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 머리에
1. 아름다움을 가려 내는 눈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네 발 밑을 보라 핏줄에서 태어난 안목 더도 덜도 아닌 조화 돌―침묵하는 미학 샤갈과 나비꿈 어질고 허전한 미의 세계 아름다움은 뽐내지 않는다 마음 바탕과 손맛 물러서면 보인다 2. 내 곁에 찾아온 아름다움 달빛 노니는 창살 이야기 추녀 끝 소방울 소리 그리워서 슬픈 나의 용담꽃 아미산 굴뚝의 순정 꾹꾹새 무더위가 즐거운 여름 사나이 한겨울의 빈 가지 연둣빛 무순 화로는 가난한 옛 정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 3. 아름다운 인연, 그리운 정분 수화 김환기 형을 생각하니 장욱진, 분명한 신념과 맑은 시심 간송 전형필과 벽오동 심은 뜻 청전 이상범, 그 스산스럽고 조촐한 산하 한잔 술로 늙어 간 체골이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은 여인의 죽음 나를 용서한 바둑이 그 날 이후의 바둑이 4.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낱낱으로 본 한국미 단원 김홍도의 〈밭갈이〉 신 사임당의 〈수과도〉 겸재 정선의 〈청풍계도〉 담졸 강희언의 〈인왕산도〉 정조대왕의 〈야국도〉 완당 김정희의 〈산수도〉 석창 홍세섭의 〈유압도〉 소당 이재관의 〈어부도〉 임당 백은배의 〈기려도〉 청자 상감 모란문 정병 두꺼비 모자 연적 분청사기 조화문 자라병 청화백자 연화문 병 5. 조선의 미남미녀 추억하는 사나이 홑상투의 젊은이 구레나룻의 사나이 젊은 병방 장죽을 든 사나이 초립의 청년 정몽주 초상 조말생 초상 강이오 초상 생각에 잠긴 기녀 트레머리 미인 삿갓 쓴 미녀 장옷 차림의 처녀 조율하는 여인 젊은 무당 길쌈하는 아낙 우물가의 촌부 꽃을 든 일앵 양 스물일곱 살 최홍련 조선 회화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
崔淳雨, 호는 혜곡, 본명은 희순
최순우의 다른 상품
|
양윤선(yunseon@yes24.com)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어 새삼 대중에게 알려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산문집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유고집 『최순우 전집』에서 좋은 산문만 가려 뽑은 산문집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가 바로 그것이다. 1943년 개성 부립박물관을 시작으로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하여 1984년 작고할 때까지 40여 년간 박물관에서 살다 떠난 최순우 선생은 한국미술사학과 평론의 토대를 구축하여 우리 문화재의 보존에 노력한 학자이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깨우쳐주는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라면,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씨를 엿보게 하는 책이라고 출판사는 설명한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창호지,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낙엽, 돌에 물을 주며 바라보고 기르는 모습, 무를 잘라내 키운 무순이 피워낸 보랏빛 꽃에서 간절한 생명을 읽는 마음씨, 스위스 목장에서 얻어온 소방울을 대청 툇마루에 걸어두고 소리를 즐기는 모습 등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발견해내는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이 쓰여 있는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김환기, 장욱진, 전형필 등 많은 예술인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대한 글들과, 옛 그림과 도자기 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들도 실려 있어 선생이 안내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느껴볼 수 있다. 특히나 “무리하지 않는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소박한 아름다움, 호젓한 아름다움, 그리움이 깃들인 아름다움, 수다스럽지 않은 아름다움, 그리고 이러한 아름다움 속을 고요히 누비고 지나가는 익살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눈뜨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중년의 남자들끼리 손목시계를 바꿔 차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든지, 서역에서 온 당나라 때 서양 여인의 미라가 전쟁통에 부서진 것을 보고 느끼는 분노와 적요한 마음, 피난 가느라 남겨두고 갔던 개 바둑이와의 해후 등, 우리 시대의 진정한 `선비'로 불리던 혜곡 선생의 이면에 숨은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이 실려 있어 더욱 정겹다. “자연이나 조형의 아름다움은 늘 사랑보다는 외로움이고, 젊음보다는 호젓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공감 앞에서 비로소 빛나며 뛰어난 안목들은 서로 그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한다. 반려 없이 보는 아름다움은 때로는 아픔이며, 때로는 외로움과 호젓함이며, 때로는 그 의미를 잃는다. 사랑을 잃은 사람의 눈에 세상이 빛을 잃어 보이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라며 자연과 조형물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을 가져보라고 권하고 있다. 요사이 산문들과는 많이 다르게 무게가 있고 점잖은 맛이 느껴지는 글들이, 옛 것이 그리워지는 가을에는 아주 잘 어울린다. 한평생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했던 최순우 선생이 이야기 하는 `내 것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에 함께 앓아보고 함께 나누어보는 일도 즐거움을 줄 것이다. 빛보다 빨리 변하는 시대라지만 가끔은 한 발 물러서서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법하다. |
|
모진 겨울바람이 불어닥쳐 오면 이 고운 용담꽃들은 그만 기진해서 눈 쌓인 산기슭에 갈색의 촉루를 남기고 죽어 가지만, 져 버린 삶이 아니라 불태워 버린 삶처럼 이 꽃의 마른 꽃가지마저 나는 좋아한다. 용담이나 억새 같은 마른 꽃가지를 길게 꺾어다가 백자 항아리에 꽂아 놓고 한겨우내 바라보면 싱싱하게 살아 있는 꽃가지보다 더 속삭임이 절실해서 마음이 늘 차분하게 가라앉는 까닭을 알 듯도 싶어진다.
--- 본문 중에서 |
|
가벼운 여름 단장을 한 한 앳된 여인이 마치 사진이나 찍으려는 듯이 포즈를 취하고 서 있는 모습, 나긋나긋한 두 손으로는 가볍게 앞가슴에 달린 삼작노리개를 매만지고, 무거울 듯 머리 위에 큰 트레머리가 멋들어지게 얹혀 있으나 반듯한 맑은 이마 위에 선명한 가르마를 반쯤만 가린 풍경이 오히려 날아갈 듯만 싶게 경쾌하다.
--- 본문 중에서 |
|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마음에서 온다
『무량수전…』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깨우쳐주는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라면,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는 그러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씨를 엿보게 하는 책이다.
화사한 꽃을 피우는 봄보다는 이슬 머금은 붉은 열매를 단 가을 나무의 잔가지, 텅 빈 가지가 달빛을 받아 창호지 문에 그려주는 추상화,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낙엽의 스산한 아름다움에 마음을 기울이는 선생의 모습은 어찌 보면 고독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중년의 남자들끼리 손목시계를 바꿔 차며 석별을 정을 나눈다든지, 당나라 때 서역에 산 것으로 보이는 여인의 미라가 전쟁통에 또다시 갈가리 부서진 데 분노하고 허탈해한다든지, 피난 가느라 남겨두고 갔던 개 바둑이와 해후하며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선생의 깊은 속정에 반하게 된다. 돌에 물을 주며 바라보고 기르는 모습, 김장무를 잘라내 키운 무순이 피워낸 보랏빛 꽃에서 간절한 생명을 읽는 마음씨, 시든 가을 풀숲에서 피어나는 용담꽃을 못 견디게 그리워하는 모습, 스위스 목장에서 얻어온 소방울을 풍경 삼아 걸어두고 그 소리를 즐기는 모습에서 섬세한 감성을 읽게 된다. 선생은 우리 것은 "첫눈에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이나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봐야 하는 근시안적인 신경질이 없으며, 거칠고 성글어 보여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시원하고 대범하면서 담담하고 조촐하다"고 말한다. 선생이 고른 옛그림과 도자기의 해설을 보면 무엇보다 그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선생 자신이 참으로 소박하고 조촐한 것을 추구한 '선비'였음을 느끼게 된다. 선생이 골라잡은 조선시대 미남미녀에 관한 짤막한 글들을 읽을 때면, 익살스럽고도 구수한 표현에서 여유롭고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도 된다. 선생은 "함께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때로 아픔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연이나 조형의 아름다움은 늘 사랑보다는 외로움이고, 젊음보다는 호젓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은 공감 앞에서 비로소 빛나며, 뛰어난 안목들은 서로 그 공감하는 반려를 아쉬워한다"라고 말한다. 그의 평생의 한국미 사랑은 우리 모두와 함께 나누는 아름다움이기를 호소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같이 앓고, 같이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엮었다. |