조의 경지에 도달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예술가의 위대한 성공은 결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이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고 해도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개화開花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항용 거듭된 좌절과 인고의 세월이 있는 법이다. 갈채는 짧고 끝없이 이어지는 기나긴 험로가 있을 뿐! 이 기나긴 험로를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자만이 완성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열두 명의 비르투오조의 데뷔 시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음악에의 완성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하고 숭고한지를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예술 관련 자유기고가의 제1세대로서 활동해 온 필자가 그 동안 음악잡지에 '비르투오조의 데뷔 시절'이라는 제하에 기획 연재해 온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필자의 이력이 말해주듯이 필자는 그 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직·간접 경험에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자료를 가지고 예술 관련 서적들을 꾸준히 출간하면서 특유의 문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위대한 예술가의 역사적 성공의 순간이 더욱 다채롭고 극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날조되거나 왜곡되게 됨을 곳곳에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예술가의 위대한 성공은 행운이나 요행이 아니라 남다른 노력과 인내가 일구어낸 결과임을 필자는 비르투오조의 데뷔 시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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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갈채 긴 험로
언제나 문화·술 방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무엇보다 글쓰기에 있어서 진지한 탐구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이덕희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학고재 간) 현재 저자는 본지에 '위대한 예술가들의 세기적 불화'라는 제목의 연재 칼럼을 기고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출간된 《불멸의 지휘자 토스카니니》에 이어 저자가 1년 만에 선보이는 책으로 제목은 《짧은 갈채 긴 험로》 그리고 '비르투오조의 데뷔시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 속엔 작곡가로서나 혹은 연주가로서 최고의 비르투오시티를 자랑하는 12명의 거장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모두 음악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음악가들로 그들의 데뷔시절에서부터 '완성'이라는 준봉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고투들이 저자의 유려한 문체 속에서 생생히 다가온다. 이 외에도 이들에 필적하는 음악가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나 자신이 주인공들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의 거장들은 우리 시대와 가까운 인물이나 동시대인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매사에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저자의 철저한 완벽주의 근성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씌어진 내용들은 더없이 충실하다. 좀더 눈을 크게 뜨고 책 안을 들여다보자. 무자비한 완벽주의자로서 절대 타협과 양보를 몰랐던 전제적 지휘자로 군림했던 작곡가이자 카리스마적 지휘자 구스타프 말러, 지방 오케스트라단의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하다 돌발적인 사고로 지휘자의 공석이 생기자 그야말로 '등 떼밀려' 지휘대에 올라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타고난 지휘자의 전형 토스카니니, 예술가라는 명칭보다 대중 스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렸던 쇼맨십의 대가 스토코프스키, 테크닉이면 테크닉, 예술성이면 예술성, 쇼맨십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피아노의 비르투오조라 불리는 리스트, 또한 리스트 이래 가장 널리 선전되고 찬탄받은, 정치인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파데레프스키, 쇼맨십적인 낭만주의 연주자들과는 거리가 멀었고, 절대로 앙코르 연주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슈나벨, 40대 이후에 들어 진정으로 위대한 피아니스트의 반열에 올라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리사이틀을 가질 정도로 정력적인 연주 활동을 펼친 루빈슈타인, '악마의 제금가'라는 명칭과 결부되어 온갖 해괴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바이올린의 최면술사 파가니니, 현존해 있는 바이올린의 명인 예후디 메뉴인, 명성의 절정에서 사라졌던 '황금의 목소리'의 소유자 카루소, 시골 빈민 출신의 미천한 노동자에서 일약 최고 베이스 가수에 오른 샬리아핀, 소프라노의 기준을 제시한 칼라스 등 그들의 데뷔시절에 얽힌 이야기에서부터 최고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의 면면들이 사진과 함께 농축되어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들 12명의 비르투오조들을 통해 예술의 진정한 개화는 결코 일순간의 요행과 행운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일구어낸 결과의 소산임을 강력히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