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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친구들
왕토끼 딱새 다람쥐 억세네 가족 소나무 운이(雲伊) 덕바위 보은댁과 현군 산촌 사람들 나의 서재,백운산방 범살창 조물주가 선물한 요양소 내 사랑 치악 2. 생명, 그 장엄함 왕거미에게는 표하는 경의 크낙새의 재회 방그러니 계곡의 내전 돌아오지 않는 꾀꼬리 쑥의 생명력 친구는 가고 엄나무엔 꽃이 피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베짱이의 주검 이끼의 세계 흙 한 줌에 담긴 염원 생명, 그 장엄한 승리 낙엽을 태우지 않는다 파리똥 철학 가재 표본 3. 빈 산에 노랑꽃 석양이 아름다운 집 벗들을 기다리며 대추 볼 붉어지는 계절 빈 산엔 노랑꽃 거북바위 능선을 오르며 달빛 아래 한잔 가을의 반란 추위 타는 벌레들 지나치게 두터운 흙 늙은 억새의 가을노래 4. 털벙거지의 행복 외로운 발자국 푸른 달밤 반년설(半年雪) 털벙거지의 행복 닭장 속 인생 산방에 내리는 눈 기다림의 고통 먼길 떠나는 물 5. 산 속의 사람, 산 밖의 사람 화전민을 아시나요 인간 송충이 부정(父情)삼백 리 일본의 빨간 알타리무 노인천국인가, 장수국인가 고층에 부는 바람 공산의 새벽달 안나 보일러 무너지는 치악산 6. 느티나무 부부 아버지의 오덕화(五德花) 겨울은 가고 귀뚜라미 우는 밤 저 그름 내 구름 인천 도화동 사람들 고3이 된 손자에게 느티나무 부부 늙은이들의 소꿉놀이 늙는 즐거움 십 년을 더 산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며 하느님과의 대화 실락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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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글은 수필의 교과서로 손꼽히는 글이다. 그러나 나는 낙엽을 태우지 않는다. 낙엽을 죽은 잎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뭇가지에서 잠깐 땅으로 내려와 제가 자란 나무 밑에 머물며, 추운 겨울 모본의 뿌리를 덮고 있다가 이듬해 다시 나무 위로 되돌아 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다만 잠시 쉬고 있는 엄연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115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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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벗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마음- 사람의 북새속에 사는 이들이 이 설레임을 짐작이나 하랴, 불꽃처럼 일렁이는 온산의 단풍을 혼자 보기 아까워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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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다. 기상대가 기상청으로 격을 높이더니 적중률이 제법이다. 예보대로 굼실거리던 하늘은 새벽녘에 비로 시작하더니 낮부터는 눈으로 이어졌다. 산에서 내려와 시내 책방을 돌며 비를 맞고, 돌아올 때는 눈 내리는 산을 오른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그날이 빨리 왔을 뿐일세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리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리리 머물 곳 그 어딘지 몰라도 나 외롭지 않으리 흘러간 노래의 생각나는 대목만 흥얼거리며 산길을 더듬어 오른다. 하루 한 번의 등산은 산방에 머무는 동안 꼭 하는 내 일과 중 하나다. 그러나 설경을 즐기기에는 어정쩡한 계절이다. 썰렁한 바람에 뒹구는 낙엽이 을씨년스러운 뿐이다. --- p.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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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자연에 허기진 나는 이 방그러니 계곡에 파고들었다. 걸신들린 것처럼 산 기운을 흠씬 들이마시며 한 그루의 나무, 한 줄기의 푸새, 산을 나는 새 뛰고 숨는 길짐승, 이끼 낀 바위 하나 하나에 흥분하고 심취해서 마구 쓰던 그날의 기억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그저 풋풋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겠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때처럼 산을 쏘다니고, 쭈그리고 앉아 관찰하고, 감명에 몸이 떨리는 정열은 엷어졌다.
대신 이 계곡에 뿌리를 내리고 주인임을 주장하는 식물들, 저 좋은 자리 가려 둥지를 마련하고 사는 모든 짐승들에게 혈연 같은 진한 정을 느낀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상류층들이 기를 쓰고 자기 것을 대물림하려 하듯이, 나야말로 하류의 사람들을 생각하고, 후대를 염두에 두고 사는 노력을 결코 저들 못지않게 하며, 이것이 '상류 생활의 조건'임을 잠시도 잊지 않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의 정상을 우러러보며 속(俗)해지려는 마음을 다스린다. --- 책머리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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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자락에 산방을 짓고 뭇 생명과 함께 한 이야기
이 책은 예순다섯에 등단하여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수필동인에 참여하며 왕성하게 창작활동을 펴온 노(老) 수필가 장돈식 선생의 수필집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지은이가 생업에서 물러나 치악산계의 한 자락인 백운산 품에 들어간 1988년부터 그곳 생활을 소재로 썼던 수필입니다.
처음에 그는 아내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마땅한 요양지를 찾아 떠돌다 치악산의 화전민이 살았던 낡은 집에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예 그 집을 사들여 약간 고치고 바로 옆에 통나무 귀틀집 한 채를 지어 '백운산방(白雲山房)'이라 이름붙인 뒤 아내와 단둘이 근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1997년 원주에서 안동을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나면서 그의 집은 헐렸고, 이미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없게 된 그는 좀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이제는 없는 그때의 백운산방과 그의 친구들인 치악산의 온갖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소로우, 장돈식 1900년대 중반, 도시의 안락을 버리고 월든이라는 깊은 산속 호숫가에서 2년간 간소한 생활을 영위했던 미국의 저술가 소로우. 이 책의 지은이는 소로우와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자연을 떠난 삶에선 인간성 상실을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점, 기독교 신자지만 교회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신의 섭리를 온몸으로 느낀 점, 자신의 생활을 모국어로 아름답게 표현한 점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소로우에게 있었던 하버드의 졸업장 같은 것이 장돈식에겐 없습니다. 청년시절 그는 일본의 기독교 사회사업가 가가와 도요히코와 러스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사상에 깊이 심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한 나라 살림의 근본이 되는 농업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쳤고, 대규모 농장을 조성, 100여 세대에게 분양하는 등 농민들의 자립 터전을 마련하는 일에 30여 년을 바쳤습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인 박애, 나눔의 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생업에서 물러난 지금도 치악산 구석구석에 나무를 심고, 산방 근처에 있는 자신의 토지와 농기구, 종자 등을 실직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그의 일생은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보통 사람의 이기주의를 벗고 끊임없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해온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웃은 사람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치악산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과 교감하며 그들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귀담아듣고, 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며 공존하고자 했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그들의 삶은 재미는 물론이려니와 생명의 경이로움과 깊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인생에 하강곡선이란 없다 얼마전 국내에 상영된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일흔에서 아흔까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쿠바 음악인들의 삶을 담아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한동안 대중에게 잊혀졌던 그들이, 사력을 다해 마지막 한 송이 꽃을 피우듯, 음반을 만들고 콘서트를 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60대에 자동차 운전과 컴퓨터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든이 넘은 지금, 인터넷을 즐기고 이메일로 원고를 보냅니다. 길가에 무심히 핀 이름 모를 꽃에서, 들판에 자란 헙수룩한 옥수수를 보면서, 산의 실루엣과 색깔을 시시각각 바꿔놓는 석양을 보면서 가슴 깊이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여태껏 해로해온 아내의 허리를 지그시 감싸안으며 파리해진 아내의 얼굴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여든두 살에 배낭 하나 짊어지고 방랑길에 올라 길에서 생을 마감한 톨스토이처럼 자신도 그렇게 세상을 마치면 좋겠다고 상상합니다. 이렇듯 여유로우면서도 패기만만한 노익장 장돈식 선생을 보면, 그의 일생은 그 전체가 전성기였음을, 그리고 인생이란 작은 굴곡들이 있으나 끝없이 어딘가를 향해 올라가는 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뛰어난 관찰력, 감동이 숨쉬는 아름다운 수필집 이 책에는 우선 지은이가 친구로 여기는 동물과 식물, 사람 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이 사는 집 주변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생물들 모두와 교감하며, 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치악산에서 제 나름대로 둥지를 마련하고 사는 온갖 식물, 동물 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터득한 자연의 오묘한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치악산 언저리에서 살아온 화전민들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감동적이고 애틋한 삶의 일화와 현대 문명에 대한 따끔한 비판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지은이의 자유로운 영혼이 한땀 한땀 문장 속에 녹아 있는 완성도 높은 수필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